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2 이후 엔씨소프트는 뭐했나 [게임이야기] 2007/12/09 2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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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일산 한국국제전시장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지스타2007에서 엔씨소프트는 주목할 만한 발표를 했다.3000억원에 달하는 현금보유고를 인수합병 (M&A)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재호 엔씨소프트 부사장은 “엔씨소프트가 현재 보유한 현금 규모는 3000억원을 초과한다”며 “적정수준 이상의 현금보유는 주주에 대한 죄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이 부사장은 “이 자산이 주주들의 것임을 알고 있고 합리적인 투자를 단행했어야 하는데 적극적인 투자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백번 맞는 말이고 절로 무릎을 치게 하는 발언이다.스스로 인정하듯 국내 게임업체의 맏형이라 불리는 엔씨소프트는 지난 10년간 덩치를 키우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리니지 시리즈와 후속작 개발에 매달리다 보니 대작 게임은 계속 선보였지만 자체 성장에만 의존할 뿐 외부의 성장 동력을 얻어오지 못했다.NHN이 게임개발사 네오플을,넥슨이 모바일게임업체 엔텔리젼트를 인수하는 등 일부 업체간 M&A가 있었지만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대규모 M&A는 이뤄지지 않았다.그 동안 해외 메이저 게임사들은 몸집을 불려 온라인게임 시장에 진출했다.

<엔씨소프트 대표 게임 리니지>

 물론 M&A가 항상 답인 것은 아니다.오히려 그로 인해 위기가 더 빨리 찾아왔을 수도 있다.하지만 M&A가 아니었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했어야 했다.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엔씨소프트는 매년 그렇게 이익을 내면서 차세대 성장 동력을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M&A나 하다못해 적극적인 제휴만 고려했어도 한국 게임업체들이 취약한 비디오게임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등 플랫폼을 다각화하거나 글로벌 능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판타그램과 같이 국내에도 비디오게임에 강점을 보인 개발사들이 다수 있다.또 해외 비디오게임업체들에 대해 보다 공격적으로 나섰다면 글로벌 서비스 기반을 닦는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국내외 주식시장 상장을 통한 자본 조달도 훨씬 용이해질 가능성이 높다.

 

 엔씨소프트가 이제까지 아무런 행동을 하지 못한 것은 게임을 보는 눈은 있었을지 몰라도 게임산업을 보는 눈은 없었기 때문이다.간단히 말해서 전략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개별 전술에서는 훌륭했지만 장기적인 전략은 부재했다.그저 눈 앞의 일을 해결하고 그때 그때 돈 벌기에 바빴다.김택진 사장이 게임산업의 미래를 보는 눈이 있었다면,아니 하다못해 본인에게 그런 눈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전문가라도 영입했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엔씨소프트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항상 나는 엔씨소프트는 게임업계의 맏형격이되 맏형이 아니고,리더이되 리더가 아니며,최대 게임업체의 자격이 없다고 말해 왔다.그것은 김택진 사장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엔씨소프트에게는 게임 산업을 걱정하는 마음이 없다.게임산업협회에 대한 엔씨소프트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엔씨소프트가 문화원정대 행사를 할 때마다 열이 치밀어 오른다.

 아니 지금 산업이 이모양인데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이건 뭐 사회공헌 행사도 아니고 엔씨소프트의 가치를 높이거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문화원정대가 엔씨소프트나 한국게임업계,아니면 하다못해 리니지와 무슨 상관이 있나? 그저 김택진 사장이 좋아하니깐 벌이는 행사다.요즘엔 우주 문화 원정대까지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한가하게 문화원정대를 하고 있을 때 정부 규제는 더 강화됐고,바다이야기로 게임업계는 더 어려워졌으며 게임산업은 리더 부재로 표류해왔다.리니지의 아이템 거래 문제는 점점 더 커졌고 중국인들의 작업장과 해킹은 심해졌으며 리니지 아류작들이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에 들어와 설쳐대고 있다.

 백번 한탄을 하고 있으면 뭐 하겠는가.그나마 지금이라도 엔씨소프트가 이런 것을 인정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진심으로 한 말이길 바랄 뿐이다.한정현 고려대학교 컴퓨터통신공학부 교수의 말이 백번 지당하다. “게임을 산업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관점 자체가 없었던 것이 게임 산업의 위기를 낳았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댓글(6) l 트랙백(0) l 스크랩
지스타 참관기(3)-홍기화 위원장의 변명 [게임이야기] 2007/11/12 0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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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썼던 지스타 참관기 1,2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상황이 이러니 지스타 개막일 첫날 첫 행사였던 지스타조직위원회 기자간담회 분위기가 좋았을 리가 없다.전국에서 온 80여명의 기자들은 지스타의 문제점에 대해 집요하게 캐물었다.

 “지스타가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것은 지스타 참가 메리트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돈은 많이 받으면서 혜택은 없는 이런 방식으로는 앞으로도 업계의 참가를 유도하기 힘들 것 같다.대책을 말해 달라”
 “장소 문제가 1회때부터 거론되고 있는데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다.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
 “참가업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지스타 조직위가 너무 일을 안 한 것 아니냐?”
 “해외업체는 거의 없고,콘솔게임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사실상 국제 게임 전시회는 포기한 것 아니냐”
 “굳이 수능을 코앞에 둔 시점에 게임 전시회를 열 필요가 있는가,시기 문제를 재검토해 달라”

 조직위 입장에서 보면 민감한 질문들 투성이었다.하지만 홍기화 조직위원장은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시기나 장소 문제가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알지만 우리가 볼 때는 시기나 장소 보다는 게임 전시회를 일관되게 운영하면서 정착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다 보니 참여 업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지 조직위가 일을 안 한 것은 아니다.우리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여기 계신 기자들은 모두 게임 산업을 진흥하자는 데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가.좀 협조해 달라.”

 홍기화 위원장이 결코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그리고 조직위의 어려움과 운영상의 고충도 얼마쯤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게임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부정적인 여론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그러기에 더욱 씁쓸한 지스타였다.현재의 지스타 체제에서는 게임산업을 부흥시킬 실마리도,탈출구도 보이지 않는다.이것은 협소한 한국 게임 시장이 가진 한계인가,시대 흐름을 잘못 읽은 때문인가.미국도,일본도 B2C 방식의 게임 전시회를 축소하고 있는 시대에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지스타, 홍기화 댓글(2) l 트랙백(0) l 스크랩
지스타 참관기(2)-위기의 지스타,위기의 한국 게임산업 [게임이야기] 2007/11/11 18: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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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전에 올린 글을 통해 제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분들께 국제 게임 전시회를 표방한 지스타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전했다.나 자신의 개인적인 판단을 올리기 전에 게임 분야에서 나보다 훨씬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지켜보고,연구하고,직접 비즈니스를 해 온 사람들의 시각을 전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이번에는 내가 본 시각에서 지스타 관람평을 써보고자 한다.

◆위기의 지스타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지스타의 현실은 ‘위기’라는 한 마디 말로 압축할 수 있다.백 마디 말이 필요없다.전시장에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그것을 느낄 수 있다.경기도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의 3홀과 4홀에 걸쳐서 구축된 지스타2007 B2C 전시장의 3홀쪽 입구에는 Xbox360부스가,4홀쪽 입구에는 GPAX가 데드식스란 게임명으로 부스를 구성한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휑~한 전시관>

 데드식스 부스는 조금 낫지만 Xbox360부스는 ‘성의 없음’ 그 자체였다.아마 도쿄게임쇼나 E3 등 다른 국제 게임 전시회를 가 본 사람들이라면 그 곳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전시관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알 것이다.지스타 Xbox 전시관은 ‘전시관의 치욕’이라고 불렸던 작년 Xbox 전시관보다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버스를 한 대 배치해 성의 표시를 하려고 한 것 같지만 부스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휑함은 더 심해졌다.
 그럼에도 더욱 가슴아픈 것은 그래도 Xbox 전시관에 사람이 제법 많았다는 것이다.왜? 그래도 여기서는 간단하게 즐길만한 게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비록 돈은 거의 들이지 않고,마치 등떠밀려 구성한 듯한 전시관이었지만 할 만한 게임 콘텐츠가 있다는 면에서 Xbox 전시관은 실용적이었다.
 150여개 업체가 전시관을 구성했다고 지스타 조직위는 발표했지만 관람객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업체 부스 수는 10개 남짓이다.나머지는 모르고 지나칠 정도의 부스이거나 시늉만 낸 부스들이었다.참여 업체가 많지 않고 신작 게임이 부족하니 게임 전시회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

◆시간이 아깝다!!
 지스타 관람료는 5000원.사전 등록을 한 경우는 3000원이다.기자들은 프레스 출입증을 따로 받기 때문에 따로 관람료를 받지는 않는다.하지만 작심하고 지스타를 취재하러 간 입장에서 돈보다 더욱 중요한 시간이 아까운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아침 8시에 도착해서 오후 6시까지 있었지만 결론은 ‘시간이 아깝다’였다.오전 10시부터 관람을 시작할 경우 아무리 꼼꼼이 들여다봐도 2시간이면 충분했다.3박4일동안 봐도 다 못 보는 예전 E3 같은 대회는 물론이고 하루가 부족했던 도쿄게임쇼와도 비교할 바가 못 됐다.
 지스타의 모습은 한국 온라인게임의 현실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영렬 문화관광부 게임산업팀장도 “지스타의 진행 상황을 보면서 한국 게임산업이 크게 위축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탄식했다.

◆새로운 게임은 없어도 관람객은 북적.
 이렇듯 형편없는 지스타의 외형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은 북적댔다.전체적으로 관람객 숫자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이니,면적당 관람객 수는 훨씬 많은 셈이다.부스 규모가 지난해의 절반 정도로 축소됐는데 관람객이 비슷하게 들어왔으니 KINTEX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 것 처럼 보였다.
 신작 게임도 별로 없고,참가사도 적었는데 관객은 왜 지스타를 많이 찾았을까? 일단 관람료가 싸다.물론 그 비용도 아깝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그리고 초기부터 걸스타로 비아냥을 들을 만큼 지스타의 핵심은 늘씬한 여성 도우미들이다.도우미들을 보려고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실제로 부스를 돌아다녀 보면 게임을 해보는 사람보다 도우미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더 많다.
 와서 하루종일 도우미 사진만 찍어가는 사람들이 과연 정말 게임 콘텐츠에 관심이 있을까?이런 장면을 보는 참가업체 관계자들의 속은 어떨까?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면 전시회 참여를 안하게 되는 것이다.게임 홍보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일반 관람객으로 북적인 한게임 부스>

 개인적으로는 한국 사람들의 게임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볼 게 많지 않음에도 아이들 손을 붙잡고 온 부모들이나 학교를 파하고 교복 차림으로 곧장 온 학생들의 모습에서 게임에 대한 관심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꼈다.게임은 여전히 즐거움을 주는 최고의 콘텐츠이고 누구나 값싸게 즐길 수 있는 국민 엔터테인먼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나온 게임 보다는 레이싱걸이나 수퍼모델급 수준의 모델들 사진을 찍으려고 오는 사람들이 태반이고 기념품 건지려고 오거나 공연때문에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현실이었다.물론 이런 것이 게임 전시회의 흥을 돋구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고 이로 인해 인파가 몰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런 요소(공연,기념품,모델 등)가 게임 전시회의 본질적인 면은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요소다.있으면 좋고,없으면 그만인 것이다.조직위원회가 이런 것을 내세워 지스타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식으로 포장을 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전시 준비에 한창인 엔씨소프트부스 도우미들>

지스타, 온라인게임 댓글(2) l 트랙백(209) l 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