외국선 아무래도 국내 보다는 골프를 치는 게 훨씬 수월하다.골프장이 많아 부킹이 쉽고 가격도 엄청 싸다.

 

외국 나가 2년 지내고 골프 싱글을 못하면 바보라는 얘기는 아마도 그래서 나온 것 같다.실제 내가 아는 꽤 많은 사람들은 외국 생활을 통해 골프 실력을 크게 향상시킨 걸로 기억한다.

 

 골프를 치면 보통 내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그냥 치면 승부욕이 생기지 않아 재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그래서 보통 5만원식 걷어서 20만원을 만든 뒤 홀마다 승자에 1만원을 주는 게임을 한다.이른바 스킨스 게임이다.

 

골프도 실력차가 날 수 밖에 없어 한 사람이 독식을 할 가능성이 높다.이런 걸 막기 위해 만든 게 OECD룰이다.분배의 정의를 실현하자는 ‘거창한’ 취지다.

 

 유래는 잘 모르겠지만 내용은 이렇다.자기 몫(5만원)을 먹은 사람은 OECD에 가입한다.그에게는 여러가지 벌칙이 주어진다.벌칙당 1만원을 토해내야 한다.

 

예컨데 드라이버 샷을 페어웨이 밖으로 보내는 오비를 포함해 모래 벙커에 빠뜨리거나 퍼팅을 세번하는 쓰리퍼팅을 범하면 한개 벌칙당 1만원을 딴 돈에서 내야 한다.이렇게 하면 대개 딴 돈의 절반은 토해내게 돼있다.순전히 분배 정의차원이다.

   

 전직 OECD대사를 지낸 사람 이야기다.그는 외교관 신분이었기에 외국의 대사들과 어울릴 기회가 많았다.특히 각국의 OECD 대사들과 골프를 칠 기회가 여러번 있었다.

 

여기서 그가 전파한 게 바로 한국식 OECD룰이다.50유로씩 내고 골프를 치되 50유로 이상을 딴 대사는 그 다음부터 위에서 소개한 룰로 벌타를 매긴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어 했지만 어느때부터인지 대사들은 한국식 OECD룰에 ‘원더풀 코리아’‘원더풀 OECD’의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한다.

 

 한 회사 선배의 전언.“그는 대사를 역임하는 동안 많은 일을 했지만 최고의 국위 선양은 아마도 세계의 OECD 대사들에게 한국의 OECD룰을 전파한 것이라는 우수갯소리도 있더라"

 

 이 룰의 묘미는 역시 인생역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잘 나가던 선수도 각종 빌칙에 돈을 토해내면서 흔들리게 마련이다.

 

독주하던 선수가 이렇게 속속 토해내다 보면 최종 승자가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다.막판에 잘 치는 사람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말그대로 막판의 인생 역전이다.

 

 되짚어보면 이 룰은 배아픔병의 또다른 표현일수도 있다.한 선수가 자기 몫 이상을 따면 잃는 선수가 나오게 마련이다.돈 잃고 기분이 좋을리 없는 게 인지상정이다.

 

독주하던 선수가 각종 벌칙에 걸려 딴 돈을 토해낼때 나머지 선수들은 아마도 묘한 쾌감을 느끼는지도 모를 일이다.우리나 외국인들이나 배아픔병은 세계 공통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최근 “독일의 수도분할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단언했다.본사 주최 글로벌 인재포럼에 참석했던 슈뢰더 전 총리는 “본과 베를린에 행정부처를 분할 배치해 엄청난 국가적 비용을 초래했다”면서 “그때 찬성했던 국민 대부분도 지금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했다.

 

한발 더나가 “행정비효율을 타개하기 위해 아마도 10년내에 본에 있는 정부 부처는 사라질 것”이라고 까지 했다.그는 한국의 행정부처 이전에 대해 말리고 싶다는 말로 말을 맺었다.


 독일은 통일과정에 행정부처가 본과 베를린에 분산 배치됐다.베를린에 9개,본에 6개로 나뉘었다.수도분할은 국민의 뜻이었지만 지금의 사정은 딴판이다.분할에 찬성표를 던졌던 국민 조차 불편을 느끼면서 후회하고 있다는 얘기다.


 남의 일만은 아니다.어쩌면 우리의 모습일수도 있다.정치권이 국가 장래가 아니라 눈 앞의 표논리로 2005년 통과시킨 세종시특별법대로라면 우리 정부부처도 양분될 처지에 놓여있다.

 

서울에 6개가 남고 세종시로 9개가 가게된다.분할 비율도 독일과 엇비슷하다.서울과 세종시는 자칫 10년후 지금의 본과 베를린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행정비효율은 불을 보듯 뻔하다.본에 위치한 부처의 장관들이 베를린에 상주하다시피하고 있다는 슈뢰더 전 총리의 말은 우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밖에 없다.장관들은 서울에서 열리는 국무회의와 각종 당정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게다가 거의 1년 내내 열리는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단 난리가 난다.

 

물리적으로 세종시에 내려갈 시간은 거의 없다.장관과 주요 관계자들이 어쩌면 서울에 상주해야 할지도 모른다.세종시의 본부보다 서울 광화문 또는 여의도 지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독일 뿐만이 아니다.브라질리아와 캔버라 등 각국의 행정수도는 하나같이 자족기능 미비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수도분할과 행정수도 건설로 재미를 본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 정치권은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과거 몇차례 현장시찰까지 한 결과다.지금 제기되는 각종 논란중 2005는 법 통과때 걸러지지 않았던 건 하나도 없다는 야당의 주장은 정확하다.정말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다.외국의 실패사례 등 수도분할에 따른 행정비효율 등 각종 문제점들도 그때 이미 다 나온 것들이다.

 

이는 거꾸로 정치권이 이를 알고도 특별법을 통과시켰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오늘날의 극심한 사회갈등과 국론분열의 원죄가 바로 정치권에 있다는 것이다.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의 표를 의식해 사실상 정치적 야합을 한 셈이다.정치적으로 이용한 구여권이나 이에 끌려간 현 여권 모두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권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세종시 해법에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또다시 표논리를 4년전 우를 되풀이한다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혐오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해법은 간단하다.기준만 바꾸면 된다.앞으로 책임지지도 못할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국민 행복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정부와 친이계의 국가 백년대계와 야당과 친박계의 약속이행은 대립되는 개념만은 아니다.멀마든지 절충이 가능하다.23조라는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가적 사업인 만큼 국가와 충청도민에 다 도움이 되는 결론을 내는 게 바로 정치의 존재 이유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대선 후보를 지낸 이인제 의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당도 다르고 성향도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카니발을 타고 다닌다는 점이다.정치인 하면 떠오르는 게 검정색 고급 세단이지만 이들은 9인승 카니발을 이용한다.

 

 이들이 카니발을 타는 이유가 돈과는 무관하다는 점은 얘길 안해도 잘 알 것이다.현대중공업 오너인 정 대표는 재산이 2조원 안팎으로 알려져있고 김 최고위원도 부총리만 두번이나 한 실력파로 재산이 꽤 된다.이 의원은 재산가는 아니지만 서울 강남에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등 돈에 쪼들릴 정도는 아니다.

 

 그런 이들이 멋진 고급 승용차를 마다하고 카니발을 타는 이유는 뭘까.대체로 네가지 정도로 요약된다.우선 서민들과의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것이다.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다보면 아무래도 서민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서민들에 다가서기 어렵다는 얘기다.9인승 카니발을 타면 자연스레 이런 부담은 덜 수 있다.

 

 이와함께 의원들은 일정이 많다.하루에도 꼭 참석해야 할 일정이 적어도 너댓게는 있다.심지어 주말에는 체육대회 단합대회 결혼식 등 하루에 챙겨야 할 일정이 10여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일정은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없지만 결혼식과 체육대회 등 성격이 다른 일정은 옷을 갈아 입어야 한다.캐주얼과 정장을 넘나들 수 밖에 없다.이때 실내가 넓은 카니발은 승용차에 비해 유리하다.
 
 셋째 이유는 여럿이 탈 수 있다는 점이다.정치인들은 혼자 다니는 경우가 드물다.대개 보좌관과 비서관 등 참모들과 같이 다니는 경우가 많다.승용차로 다닐 경우 여러대로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더욱이 고급 승용차를 여러대 나눠타고 다니는 것도 부담스럽기도 하고.이럴때 카니발은 제격이다.9인승이니 한차로 이동이 가능해서다.

 

 또다른 이유는 전용차로를 탈 수 있다는 점이다.주말에 시골이 지역구인 의원은 보통 기차를 이용하지만 승용차를 이용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주말에 흔히 고속도로가 많이 막히는 걸 감안하면 승용차는 불편하다.

 

9인승 카니발은 주말 고속도로 전용차로를 탈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물론 6명이상이 탑승한다는 전제다.의원들이 보통 보좌진 등 다른 사람들과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고속도로 전용차로를 이용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물론 의원 개인적으로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이인제 의원은 가끔 자택에서 여의도 국회까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탄천을 따라 가다가 한강 고수부지위의 자전거 도로를 이용한다.퇴근은 차를 이용하는 만큼 자전거를 싣고 가야하는데 카니발이 딱이다.승용차로는 자전거를 싣고 다니는 게 어렵다.

 

 의원들 얘기를 하다보니 카니발 예찬론자가 돼버린 모양새가 됐다.정치인들이 정치적 이유로 그렇게 타고 다닌다는 얘기다.참고로 나는 카니발과는 관계가 없다.내 차는 9인승이지만 기아차가 아니라 현대차다.   

 

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