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고 요리사 제라 빈야

"한국 닭백숙-佛포토푸는 닮은 요리"

"한국과 프랑스 요리는 신선함과 다양성을 중시한다는 면에서 놀랄 만큼 닮았습니다. 닭을 오랫동안 삶아서 요리하는 한국의 백숙과 비슷한 요리가 '포토푸'(pot au feu)라는 이름으로 프랑스에도 있죠."

최근 방한한 프랑스 최정상급 요리사 제라 빈야(47)는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의 프렌치 레스토랑 '테이블34'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도 프랑스처럼 수많은 조리 방법과 다양한 식자재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맵고 강한 맛은 물론 달콤하거나 담백한 요리 등 맛도 다채로워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빈야는 프랑스에서 레스토랑 '로베아주 드 퐁 로즈'를 운영하고 있는 최정상급 요리사로 1996년 정부로부터 '프랑스 최고의 장인(Master of France·MOF)' 인증을 받았다. 그는 "현재까지 인증을 받은 이들이 70명뿐"이라고 설명했다.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대형 크루즈의 요리사였던 삼촌을 보며 꿈을 키웠던 빈야는 18세 때 요리사의 길로 들어섰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요리사 중 한 명인 '폴 보큐즈'와 미슐랭 3스타 주방장이자 프랑스 요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르지 블랑'이 그의 스승이다.

1989년 일본으로 건너간 빈야는 1996년까지 오사카의 프렌치 레스토랑 '르 퐁 드 씨엘'에서 일했고,이 경험을 바탕으로 일식을 접목한 새로운 프랑스 요리법을 고안해 화제가 됐다.

빈야가 18일까지 '테이블34'에서 선보이는 요리는 지중해식과 일식을 접목한 프랑스 요리다.

한국요리 가운데 양념을 해서 재워 놓는 갈비구이가 인상적이라는 빈야는 19일 프랑스로 돌아가면 한국 요리에 대해 따로 공부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식과 프랑스 요리도 충분히 접목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고춧가루,참기름 등 새로운 향신료를 알게 됐어요. 특히 버섯,가금류,조개류 등 한국에서 사용하는 재료들은 몇 달 후엔 제 레스토랑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입력: 2008-10-16 18:11 / 수정: 2008-10-17 10:42

콘차이토로 수석 와인메이커 티라도씨‥

"칠레와인은 진화중…佛보르도에 손색없어"

"대학시절 와인을 공부하면서 많은 이들이 칠레 와인을 저가 와인 취급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인정할 수 없었죠.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와인메이커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

최근 칠레 콘차이토로사의 프리미엄 와인인 '돈멜초' 홍보차 한국을 찾은 엔리케 티라도씨(42)는 서울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칠레는 유럽에 견줘 손색없는 프리미엄급 와인을 20년 넘게 생산해온 국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칠레 와이너리 콘차이토로의 수석 와인메이커다. 콘차이토로는 '알마비바'를 비롯해 칠레 역사상 가장 높은 파커 점수(97점)를 받은 '카르멘 데 페우모' 등을 생산하는 남미 최대의 와인 생산업체.칠레 산티아고의 가톨릭대에서 와인양조학을 전공한 그는 1993년 졸업 후 콘차이토로에 입사해 1997년 수석 와인메이커로 지명되면서 알마비바의 첫 빈티지(1996)를 만들었다. 2년 후인 1999년부터는 또 다른 프리미엄 와인인 '돈멜초'의 와인메이커로 10년째 일하고 있다.

"'알마비바'가 출시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둔 것을 사실입니다. 하지만 칠레만의 힘으로 이룬 건 아닙니다. 프랑스와 합작했으니까요.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 보르도 와인(로버트 파커 스타일)을 닮아가려는 추세는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칠레만의 와인을 생산해야겠다고 결심했죠.그래서 '돈멜초'를 선택했습니다. "

티라도씨는 "프랑스는 기후가 불안정해 해마다 포도의 품질이 달라 다양한 품종을 블렌딩해 맛을 낸다"며 "하지만 칠레는 기후가 안정적이라 포도의 품질이 균일하고 단일 포도 품종의 특징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돈멜초'를 맡은 이후 전문가들은 후한 점수를 주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까지 80점대 후반~90점 초반을 오가던 '돈멜초'는 이후 와인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세계 100대 와인 중 4위(2001,2003년)에 올랐고 2005년에는 96점을 받았다. 로버트 파커도 2004년 '자신의 스타일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 와인에 94점을 줬다.

그는 와인메이커는 예술가와도 같다고 말했다. "최고의 포도밭을 골라 그 정기를 병 안에 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자연을 존중하고 이해해야 하죠.칠레는 포도를 재배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든 칠레만의 프리미엄 와인을 계속 만들 것입니다. 칠레가 와인에서 유럽보다 낫다는 평가를 들을 때까지요."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입력: 2008-10-13 17:43 / 수정: 2008-10-14 10:22

둘째가라면 서러울 세컨드 와인

특급와인은 `그림의 떡`…세컨드 와인도 명품!

요즘 이탈리아 스페인은 물론 칠레 미국 등 와인 신대륙의 프리미엄급 와인이 속속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저마다 최고라 자부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래도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아성을 깨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만큼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은 명품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맛과 흉내내기 힘든 풍미를 갖고 있다. 문제는 가격도 명품답게 높아 대다수 와인 애호가들이 입맛만 다시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절망하기엔 이르다. 저렴한 '세컨드 와인'이 있기 때문이다.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최고급 와인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세컨드 와인을 느껴보자.

◆맛은 최고급,가격은 절반 이하

세컨드 와인이란 최고급 포도밭에서 작황이 좋지 않아 그랑크뤼 와인을 만들기 어렵거나 블렌딩 과정 중 질이 약간 떨어진다고 판단한 원액통을 한데 모아 만든 와인이다. 같은 포도밭에서 동일한 품종으로 만들며,포도를 수확하는 사람이나 양조업자도 '퍼스트 와인'과 동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컨드 와인의 시초는 1932년 내놓은 샤토 무통 로쉴드의 '무통 카데'다. 당시 샤토 무통 로쉴드의 오너인 필리프 드 로쉴드 남작은 1930년 작황이 나쁘자 '샤토 무통 로쉴드'의 생산량을 줄이고,품질이 떨어지는 포도로 와인을 따로 만들었다. 카데는 프랑스어로 '막내'라는 뜻이다. '무통 카데'는 출시되자마자 최고 샤토에서 저렴한 와인이 나왔다며 화제가 됐고 인기에 힘입어 이듬해부턴 별개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샤토 무통 로쉴드는 이후 1993년에 '르 프티 무통 드 무통 로쉴드'라는 이름의 세컨드 와인을 내놓았다.

세컨드 와인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다(표 참조).일부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가격이 퍼스트 와인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세컨드 와인도 생산자 이름을 걸고 내놓는 것이기에 가격 대비 맛이 좋은 게 장점이다.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엄경자 소믈리에는 "5대 샤토의 세컨드 와인은 일반 그랑크뤼 와인들보다 뛰어난 품질도 있다"며 "무조건 그랑크뤼급 퍼스트 와인이 세컨드 와인보다 좋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라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랑크뤼급 세컨드 와인

먼저 그랑크뤼급에선 '샤토 라투르'의 세컨드 와인 '레 포르 드 라투르'가 세컨드 와인 중에서도 최고 품질로 꼽힌다. '레 포르 드 라투르'는 전문가들로부터 '샤토 라투르'에 비해 무게감이 덜하고 숙성이 빠른 점을 제외하고는 놀랄 만큼 닮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와인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가진 '샤토 마고'의 세컨드 와인으론 '파비용 루즈 드 샤토 마고'가 있다. 우아한 자태와 고결함이 퍼스트 와인의 기품을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와인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가 샤토 마고에 100점 만점을 줬던 2000년 빈티지의 세컨드 와인에 94점을 주면서 증명됐다.

와인의 여왕이 있다면 왕도 있다. '와인들의 왕,왕들의 와인'이라는 별칭을 가진 '샤토 그뤼오 라로즈'가 그 주인공.그랑크뤼 2등급인 '샤토 그뤼오 라로즈 1985'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엘리자베스 여왕이 함께 마신 와인으로,세컨드 와인은 '라로즈 드 그뤼오'다.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가 1등석에 '샤토 그뤼오 라로즈'를,비즈니스석에는 '라로즈 드 그뤼오'를 제공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크뤼 부르주아의 세컨드 와인

그랑크뤼 아래 등급인 크뤼 부르주아 와인들도 세컨드 와인을 내놓고 있다. 크뤼 부르주아 등급은 1855년 그랑크뤼 등급에 불만을 가진 실력 있는 와이너리들이 만든 새로운 등급체계로,그랑크뤼에 필적할 만한 우수한 와인이 적지 않아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크뤼 부르주아 와인은 '샤토 샤스 스플린''샤토 시트랑''샤토 브리에' 등이 있다. '슬픔을 떨쳐버린다'는 뜻의 '샤토 샤스 스플린'은 프랑스 시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가 헌정한 이름이다.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샤스 스플린'을 "지난 30여년간 꾸준히 그랑크뤼에 필적할 만한 우수한 퀄리티를 지닌 와인"이라고 평가했다. '샤스 스플린'의 세컨드 와인 '샤토 오라투아르 드 샤스 스플린'은 퍼스트 와인보다 한 단계 가벼운 보디감을 제외하곤 맛이 매우 흡사하다.

'샤토 시트랑'의 세컨드 와인,'물랭 드 시트랑'은 검붉은 레드빛의 샤토 시트랑에 비해 농도가 한 단계 낮은 루비 컬러를 띠지만,'샤토 시트랑'의 우아함과 풍미를 잘 담아낸 와인이다. 2000년 빈티지의 경우 '샤토 시트랑'이 '와인 스펙테이터'에서 91점을,'물랭 드 시트랑'이 84점을 기록하면서 나란히 품질을 인정받았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입력: 2008-10-10 18:22 / 수정: 2008-10-11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