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서재에서 신년인사차 온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휴대폰 카메라로 잠깐 실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이명박 정부에 대해 대립각을 곤두세웠다. 지난해 조심스럽게 비판을 해온 것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인데다 국회마저 꼬여있어 동교동의 분위기가 심상찮아 보였다.   

 

  김 전 대통령(DJ)은 1일 오후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의 5층 서재에서 신년인사차 찾아온 사람들과 만나 환담을 하는 자리에서 “촛불시위는 그야말로 혁명적인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DJ는 이날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의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해온 과정을 설명하면서 촛불시위는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매우 뜻깊은 사건”이라고 추켜세웠다. 새로운 방식의 민주주의가 태동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 미국을 방문했을 때 유엔관계자를 만나서 대화를 나눈 것을 소개하며 촛불시위가 새로운 민주주의로 가는 길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DJ는 “그 관계자로부터 앞으로는 국회 시민단체는 서비스하는 정도의 기능을 하게 되고 그 대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들었다”며 우리나라의 촛불시위도 그러한 뜻에서 매우 의미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촛불시위를)억압하려고 한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힘으로 통제하거나 억압해서는 안되고 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역시 DJ는 DJ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사람들은 촛불시위와 ‘아고라’와 같은 현상을 사회적인 사건사고로 인식하기 마련인데 그는 민주주의의 발전단계로 해석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에 앞서 같은 건물 지하1층 열람실에서 열린 국민의 정부 신년 인사회에서 강한 톤으로 이명박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나는 지난 1년은 상상도 못한 광경 속에서 살았다.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악몽인가 그런 생각은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한 시국에 대해 민주주의와 경제 남북관계 등 3대 위기상황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DJ는 이 자리에서도 “촛불시위에 나온 위대한 국민들은 결코 민주주의에 대해 누구에게도 실망시키지 않는 훌륭한 성과를 이룩할 것”이라며 촛불시위자를 위대한 국민으로 호칭했다.

 

  그는 또 “우리 국민은 이승만 권위주의 통치, 박정희 군사독재, 전두환 독재를 국민의 힘으로 다 극복했다”며 “이제 이 나라 국민에게 다시 강권정치, 억압의 정치를 강요할 수 없으며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DJ는 이어서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지금 권력을 갖고 휘두르는 사람은 우리가 감옥가고, 사형을 언도받고, 고문당할 때 독재자 편에 있거나 방관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와함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보내면서 민주주의가 반석 위에 세워졌다고 믿었다”며 “작년 1년을 보니 민주주의가 다시 20년 전, 30년 전으로 역주행하지 않나 하는 두려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DJ는 국회의 여야대치 상황에 대해서도 “야당이 모처럼 잘 한다”고 평가해 보수언론과는 전혀 다른 견해를 보였다.

 

  이에 대해 “소수당인 야당은 표결에서는 질 수 밖에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이겨야 한다”고 전제하고 “다수당인 여당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 것이 도리”라며 국회의 파행과 관련한 야당에 대한 비판여론에 정면대응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국회 안에 들어가서 싸우니까 언론을 통해 야당의 주장을 알릴 수 있게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국회를 열어서 국민에게 정부 여당의 부당함을 제대로 알리면 다음 선거에서 야당이 더 많은 표를 얻게 되어 정치적으로 이기는 것”이라고 정치적인 셈법을 알려줬다.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니 새삼 3년여 전인 2005년 12월, 강원룡 목사가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 5주년 기념식에서 “앞으로 3년만 더 사셔서 남북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를 기원한다”며 건배사를 했던 기억이 났다. DJ의 건강이 걱정되어 3년만 더 사시라고 덕담을 했는데 덕담을 하던 강원룡 목사는 돌아가시고 3년을 넘기기 힘들거라고 생각했던 DJ는 아직도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