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앤이 블랙 페퍼 시라즈‥100년이 넘는 전통의 호주 쉬라즈

칠레,미국과 함께 세계 3대 와인 신대륙으로 꼽히는 호주는 빈,제이콥스 크릭 등 중저가 와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온화하고 안정적인 기후로 포도 품질이 균등하고 작황이 좋기 때문이다. 이는 신대륙 와인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신대륙 와인생산국들도 자신들의 와인 품질이 프랑스,이탈리아 와인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문가 평가나 소비자들의 반응에서 확인하고 '싸구려' 이미지에서 탈피한 프리미엄급 와인으로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호텔 소공동 본점에선 5일 호주 와인 'BVE'(바로사 밸리 에스테이트)의 론칭 행사가 열렸다. 이날 소개된 5종의 와인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이 '이앤이 블랙 페퍼 시라즈 2005'.BVE는 1985년 호주 바로사 밸리지역의 포도 재배업자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바로사 밸리는 호주 남부 애들레이드에서 북쪽으로 60㎞ 떨어진 곳에 있으며 1840년대 독일인들이 이곳에 이주하면서 와인 생산이 시작됐다. 이곳에서 BVE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샤르도네가 있다. 전통적으로 호주를 대표하는 품종은 시라즈이지만 1970,8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화이트와인 붐이 일면서 샤르도네로 눈을 돌리는 와이너리가 늘어난 것.호주 정부도 1980년대 와인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기존 레드와인 포도 품종을 뽑아내고 화이트와인 품종을 심는 와이너리에게 장려금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바로사 밸리의 포도 재배업자 80여명은 변화를 원치 않았다. 그들은 100년 이상 이어온 시라즈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조합을 결성했다. BVE의 특징은 비록 소규모로 재배하지만 최고급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모여 만든 와이너리라는 것.이는 그들이 내놓은 레드와인 '이앤이 블랙 페퍼 시라즈'로 입증됐다.

이 와인은 "과즙이 느껴지고 어둑어둑한 느낌의 와인으로 거대한 스타일을 지녀 9년 이상 숙성 후 시음했을 때 최고일 정도로 성장력을 지닌 와인"(와인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나무 연필과 라벤더,블루베리가 어우러져 코를 유혹하는 시라즈의 특징을 잘 잡아낸 와인"(로버트 파커) 등의 호평 속에 품질을 인정받았다.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1995년부터 9년 연속 90점 이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 와인이 호주 시라즈 품종만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말한다.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엄경자 소믈리에는 "일반 시라즈 품종이 향이 스파이시하고 후추향이 강한 반면 호주 시라즈는 농익은 과일향,초콜릿 향과 오크 향이 함께 난다"며 "복잡한 향과 견고하면서도 부드러운 타닌이 균형 있게 어우러진 것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양고기나 숯불에 구운 그릴요리가 잘 어울린다. 산적이나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요리에도 함께 마실 만하다. 국내 가격은 30만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W호텔 히스 총지배인

"비밀스러운 맞춤 문화공간, 모두가 만족하죠"

"많은 분들이 W를 '강남 젊은이들만의 호텔'로 알고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풍부한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즉 문화를 즐길 줄 아는 40~50대를 위한 공간이죠."

국내 유일의 6성급 호텔로 불리는 W호텔(서울 광장동)의 닉 히스 총지배인(42)은 호텔 창립 4주년(20일)을 맞아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외국과 다르게 특정공간을 점하는 연령층이 뚜렷이 구분되는 게 특징"이라며 "20대부터 50대까지 즐길 수 있도록 본격 리노베이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W호텔은 해외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 묵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내한공연을 가진 비욘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스콜피온스가 W호텔을 찾았고 올 5월엔 듀란듀란도 묵고 갔다. "물론 젊다고 해서 문화를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20대인 비욘세나 아길레라가 호텔 구석구석을 돌며 즐겼죠.하지만 요리뿐 아니라 W의 분위기,패션,커뮤니티 등도 중요한 문화적 요소입니다. 듀란듀란과 스콜피온스는 50대임에도 여유롭게 식사하고 음악을 들으며 여러 사람과 격의없이 대화를 나눠 문화를 즐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죠."

W호텔은 경제력 있는 국내 40~50대를 겨냥해 연말까지 '우바(WooBar)'와 레스토랑 '키친'에 프라이빗룸을 만들어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히스 총지배인은 "객실 이용률은 내ㆍ외국인이 절반씩이고 식음료 부문은 80%가 내국인"이라며 "W가 한국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중 일부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히스 총지배인은 영국 출신의 호텔 전문 경영인. 방콕 자카르타 타이베이 등의 유명호텔 총지배인을 지내는 등 아시아에서만 17년을 근무한 '아시아통'이다. W호텔과 인연을 맺게 된 이유로 그는 "딱딱한 규정이 없는 게 매력"이라고 밝혔다.

W호텔은 설립단계부터 호텔처럼 보이지 않게끔 디자인했다. 단순히 '자고 일어나 밥 먹고 나가는' 숙박업소가 아니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모든 직원이 영어 이름을 쓰는 것도 일종의 배우가 돼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또 새로움과 럭셔리를 강조하다 보니 숙박비는 물론 레스토랑, 바, 패키지 요금이 다른 호텔에 비해 비싼 편이다.

"W하면 떠올리는 '쿨코너룸'은 하루 숙박료가 40만원대여서 다른 호텔에 비해 20~30% 비싸죠.하지만 방 전체가 빨간색과 흰색으로 꾸며져 있고 라운드 베드가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즐길 만한 가치가 있다면 가격은 문제가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로비에 있는 '우바'는 호텔 문을 들어서는 순간 입장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음악이 1층 전체에 울리죠."

1998년 뉴욕에 처음 들어선 W호텔은 10년 만에 전세계 7개국에 23개 호텔을 열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히스 총지배인은 "W의 이런 전략이 먹혀들어 스타우드그룹(웨스틴,셰라톤 등을 운영하는 호텔그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자 메리어트와 하얏트호텔 체인도 비슷한 컨셉트의 호텔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에 온 지 1년반 된 히스 총지배인은 한국을 '맛있는 음식의 나라'라고 극찬했다. 갈비와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그는 식도락 탓에 몸이 10㎏ 이상 불었단다. "지난주에 흑염소탕을 먹었습니다. 맛도 좋고 지친 체력을 보강할 수 있는 훌륭한 요리였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키친'의 메뉴에 비빔밥과 횡성한우 스테이크를 추가했는데 인기가 좋습니다. 여기에 흑염소탕도 메뉴에 넣을까 고려 중입니다(웃음)."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입력: 2008-08-19 18:28 / 수정: 2008-08-20 09:56

女心 훔친 로제와인 `들꽃`에서 `디바`로…

와인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얼마 전 눈길을 끄는 통계가 발표됐다. 지난해 처음으로 로제 와인 판매량이 전체의 22%로 화이트 와인(18%)을 앞지른 것.또 영국에서는 로제 와인 소비가 지난 5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요즘 로제 와인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로제 와인은 그동안 레드 와인에 묻혀 오랜 시간 빛을 받지 못한 '들꽃'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최근 다양성과 개성을 추구하는 와인 애호가들과 여성들의 사랑을 받으며 와인시장의 새로운 '디바'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의 로제 와인 생산지로는 남부 프로방스 지방,론 지방의 타벨,중서부 루아르 지방의 앙주 등이 손꼽힌다. 프로방스는 연간 1억병가량의 와인을 생산하는데 이 중 70% 이상이 로제 와인이다. 프로방스의 로제 와인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색이 옅고 타닌 함유량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프로방스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리는 도멘 느 오트의 '방돌 로제'(8만원대)가 대표적인 와인으로 그르나슈,생소(cinsault) 품종,무르베드르,시라 4개 포도 품종을 블렌딩해 만든다. 색은 옅은 장밋빛을 띠지만 맛은 매우 드라이하고 향이 강하다.

타벨 지역에서는 주로 그르나슈 품종으로 로제를 생산하며,생소 등을 혼합해 만들기도 한다. 주황빛이 감돌며 향이 풍부하고 타닌감이 상대적이 강하고 단맛이 적은 것이 특징.'엠 샤푸티에 타벨로제'(3만원대)는 연한 황갈색을 띠며 잘 익은 살구향에 탄탄한 구조감을 갖춘 와인으로 로버트 파커로부터 88점을 받았다. 칠링해서 식전주로도 즐겨 마신다.

앙주에서는 주로 밝고 환한 색의 로제 와인을 생산한다. 1170년에 설립된 샤토 드 페스레는 수세기 동안 여러 주인을 거치다 1991년에 가스통 레노트르가 인수해 재정비했다. '샤토 드 페스레 로제 앙주'(2만원대)는 그롤로(70%),카베르네 프랑(30%)을 블렌딩해 만들었으며 과일향과 함께 옅은 감초향이 균형을 이뤄 가벼운 여운을 남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로 생산되는 '화이트 진판델'은 불그스름하다는 뜻을 담고 있는 '블러시 와인'으로도 불리기도 한다. 미국에서 로제 와인이 등장한 것은 우연이었다. 1972년 셔터홈이라는 양조장에서 포도 품종의 일종인 진판델을 대량으로 발효하던 중 시설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들은 발효가 중단된 와인을 처분하기 위해 '화이트 진판델'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색이 옅어 화이트라는 이름을 붙인 이 와인은 달콤한 맛으로 예상 밖의 인기를 얻었고,이후 많은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화이트 진판델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셔터홈 화이트 진판델'(2만원)은 핑크빛에 딸기,수박의 향이 인상적이다. 딸기.로즈베리.시트러스 향과 미세한 기포가 느껴지는 갤로사(社)의 '터닝리프 화이트 진판델'(1만5000원)과 함께 미국의 가장 대중적인 로제 와인으로 손꼽힌다.

스페인은 '고품질.합리적 가격' 전략으로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템프라뇨','가르나챠','보발' 등과 같은 스페인 토착 품종으로 만들어 다른 품종의 로제 와인에 비해 색깔이 진하고 화려하며 질감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북부 리오하 지역에 1970년 설립된 와이너리 마르케스 데 카세레스가 생산하는 '마르케스 데 카세레스 로사도'(2만5000원)는 템프라뇨(80%)와 가르나차(20%)를 블렌딩해 만들었다. '로사도'는 '로제'의 스페인식 발음이다. 짙은 체리색깔에 꽃향기가 풍부하다. '블루넌 핑크 아이스'(4만5000원)는 독일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블루넌이 2003년부터 스페인 중동부 발렌시아 지역에서 생산한다. 템프라뇨(85%)와 그르나슈(15%)를 블렌딩해 만들었으며 잔에 얼음을 넣고 마실 때 맛과 향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진 독특한 와인이다.

톡 쏘는 탄산이 매력적인 스파클링 와인에도 로제가 있다. 본래 로제 와인은 레드 와인 품종으로만 만들도록 제한돼 있으나,샹파뉴 지방에서 로제 샴페인을 만들 때만 예외적으로 레드와 화이트를 섞어 만들기도 한다. 로제 샴페인은 청포도인 샤르도네와 적포도 피노누아를 블렌딩해 만든다. '동 페리뇽 로제 1998'(60만원대)은 최고급 로제 샴페인으로 풍부한 향과 약한 떫은 끝맛이 인상적이며 일반 로제 와인과는 달리 9~11년의 병 숙성을 거쳐도 로제 와인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다.

이 밖에 로제 스파클링 와인으로는 '간치아 브라케토 다퀴'(3만2000원)가 있다. 이탈리아의 다퀴 지역에서 만든 와인으로 과일향과 장미향의 여운이 길게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입력: 2008-08-22 18:20 / 수정: 2008-08-23 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