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국면전환용 개각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20일 청와대에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다.

 

적어도 외형상으로는 종전의 입장과 다를 게 없다.이 대통령은 “장관을 수시로 바꾸는 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장관이 잘못한다고 바꾸다보면 일을 할 수 없다는 반론이다.

 

 논리상으론 맞는 말이다.과거 장관 임기가 평균 1년을 조금 넘긴 시절도 있었다.장관이 업무를 파악하고 부처를 장악하는데 6개월이상 걸린다.이를 감안하면 일을 익힐때쯤되면 장관을 교체해버렸다는 얘기다.그러니 무슨 일이 됐겠느냐는 지적은 타당하다.

 

 외형상으론 그렇다는 얘기다.안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개각 요인이 적지않다.정치권이 바꾸라고 난리를 치지 않아도 이 대통령 스스로 개각을 해야할 이유가 적지않다.

 

 무엇보다 벌써 낙제점을 받은 장관이 많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다.부처 장악이 안되고 실력이 안되는 사람을 무작정 끌어안고 있는 건 한마디로 최악이다.

 

 실제 몇몇 부처 장관은 당면 개혁과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이 대통령으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았다.중도 실용주의자를 자처하는 이 대통령 스스로 장관들을 잘라야 할 이유다.

 

 게다가 개각타이밍이 됐다.8월이면 현 정부가 출범한지 1년6개월이 된다.이 대통령이 얘기하는 국면전환용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있는 장관은 교체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국면전환용 개각을 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건 “정치권에 떼밀려선 절대 개각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필요하면 할테니 개각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왈가왈부 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일단 청와대를 먼저 개편한 뒤 개각을 단행하는 2단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무기능이 마비됐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정무수석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민정수석 등 일부 수석이 갈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분위기상 개각은 7월말이나 8월초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한나라당내 쇄신 논의가 마무리된 뒤 이 대통령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개각의 특징은 다수의 정치인 입각이다.이 대통령은 정치인 입각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게 사실이지만 그간 줄곧 문제가 제기돼온 당청 소통강화 차원에서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인사청문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현재 여권에서는 법무 노동 지경부 국토해양 장관 등 5-6명이 교체대상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이중 정치인 3-4명이 입각할 것으로 보인다.

 

당에서는 홍준표 임태희 장윤석 의원 등이 유력한 입각 후보로 거론된다.한 중진은 “최근 우회적으로 입각 제의를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각에서는 친박인사가 포함될 개연성이 다분하다.최경환 의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청와대가  개각은 없다고 했다가 갑자기 단행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시기가 다소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세계 최고의 비정규직이란 얘기가 나온다.우리 정치상황을 보면 꼭 맞는 얘기다.

 

 국회의원은 이론상으론 비정규직이 맞다.임기는 4년으로 규정돼있다.비정규직 계약기간이 2년으로 정해진 거와 논리상으로 같다.비정규직은 2년을 채우면 떠나거나 재계약을 통해 정규직원으로 채용된다.둘 중 하나로 결정된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계속 의원을 하려면 임기가 끝날즈음에 선거를 통해 지역구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여기서 구민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집으로 가야 한다.직업의 불안정 이라는 측면에선 비정규직과 비슷하다.
 
 물론 비정규직중 다른 직업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최고의 특별대우를 받는다.우선 임금이 많다.1년에 챙기는 돈이 1억원정도가 된다.별도의 사무실이 제공된다.

 

 자기 방에 보좌관 비서관 등 5-6명정도의 보좌진을 지원받는다.운전기사도 따라 붙는다.열차도 공짜로 탈 수 있다.이런 보이는 특혜 말고도 보이지 않는 특혜는 셀수도 없다.

 

 여기에 후원금도 받을 수 있다.선거가 없는 해는 1억5000만원,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까지 걷을 수 있다.본인의 능력만 있으면 후원금 한도를 채우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일년에 일하는 기간이 채 절반도 안되면서도 엄청난 돈과 수십가지의 특혜를 받으니 가히 최고의 직업이다.

 

물론 가끔 댓가성 있는 부정한 후원금을 받았다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없진 않다는 게 부담이긴 하다.

 

 무엇보다 일을 안해도 잘리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비정규직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18대 국회가 80일 이상 문을 안 열었다.국회 문이 안 열리니 의원들은 놀 수 밖에 없었다.

 

 그 뿐이 아니다.자동 개회하도록 돼있는 짝수월에도 개점휴업이 되기 십상이다.지금쯤이면 국회가 한참 열리고 있어야 할 시점이지만 국회는 놀고 있다.언제 열릴지 기약도 없다.

 

 의원들이 허구한날 논다고 월급을 깍는 규정은 없다.일을 안했다고 해고 당하는 경우도 없다.다른 직업이었다면 현직 의원들은 잘려도 벌써 수십번은 잘렸을 것이다.일부 일하기를 원하는 의원은 당리당략에 밀려 일을 할 수 없는데 대해 억울해 한다.

 

 그렇다고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다.4년 임기가 끝날때마다 국민과 재계약을 맺어야 한다.실패하면 4년을 놀아야 한다.선거가 스트레스다.

 

“선거만 없으면 국회의원이 지구상에서 최고의 직업”이라는 우수갯 소리는 그래서 나온다.하기야 이것도 없으면 국회는 놀자판이 될 것이다. 

  

 이재오 전 의원은 현실정치와는 약간 거리를 두고 있다.당분간 미래의 비젼을 연구하는데 주력한다는 차원에서다.실제 이 전 의원이 언론을 타는 행보는 강연과 산행 정도다.

 

 그는 재보선 참패이후 전개되고 있는 당 쇄신 논란에 대해 “당의 문제는 당내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그는 중앙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다.그는 “나는 중앙대 교수로서 열심히 강의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일에는 태백산을 찾았다.6.10의 중심에 섰던 사람으로서 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하는 행사에 참여하는 대신 산을 찾은 것이다.그는 13일에는 펜클럽 회원들과 함께 속리산을 찾았다.

 

 그는 외형적으로 ‘현실정치와 거리두기’라는 당초 약속을 아직까진 지키는 모양새다.특별히 그의 정치적 발언이 언론을 타지 않고 있는게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고 이 전 의원이 현실정치에 무관심한 건 아니다.오히려 고민이 더 많을 것이다.친이의 핵심으로서 당 쇄신논의가 표류하는 걸 옆에서 지커보려면 답답할 것이다.정치인이 현실 정치를 떠나는 건 쉽지않다.

 

 이 전 의원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세가지다.당 대표 도전과 재보선 출마,내각행이다.우선 10월 재보선 출마가능성이다.현재 진행중인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재판이 9월까지 끝나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물론 재판 결과 문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면 자연스레 10월 출마가 가능하다.이 전 의원이 부지런히 지역구를 누비고 있는 건 이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당선여부는 불투명하다.지금같이 민심이반이 심한 상황에선 당선이 쉽지않은 게 사실이다.그래서 일각에서는 10월 출마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카드는 당 대표 카드다.당 쇄신특위가 내년 1월 전당대회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친이 친박의 화합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부담이다.이 전 의원은 박 전 대표와 정면 충돌했다가 미국을 갔을 정도로 화합모드와는 거리가 멀다.당내 갈등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청와대에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오는 대안이 이재오 총리 기용론이다.당내 친이계 핵심인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당내에서 거론되는 강재섭 전 대표와 친박계 대리인 카드 등에 대해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그는 “정치권에서 총리로 간다면 이재오 전 의원”이라고 확신했다.

 

 책임정치 구현이란 차원에선 맞는 얘기다.이 대통령과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최적임자다.충성도도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문제는 역시 화합카드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이 대통령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더욱이 민심이반으로 국정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자기 사람만 고집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재보선 출마와 당 대표,총리중 어느하나도 쉬운 게 없다.자칫 이름만 때마다 거론되다 아무것도 잡지 못할 개연성도 없지않다.이 전 의원이 화합의 덫에 걸려 무공직 상황이 길어질수도 있다는 얘기다.
 

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