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당신의 삶을 바꾸는 정보혁명 [책 다시 보기] 2009/02/18 16:19:00
트랙백 주소 :

미국의 파워블로거이자 대학 교수인 Hugh Hewitt이 2005년에 쓴 ‘Blog:Understanding the Information Reformation That’s Changing Your World‘는 나로선 오래전부터 읽어보고 싶었지만,온갖 핑계를 대며 안보던 책 중 하나였다.

 

번역본이 없는데 시간이 없어서,이미 사 놓은 다른 책을 보고 난 뒤에 보려고,이미 좀 오래 전에 나온 책이라 시의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어서 등등.

 

그래도 결국 미국에 와서 이 책을 읽게 됐다.UC Berkeley 도서관에 가서 다른 책을 찾다가 서가에 꽂힌 이 책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서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블로그의 붐으로 인한 정보 혁명을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으로 인한 사회상의 변화에 비견할 정도로 큰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일단 이런 전제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용이 상당히 끌렸다)

 

왜 이 정도로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나?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은 당시 가장 권위있는 성경에 대한 번역,해석 등의 기능과 권한을 일반인들에게 풀어놓았기 때문.즉 가장 강력한 미디어에 대한 접근성을 대중화했다고 할 수 있다.그가 이런 것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구텐베르크가 활자 인쇄술을 고안했기 때문인데,책을 만드는데 비용과 시간이 놀랄만큼 감소하면서 루터의 종교 개혁이 빛을 발한 것이다.

 

 즉 루터는 죄의 사함과 영원한 구원이 당시 교회가 파는 면죄부를 사는 것에 있지 않고 오직 성경에 의해서만 가능하며 하나님은 교회가 파는 면죄부를 통해서가 아니라 인격적으로 신앙인 개개인과 직접 만나 소통한다는 것을 주장했고 이것을 책으로 발간해 대중에게 전파했다. 성경에 대한 접근과 해석이 교회의 극소수 성직자에게만 한정됐던 것이 그로 인해 모든 이에게 개방됐다는 점이다.(즉 저자는 루터가 그런 주장을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방법론적으로 이것이 활자술의 발달로 인해 아주 쉽고 빠르게 일반인에게 전파되고 일반인들이 직접 성경의 해석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에 포인트를 둔 것이다.)

 

어쨌든,루터의 종교 개혁은 당시 가장 권위있는 미디어인 성경에 대해 일반인의 접근을 허락했다는 점에서 미디어의 변화를 통해 종교 개혁 뿐 아니라 대중으로 하여금 자신을 표현하게 하고 신앙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한편 문화적인 혁신까지 이루어낸 것이다.

 

현재의 블로그 역시 이와 마찬가지라는 것이 저자 주장의 요점이다. 블로그로 인한 정보 혁명은 기존 대형 미디어기업들만이 할 수 있었던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이에 대한 분석,해설 등을 대중에게로 확장시켰다.(물론 이것은 블로그만이 한 것은 아니다.)블로그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루터의 사례에서 활자 인쇄술의 발명이 있었던 것처럼 인터넷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명쾌하다. 블로그 혁명 시기에 당신은,또는 당신의 회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블로그 혁명을 종교 개혁에 비유하고 있는 그이기 때문에 그런 context에서 그의 질문을 이해하면 된다.

 

종교 개혁 시기에 당신이 교황이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당신이 수도사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변화를 인정하고 스스로 변화를 선택했을 것인가,아니면 그런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의 관습에 더욱 집착했을 것인가? 당신이 과거 성경을 접하고 해석하는 권한을 갖지 못했던 일반 대중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인가? 변화의 시기에 과거의 삶을 그대로 유지했을 것인가,아니면 변화를 인지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람으로의 변신을 꾀했을 것인가.

 

블로그로 인한 정보 혁명의 시대에 당신은,당신의 회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당신이 기자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당신의 회사가 미디어그룹이라면 당신은 그 회사가 어떤 선택을 하도록 조언하거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당신이 블로거라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과거 종교 개혁 시기에 일반인들이 했던 다양한 반응에 비춰볼 때 합리적인 대응이 될 것인가.

 

흔히 지금 미디어의 변화를 ‘perfect storm’ 이라고들 한다. 이 책의 저자인 Hugh Hewitt 역시 Blog Swarm이 media storm으로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폭풍이 이미 몰아치고 있다면 별로 대응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폭풍이 몰아치지 않았고, 그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라면,누구든 준비에 나설 것이다.

 

그 준비를 언제,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궁금하신 분은 책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블로그, 정보혁명, 미디어, 종교개혁, 퍼펙트스톰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베트남,10000일의 전쟁 [책 다시 보기] 2008/12/19 10:24:00
트랙백 주소 :
혹시 조만간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지? 아니면 언젠가 한번쯤 베트남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나는 그런 분들에게 숱한 베트남 관련 여행 서적보다 마이클 매클리어라는 CBC 특파원이 쓴 '베트남 10000일의 전쟁'(을유문화사)이란 책을 권한다.

베트남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던 나였지만 이 책은 단숨에 나의 이런 무관심을 호기심으로 바꿔 놓았다.

제목에서 예상하듯 이 책은 베트남전쟁에 대한 내용이다.그리고 미국의 기자가 썼기 때문에 미국이 얼마나 이 전쟁을 무책임하게 시작했고 승산없는 싸움을 했는지,아울러 베트남을 희생양으로 만든 당시 국제정치적인 상황과 열강들의 치열한 외교전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때론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전달되는 것이 있는 법.저자가 얼마나 의도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오히려 미국의 그런 '목표와 전략이 없었던 전쟁'보다는 베트남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독립을 갈망해 왔으며 지치지 않고 꾸준히 이를 위해 자신들의 방식으로 싸워왔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즉 베트남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싸웠고,미국은 자신들의 방식대로 싸우지 못한 것 같다.이것이 승패를 갈랐다.

나는 베트남은 출장으로 몇 차례 다녀온 게 전부지만,'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개발도상국'이라는 베트남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느낌을 베트남의 거리에서 받았다.뭐랄까.억척스럽다고 해야 할까.베트남 사람들은 눈빛이 강했다.나는 베트남 시내 곳곳에서 또는 제법 유명하다고 알려진 관광지를 다니면서도 베트남 전통 의상과 모자를 쓰고 우두커니 거리에 서서 관광객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베트남 소녀들을 쉽사리 볼 수 있었다.

그 눈빛은 외국인에 대한 단순한 동경이나 호기심이 아닌 것 같았다.그렇다고 적개심도 아니었다.강렬한 투지라고 해야 할까.어떤 일이 있어도 결코 꺾이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눈빛.

베트남 10000일의 전쟁을 읽으면 그런 베트남 사람들의 눈빛을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왜 그들이 그런 눈빛으로 외국인들을 쳐다보는지.그리고 그건 결코 한이 서린 눈빛이 아니다.말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베트남, 월남전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소유의 종말? 접속의 시대! [책 다시 보기] 2008/12/15 15:21:00
트랙백 주소 :

오랫동안 책장에 꽂아 놓고 읽지 않는 그런 책이 아마 누구나 집에서 뒤져보면 꽤 나올 것이다.'노동의 종말'로 유명한 제러미 리프킨이 쓴 '소유의 종말'은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벌써 몇 해전인가 선배가 "니가 읽으면 좋을 것 같다"며 준 것인데,제목을 보고 "앞으론 그럼 렌트의 시대가 온다는 얘긴가?'하며 별 흥미를 못 느끼고 책장 구석에 뒀었다.

갑자기 흥미가 생긴 것은 아주 우연히 다른 책을 찾다가 이 책의 원제를 보고 나서부터였다.소유의 종말의 원제는 'The Age of Access'.굳이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자면 '접속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아마 출판사에서 저자가 워낙 노동의 종말이라는 책으로 유명해졌기 때문에 이를 마치 연상시키는 제목으로 번역을 한 것 같았다.

내 입장에선 원제를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고나 할까.물론 이 책은 개인의 소유로 상징되는 자본주의 세계가 소유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소유의 종말'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지만,기본적으로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접속의 시대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즉 뭔가가 끝났다는 과거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미래학적인 저술이다.

역시 석학의 반열에 오르면 하나의 현상을 보면서 좀 더 깊이있는 의미를 도출할 수 있는걸까.비록 좀 시간이 지난 책이지만(2000년에 쓰여졌다) 지금 읽어봐도 인터넷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현실 세계를 바라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의미있게 와 닿는 구절은 많지만 몇 개만 뽑아보면,

'시장은 네트워크에게 자리를 내주며 소유는 접속으로 바뀌는 추세다.'
'예전에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장의 주역이었지만 이제는 공급자와 사용자가 주역이다.'
'접속 중심의 구도에서 기업의 성공은 시장에서 그때그때 팔아치우는 양보다는 고객과 장기적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점점 좌우된다.상품과 서비스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데 유념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가 속도의 경제로 바뀌고 있다.'

그가 규정한 소유의 시대로서의 산업 자본주의 종말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그가 이미 이런 생각을 1990년대 중반부터 했다는 것,그리고 그것을 이런 책으로 자세히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학자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서평을 쓰면서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만큼 그는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의 미래와 새롭게 등장할직업,변화될 사람들의 생활에 대해 거론했다.자동차 대리점의 운명과 자동차 대여점의 등장,앞으로 사람들의 생활은 장시간 소유하는 것보다는 빌려쓰고 빨리 다음 버전으로 옮겨가는 것이 중요해지며 경쟁 자체가 시간 싸움으로 변화될 것이란 점 등등...

그가 한 말 중에 가장 의미 심장한 것은 앞으로의 시대가-사실은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지금의 시대다.-재산의 소유 그리고 상품화로상징되던 자본주의의 여정을 끝내고 '시간과 체험의 상품화'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는 것이다.결국은 우리의 삶까지도 점점 상품화된다는 것이다.변화와 혁신이 빨라질수록 사람들은 소유에 따르는 비용과 책임을 부담스러워하게 되고-그의 얘기를 듣자면 집,차 등 고정 자본에 대한 지출은 줄이는 것이 좋다.뭐든 빌려 쓰는 게 최고다.-이런 시대에 소유에 집착하는 것은 여러모로 불리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우리의 삶까지 상품화된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예견이다.린든랩이 만든 세컨드라이프는 우리의 삶이 온라인에서 상품화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 예가 아닐지..물론 리프킨이 말하는 것은 이런 차원의 것만이 아니다.개인이 겪은 경험과 고유한 삶 자체가 접속이라는 방식을 통해 공유되고 교환되면서 상품화되는 과정을 예상한 것이다.

이런 변화와 혁신이 지속되는 삶에서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더 행복해질까? 그는 그에 대해선 답을 하지 않았다.다만 그런 질문은 행간에서 던지고 있었다.행복에 대해서만큼은 그도 자신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인터넷, 소유의 종말, 접속, 웹2.0, 제러미 러프킨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