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 라 플라나 ‥ `샤토 라투르` 제친 스페인 대표와인

197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와인 올림피아드에서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사건'이 일어났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무명의 스페인 와인이 '샤토 라투르'와 같은 보르도 특급 와인을 제치고 1등을 차지한 것.'마스 라 플라나'(Mas La Plana) 1970년 빈티지가 그 주인공.이 사건은 프랑스,이탈리아에 밀려 변방 취급을 받던 스페인 와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스페인은 프랑스,이탈리아에 이은 세계 3위 와인 생산국이다. 지리적으로 '구대륙'에 속하면서도 스테인리스스틸 제조공법을 도입하는 등 현대적인 와인사업 방식을 도입해 '신대륙'의 특징도 갖고 있다. 다른 구대륙 와인에 비해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한 장점도 있다. 스페인 와인산업이 본격 발전한 계기는 19세기 중반 유럽을 휩쓸었던 필록세라 덕이라 할 수 있다. 1860년대 필록세라가 프랑스 전역의 포도밭을 강타하자 프랑스 상인들은 와인을 구하기 위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을 찾았다. 이로 인해 스페인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마스 라 플라나'를 생산하는 토레스(Torres) 와이너리는 바르셀로나에서 동북쪽으로 60㎞ 떨어진 페네데스 지방에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잘 알려진 지역으로,현재 주인인 미구엘 토레스의 할아버지 제이미 미구엘 토레스가 1870년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이 지역 플라나 평원에 29ha(29만㎡)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마스 라 플라나'라는 이름은 이 평원에서 유래된 것이다. 스페인어로 마스는 대평원을 뜻한다. 토레스는 138년 역사를 가졌지만 1966년 스페인 와인업계 최초로 스테인리스스틸 발효조를 도입하는 등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와이너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열린 토레스의 와인 출시 125주년 행사에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참석해 "미구엘 토레스는 스페인 와인산업의 대부"라고 극찬했다.

'마스 라 플라나'는 현재 2003,2004년 빈티지가 출시돼 있다. 로버트 파커는 "깊이감,길이감,밸런스 모두가 훌륭하며 2025년이 가장 마시기 적당할 정도로 잠재력이 뛰어난 와인"이라 평하며 2003년 빈티지에 91점을,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는 "한 해 1만 케이스만 한정 생산하는 와인으로 소박하면서도 편안한 전원생활을 연상시킨다"며 90점을 각각 줬다. 18개월 동안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시켰으며 색상은 짙은 자두빛으로 블랙베리,체리 등 풍부한 과일 아로마와 가죽향이 인상적이다. 가격은 7만1000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칠레와인 "프랑스산 비켜!"

상반기 전체 수입량의 23% … 1위로 ‥ 경기침체속 저렴한 와인 수요 늘어

'자유무역협정(FTA)의 힘인가,적극적인 마케팅 덕인가. ' 올 상반기 한국인들은 프랑스 와인보다 칠레 와인을 더 마신 것으로 집계됐다. 고가 와인은 여전히 프랑스산이 주류지만,중저가에서는 칠레산이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셈이다.

◆칠레산 점유율 5년 새 4배 상승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칠레 와인 수입량이 프랑스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올 상반기 칠레산 와인 수입물량은 448만병(750㎖ 기준)을 기록해 전체 와인 수입량의 23.0%를 차지했다. 칠레 와인은 2003년 수입 점유율이 6.3%에 불과했으나 5년 동안 4배가량 높아진 것이다. 반면 프랑스 와인은 19.1%인 370만병이 수입돼 2위로 내려앉았다. 2003년(수입 점유율 33.5%)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칠레는 인구가 1500만명에 불과해 와인 생산량의 75%를 수출한다. 와인 생산량에선 아르헨티나가 칠레보다 훨씬 많지만 대부분 자국 내에서 소비하고 수출 비중은 5%로 미미하다.

◆FTA 효과에다 불황도 한몫

국내에서 칠레 와인이 강세를 보이는 데는 무엇보다 2004년 한·칠레 FTA에 따른 효과를 꼽을 수 있다. FTA로 관세가 낮아지면서 칠레 와인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졌고 안정적인 기후로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또한 와인명이 기억하기 쉬운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18홀을 65타에 치라'고 해석되며 골퍼들에게 인기를 끈 '1865'나 영화제목과 동일한 '카사블랑카',호텔 고급 레스토랑에서 인지도가 높은 '몬테스 알파'(사진) 등이 그런 사례다.

최근 경기 불황도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1만~3만원대 중저가 칠레 와인이 각광받게 된 것이다. 반면 프랑스 와인은 수십만원대 보르도 와인에선 강세지만 3만원대 이하 중저가에선 칠레 와인에 비해 선택 폭이 극히 좁다. 범준규 롯데아사히주류 와인팀장은 "환율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이 와인시장에 영향을 미쳐 신대륙을 중심으로 한 저가 와인 수요가 증가한 것도 칠레 와인 강세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수입액에선 프랑스 와인이 압도

하지만 수입액으로 보면 프랑스 와인의 영향력이 여전하다. 상반기 프랑스산 와인은 금액 면에서 41.8%를 차지했다. 그러나 프랑스 와인 점유율은 2003년 49.5%에 비해 7.7%포인트 하락했고,칠레 와인은 6.5%에서 16.8%로 높아졌다. 조상덕 금양인터내셔날 마케팅팀 차장은 "국내 와인시장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고가,칠레 중심의 중저가로 양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칠레 와인은 '고급화' 전략으로 2차 도약을 모색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인들의 입맛을 길들이는 데 성공,프리미엄 와인을 속속 내놓고 있다. '카르민 데 페우모'(40만원),'알마비바 2005'(20만원),'돈 멜초르 2005'(15만원) 등이 국내에 수입되면서 이런 흐름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입력: 2008-09-23 17:44 / 수정: 2008-09-24 09:51

라벨로 확인하는 와인수준 …

佛와인 AOC 표시 있으면 고급

와인 선물을 받았을 때 누구나 한번쯤은 '와인의 수준'이 궁금해진다. 기본적인 와인 정보는 라벨에 담겨 있다.

하얏트리젠시 인천호텔의 서희석 소믈리에는 "라벨은 생산자,포도 품종,빈티지(포도 수확 연도) 등이 적힌 이력서와 같다"며 "겉보기엔 복잡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와인은 라벨에 'AOC'(원산지 명칭 통제 와인)가 표시돼 있으면 고품질 와인으로 보면 된다. AOC는 'Appellation 원산지명 Controlee'로 표시된다. 예컨대 메독 지방 와인은 'Appellation Medoc Controlee'라고 적혀 있다. 또 라벨에 '그랑 크뤼(Grand Cru)'나 '크뤼 부르주아(Cru Bourgeois)'라는 등급 표기가 있어도 우수 와인이다. 크뤼 부르주아는 그랑 크뤼 아래 등급이지만 실제로는 그랑 크뤼급에 필적하는 와인이 상당수 있다. 빈티지로도 품질을 짐작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2000,2003,2005년 빈티지가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칠레 호주 등 신대륙 와인은 기후가 안정돼(포도 품질이 균등해) 빈티지는 큰 의미가 없다. 신대륙은 각국의 대표 포도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고르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칠레는 카르미네르,호주는 시라즈,뉴질랜드는 소비뇽 블랑,아르헨티나는 말벡이 각각 대표 품종이다. 미국은 카베르네 소비뇽(나파벨리)과 피노 누아(오레곤)가 잘 알려져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