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3/30)부터 정치부 정당팀의 민주당을 출입하게 됐다.
이제 열흘밖에 안됐지만 마치 10주는 지난 것 같은 느낌..
그만큼 국회에선 하루에도 수많은 일이 터져나온다.
대변인들의 오전 오후 브리핑은 물론 최고위원회의,긴급의원총회,본회의 등
벌어지는 사안과 쏟아지는 논평에 정신이 없을 정도다.
국회 밖에선 따뜻해진 날씨 덕에 나들이 나온 국민들이
따사로운 햇살과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만끽하고 있지만,
안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각종 현안들을 놓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직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햇병아리 말진 기자지만
국회에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과 재미난 얘기들을 블로그에 담고자 한다.
오늘은 첫 스타트로 '수족 잘린 초선의 설움'이다.
민주당 초선 중 행정자치부 장관,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낸 이용섭 의원은
대표적인 관료 출신.85년에 대통령비서실 행정관도 지냈고 재정경제원 세제실 조세정책과 이사관,세제총괄심의관,관세청 청장,국세청 청장에 이어 장관을 거친 대표적인 행정관이다.

그에게 총선 후 1년을 보낸 소회를 물었더니 한 마디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수족 잘린 사람마냥 참담함 심정"이란다.
야당이기 때문에 정책에 반영이 되는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없는 한계야 그렇다손 치더라도,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리적인 결론 도출이 없는 국회 시스템이 그를 '참담한 심정'으로 몰아넣은 셈이다.
이 의원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는 것인가.왜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지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좋은 정책과 뜻을 갖고 있어도 이를 펼칠 기회조차 없는 셈"이라고도 했다."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탄하는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렇다.국회의 기능은 첫째가 입법이요 둘째가 행정부 견제인데,
행정부를 견제하기는커녕 여야간의 힘겨루기,당론 밀어붙이기,헐뜯기가
주요 업무처럼 자리매김한 판이 돼버렸다.
그러니 대정부질의를 받으러 나온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의 태도가 모르쇠로 일관하는 셈이기도 하다."모른다""보고받은 바 없다""수사중인 사안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다"로만 일관하는 그들의 태도는 무성의하다못해 불쾌하기까지 하다.
아무튼,이용섭 의원의 토로는 정치부 기자 중에 초선인 나에게도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이 의원은 재미있는 비유도 했다.
장관을 대기업에 고용된 바지사장이라 했다.회장격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집행만 하면 되는 고용사장.
반면 국회의원은 벤처기업의 오너사장이라 했다.국회는 299개의 벤처 캐피탈이 모인 집단인 셈이고..그 중에서 창의적인 벤처만이 19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했다.재밌다.창의적인 의원이라..도전정신을 갖고 아이디어를 내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사람이 살아남을 거라 했다.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의 열정과 한숨만큼,아니 그 이상으로 이미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이
큰 목소리를 내고 그에 따라 많은 것들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초선의원들이 할 수 있는 건 정말 무엇일까? 법을 바꾸는 것? 지역구 민원 들어주는 것? 아님 정치인으로서 앞길을 잘 닦는 것? 활발하게 인맥 넓혀서 넥스트를 보장받는 것?
그들의 노력을 비하하려는 건 아니다.다만 현실의 벽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그들만큼이나 나도 조금씩 느끼고 있다는 걸 말하는 거다.소신 있는 초선 의원들이 열심히 발로 뛸 때 국회가 조금씩이라도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안다.그래줬음 싶다.
또 한 명 이춘석 민주당 의원.
그는 제3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원광대 법학과 교수,대통합민주신당 전라북도당 법률지원특별위원장,제17대 대선 중앙선거대책위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변호사 출신 초선 의원이다.

이춘석 의원 역시 이용섭 의원과 같은 말을 했다.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가 본연의 의무를 잊었다는 것.그는 "특히 우리나라 상황은 정부를 대변하는 입장이다"며 "법도 상당 부분 정부에서 강행하고 야당은 이를 막기 급급한 상황"이라고 했다.의원들이 개정안이라고 내놓는 것들도 원안에서 그저 몇 글자 고쳐서 '내가 몇 건이나 발의했다'라고 자랑하기 위한 것들에 불과한 게 많다고 혹평하기도 했다."그 안들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형식 논리에 치우친 것들"이라고도 말했다.
특별히 소신을 갖고 이건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있었냐는 내 질문에
그의 한마디.
"처음엔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지금은 그저 멍~합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여러 가지 정책들을 법안에 반영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맘처럼 안된다는 하소연이다.
그의 요즘 관심사는 외국인을 강제로 가둔 뒤 출국시키는 출입국관련법을 전면 개정하는 데 있다.개정안을 거의 완성했고 곧 발의할 예정이란다.외국인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전면 개정'하는 내용이라니까 지켜봐야겠다.
그리고 민주당 비례대표 1번 이성남 의원.
그는 씨티은행 한국MIS 부장,한국영업담당 총지배인,홍콩지점 전산프로젝트 매니저,한국지사 수석재정담당 등을 거쳐 금융감독원 검사총괄실장,검사총괄담당 부원장보,국민은행 상근감사,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대표적인 금융계 출신 의원이다.

이 의원은 금융위기,FTA 등 여러 가지 굵직한 사건이 많았던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앞의 두 의원과 같은 소회를 밝혔다."절차를 무시하면서 일하는 국회에 대한 통탄"이 그것.
아무리 의원 개개인이 대화와 소통을 통해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해도,기본을 지키지 않는 게 관행처럼 굳어진 국회 시스템 안에서는 바꿀 수 있는 게 없다는 푸념을 그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야당이라는 공통점이 한목소리를 내는 근본 원인이었겠지만,
초선들의 고민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일 터.큰 뜻을 품고 뱃지를 달았지만 뱃지를 달았다고 해서 당장 대단한 아웃풋을 떡하니 내놓을 수 없다는 걸 그들은 하루하루 실감하며 살고 있다.
초선들의 고뇌를 들으며
나 역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국회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는 '초선'기자인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하고..
오늘 하루도 국회 기자실은 윤중로의 벚꽃이 어디있냐는 듯 건조하고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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