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최근 출입 기자들과 점심을 함께하면서 이색 제안을 했다.자신이 ‘쨍하고’하면 기자들은 ‘해뜨자’를 복창하자는 것이다.쨍하고 해뜨자가 건배구호인 셈이다.

 

 ‘쨍하고 해뜰날’은 부친인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18번이었다.정 대표는 “조금은 구식이지만 그대로 아버님 18번 이라서 이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지난해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송대관씨를 만난 게 이 건배구호를 사용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당시 송대관씨는 가수협회 2기 회장이었는데 그 만남 이후 쨍하고 해뜨자를 건배구호로 사용하게 됐다는 것이다.정 대표는 “물론 높은 사람 있을 때는 하지 않고 편한 사람들 있을 때만 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술자리에서 5부 폭탄주를 즐긴다.요즘 폭탄주의 대명사는 소주와 맥주를 탄 소맥폭탄이다.한 인사는 “정 대표는 5부 폭탄주는 무한정 마실 정도”라고 전했다.밖에 알려진 것보다는 술이 꽤 쎈이라는 얘기다.

 

 정 대표와는 달리 이회창 총재는 과거 텐텐주를 즐겼다.술이 그리 센편은 아니었지만 술을 마시면 소주나 양주잔을 가득 채운뒤 맥주에 풍덩 빠뜨리는 식으로 당연히 술이 독할 수 밖에 없다.원칙주의자 답게 술도 마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이 총재도 요즘은 5부로 돌아섰다고 한다.마셔도 3잔 넘게는 마사지 않는다고 한다.세월이 많이 흐른 때문이 아닐까 싶다.그도 그럴것이 이 총재는 벌써 70대다.이를 감안하면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가끔 소폭을 마신다.한나라당 관계자들이나 시도지사와의 만찬때 소폭을 돌리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한번은 서너잔씩 돌린 적도 있다고 한다.특히 현안에 대한 이견조정이 필요할때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해 소폭이 등장했다고 한다.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는 지난해말 쓰러지기전까지 폭탄주를 즐겼다고 한다.김 전 총재는 잘 나갈때는 늘 발렌타인 17년을 차에 싣고 다닐 정도로 좋아했다.물론 막판에는 스카치 블루 등 국산 양주도 마시긴 했지만 말이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폭탄주가 연말에 쓰러지게 된 한 원인이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김 전 총재는 요즘 걸을 정도로 몸이 회복된 상태다.골프광인 김 전 총재의 라운딩을 향한 열정은 아직도 대단하다고 한다.재활에 열심인 이유이기도 하다.

 

 폭탄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박희태 전 한나라당 대표다.얼마전 재보선(경남 양산)에서 승리해 뱃지를 달은 박 전 대표는 폭탄주에 대한 자신의 브랜드를 강조한다.자신이 폭탄주의 원조라는 것이다.자신이 검사시절 만들었다는데 별 이견이 없다.

 

 저녁 밥 자리서 소폭이 대세를 이루면서 양주에 맥주를 섞는 양폭은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고 한다.양폭은 정치권과 관가에선 거의 사라지다시피했다.양주판매가 급감하는 게 이를 방증한다.술자리도 시류를 타고 있는 것이다.

 

 

 정운찬 총리에게는 아버지가 네명이다.물론 나아준 진짜 아버지(생부)는 한분이다.나머지 세명의 아버지는 인생의 어려운 고비고비마다 자신의 행로를 바꿔준 은인들이다.정 총리가 이들을 진짜 아버지처럼 모시는 이유다.
 
 자신을 낳아준 첫번째 아버지는 정 총리가 어렸을때 돌아가셨다.정 총리는 숙부집에서 자라게 된다.그를 입적시켜준 숙부가 두번째 아버지다.세번째 아버지는 외국인이다.독립운동가로 자신이 경기고 재학시절 학비를 대준 스코필드 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스코필드 박사는 경기고 재학시절 미국 견학을 돕는 등 정 총리에 비전을 심어준 인물이다.

 

 네번째 아버지는 학문의 길을 열어준 조순 전 한국은행 총재다.가난뱅이로 한국은행에 입사했던 청년 정운찬에게 미국 유학을 권했던 게 바로 조순 전 총재다.뿐 만 아니다.조순 전 총재는 정 총리의 결혼까지 책임지다시피했다.정 총리 결혼을 중매선 사람이 바로 조 전 총재다.

 

 정 총리 부인이 당시에 대단한 미인이었는데 당시 그 장인이 결혼을 강력히 반대했다고 한다.당시 정 총리는 촉망받는 젊은이임에도 틀림없었지만 세상적으로는 가난한 봉급장이로 크게 내세월 게 없던 처지였다.결혼이 벽에 부닥치자 조 전 총재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한 정치권 인사의 전언이다.“조 전 총재는 양주인 시버스리걸 두병을 갖고 정 총리의 장인될 사람을 찾아갔다고 한다.이 자리서 조 전 총재는 정 총리의 사람됨을 들어 설득했고 결국 승락을 얻어냈다”는 것이다.이쯤되면 정 총리가 왜 조순 전 총재를 아버지라 부르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다.

 

 정 총리의 인생에서 빼놓을수 없는 인물이 있다.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고 국회의원 3선을 한 김종인 전 의원이다.정 총리가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요즘도 현안이 있을때마다 자주 만나 의견을 구하는 대상이다.김 전 의원과의 인연은 5공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대 교수이던 정운찬 총리가 직선제 개헌 운동 등 시국관련 행보로 교수직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했을때 그를 구해준 게 바로 김 전 의원이다.당시 경제수석이던 김 전 의원이 대통령을 찾아가 “그런 문제로 교수를 자를 경우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며 이를 막았다고 한다.

 

 정 총리가 총리직 수락여부를 상의한 사람도 바로 김 전 의원이다.정 총리는 청와대로부터 총리직을 제의받았다.문제는 조건이었다.청와대는 정 총리에 총리직을 제의하면서 몇가지 단서를 달았다.그중 하나가 아마도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시 문제 해결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여권관계자는 “청와대는 정정길 실장을 통해 정 총리에게 총리직을 제의했다”면서 “세종시 문제 해결 등 몇가지를 총리직 수락의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정 총리가 총리에 내정되자마자 민감한 사안인 세종시 문제를 들고나온 건 이런 배경에서로 보인다.김 전 의원은 정 총리로부터 이런 류의 고민을 전해들은 뒤 정 총리에 총리직 수락을 권했다고 한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걸 잘 아는 김 전 의원이었기에 이를 권했을 것으로 생각된다.세종시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는 아무도 모른다.세종시는 총리직을 맡으면서 엄청난 숙제이자 부담이 아닐 수 없다.그렇기에 반대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정 총리가 이를 잘 풀어낼 경우 단숨에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수도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세종시는 정 총리에겐 위기이자 기회다.세종시가 아니었더라면 차기대선과 관련해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정면 대결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그래서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세종시 문제에 초강수를 두고 있다.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총리를 중심으로 세종시를 수정,추진하려는 움직임에 계속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정 총리등 여권이 구상하는 세종시 수정안의 핵심은 현재 계획돼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교육과학비즈니스벨트로 바꾼다는 내용이다.9개정부 부처가 내려가도록 돼있는 법을 고쳐 이전부처수를 교육과학기술부 또는 하나를 추가하는 정도로 줄이는 대신 기업과 학교 연구소 등을 유치해 자족기능을 확충하겠다는 게 골자다.

 

 수정안의 내용대로라면 충청도민에 득이 될 수 있다.당초 계획대로 정부부처만 내려갈 경우 자칫 토,일요일과 밤은 유령도시를 바뀔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대표적인 게 호주의 캔버라와 브라질리아다.두곳은 행정수도로 도시를 만들었지만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도시가 활력을 잃어버린다는 게 그곳을 방문했던 인사들의 전언이다.세종시를 이런 도시로 만들어선 안된다는 점에서 자족도시는 올바른 방향으로 보여진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이에 강력히 제동을 걸고 있다.여권으로선 충청을 설득하는 것도 버거운 터에 내부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더욱이 한나라당내 당을 형성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정면 반발하면 세종시 수정은 쉽지않다는 점을 박 전 대표가 모를리 없다.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대립각을 각오하지 않았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행보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정 총리가 주도하는 세종시 수정에 정면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박 전 대표는 최근 세종시 수정움직임을 비판하면서 "당의 존립이 걸린 문제"라고까지 말했다.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돌려보면 세종시가 수정되면 이 대통령과 결별할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는 10월 31일에도 공격을 이어갔다."정 총리가 의회민주주의 시스템과 국민과의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것인지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세종시는 저하고 개인적인 약속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약속을 파기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 한 것이다.그러면서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려면 내가 나에게 할 일이 아니라 국민도 충청도민에게 할 일"이라고 했다.자신을 만나 설득하겠다는 정 총리의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이런 초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갈라서는 것은 시나리오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그런데도 박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 초강수를 두는 이유는 뭘까.손해볼게 없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원칙주의자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박 전 대표는 정치를 하면서 줄곧 원칙을 견지해왔다.이 대통령은 물론 야당과의 갈등관계를 각오하고 원칙주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수시로 말 바꾸기를 하는 다른 정치인과 확실히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대선구도를 유리하게 끌고갈 수 있다.대선구도상 영남과 충청을 먹는다면 대권에서 가까워 질 수 있다.박 전 대표의 발언은 세종시 수정에 불만을 품은 충청도민의 마음을 살 수 있다.대구 경북은 이미 박 전 대표 편이고 부산 경남도 박 전 대표쪽으로 많이 넘어온 상황이다.여기서 충청도를 품는다면 대권은 박 전 대표 손에 다가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잠재적인 대선 경쟁자인 정 총리에 상처를 안기겠다는 의도도 배제할 수 없다.정 총리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어느정도 상처를 입었지만 정몽준 대표를 제외하면 당내 마땅한 대항마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세종시 문제 등을 잘 풀어낼 경우 정 총리는 언제든 박 전 대표의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정 총리가 총리직을 수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때문에 세종시 문제로 정 총리에 타격을 가함으로써 대선주자 부상을 막고 정 총리의 고향인 충청도를  품어 유리한 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생각을 했음직하다.

 

 득만 있는 건 아니다.실도 있다.다수의 보수세력은 행정부처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따라서 박 전 대표의 행보는 보수세력의 이탈을 가져올수도 있다.아울러 박 전 대표의 의도대로 세종시가 원안대로 가지 않고 국민 설득과정을 통해 수정이 된다면 공은 정 총리에 돌아갈 것이고 정 총리는 대선주자로 부상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결국 박 전 대표의 행보는 정치적 득과 실을 당장 가늠하기는 쉽지않다.의도대로 된다면 박 전 대표에게 힘이 실리겠지만 거꾸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박 전 대표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개연성도 다분하다.정치는 생물이다.항상 여지를 두는 게 정치라는 점에서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두고볼 일이다.     

 

 

   

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