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고 있는가 [夢幻泡影-살아가는 이야기] 2009/04/21 14: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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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새벽에-오전 5시 30분쯤?- 베이 브리지(Bay Bridge)를 넘어 샌프란시스코로 가곤 한다.내가 사는 Emeryville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가야 하는 이 다리를 갈 때마다 항상 놀라는 것은 그 이른 새벽에 차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아직 동이 트지도 않은-섬머타임때문에 이전 기준으로는 새벽 4시30분인 셈이다-새벽인데 베이 브리지의 5차선 도로가 차량들의 불빛으로 가득차 있다.어떨 때는 속도를 내기 힘들 정도다.

이 많은 사람들이 이 이른 시간에 다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이들은 어딜 향해 그렇게 열심히 달려가고 있을까.이 길고 긴 다리 너머에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어떤 존재가 있는 걸까.

미국 생활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많이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물론 그만큼 한국보다 외롭기는 하다.나처럼 가족과 함께 계속 같이 있는 사람은 좀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나 역시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전화도 안 걸려오고,찾는 사람도 없고,별로 약속도 없는)을 살고 있다.가족도 없이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이보다 더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참으로 쓸쓸해보인다.아니 쓸쓸하기보다는 고독하고 강인해 보인다고 할까..모두가 외롭기 떄문에 각자 자기 자신의 내면에 깊이 몰입하고(그럴 시간이 많으니깐) 자아가 아주 단단해져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누군가 남이 들어올 틈도 많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는 곳이다.간섭도 많지 않고 자유롭다는 것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그 아주 단순한 원리를 완전하게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그 무거운 책임 떄문에 그 새벽부터 어딘가를 향해 질주하는 것일까.

한국에서는 바쁘다는 핑계-사실 구실에 불과하지만-로 애써 미뤄뒀던 그런 질문을 여기선 많이 하게 된다.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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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보다 No를 먼저 배운다 [夢幻泡影-살아가는 이야기] 2009/02/17 12: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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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이면 세돌이 되는 딸 아이를 이곳에 있는 어린이집(Preschool)에 보내면서 나는 유심히 관찰을 하고 있다.어른도 쉽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 어린 아이가 어떻게 적응해가는지,물론 걱정도 걱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가 무엇을 배우고 깨닫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페이스를 조절해나가기 위해서다.

딸아이는 이곳 Emeryville에 있는 Emeryville Child Development Center라는 곳에 다니고 있다.나름 Emeryville 시에 소속돼 시의 지원을 받는 비교적 준수한 어린이집이라고 한다.나로서는 이곳이 좀 엄격하게 아이들을 훈육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흑인,백인,동양계,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이 복잡하게 섞여 있어 다문화를 체험하기에 좋을 듯 싶어 딸아이를 이곳에 보내게 됐다.

처음 한 주 동안은 말이 전혀 안통해서 힘들어하던 아이가 2주째로 접어들면서 이상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영어도 아니고,분명히 한국어도 아닌..(아마 말이 섞이는 과정인 것 같다)

그러더니 어느날 'No!'라고 말을 했다.자기가 맘에 안들거나 하기 싫은 일에 대해 강하게 소리치기 시작한 것이다.그 다음날부터는 'Come on'이라는(그렇게 들리기만 했는진 모르지만) 말도 했다.

아내가 그 모습을 보고 한 마디 했다. "얘는 Yes를 배우기 전에 No 부터 배웠네"

아마 새로운 환경이 힘들어서이기 때문일 거다.어린아이에게도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기에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거부하는 것부터 배운 것일 수 있다.생각해보면 하지 말라는 것만 빼고는 다 해도 되는 이 나라에선 분명하게 거부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다만 그만큼 힘들어하는 것 같기도 해 안쓰럽기도 하다.

평소에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어린이집 후기 등을 잘 보지 않았지만 이곳에 와서는 나도 긴장이 됐는지 그런 후기들을 샅샅이 찾아 읽어보고 있다.여전히 그 두마디 말고는 자기 의사 표현을 못하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당분간 힘들 날이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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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삶도 가능하구나 [夢幻泡影-살아가는 이야기] 2009/02/17 10: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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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정확히 말하면 San Francisco도 아니고 Berkeley도 아닌,Emeryville이라는 곳이다.
마치 무슨 마을같은 이름을 가진 이곳은 인구 5000명의 작은 도시인데,북쪽으로는 리치몬드,동북쪽으로 버클리,남쪽으로는 오클랜드를 두고 있다.

처음에 San Francisco 국제 공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친구 차를 타고 Bay Bridge를 건너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런 데서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바다로 둘러싸인 San Francisco와 해변의 집들,한가로이(사실은 치열하게 먹이를 찾는) 날아다니는 갈매기들,바닷바람을 이겨내며 서 있는 아름드리 나무들,마치 영화에 나오는 듯한 그런 풍경을 보면서,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살게 된 곳이 그랬다.Emeryville에서도 바다쪽으로 툭 튀어나온 곳에 자리잡은 지역에 있는 아파트단지에 나는 살고 있는데,집 바로 앞이 바다였다!!!! (집을 급하게 구하면서 친구가 수고를 해줬는데,나는 그곳에 도착하기까지 정확히 내가 살 집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있었다.)

뜨겁게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이 부서지는 그런 바다가 집 앞에 끝없이 펼쳐져 있고  옛날 조류도감에서나 보던 온갖 새들을 물위에서,또는 하늘에서 발견할 수 있다.밤에는 뱃고동 소리를 들으면서 잠이 들고 아침에 일어나 집 앞의 바다로 나가면 썰물로 인해 형성된 거대한 갯벌이 해변에 형성돼는가하면 이름도 잘 모르는 해양 생물들이 갯벌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노을이 질 무렵엔 청둥오리들이 V자를 그리면서 수평선 위로 날아가고 해질 무렵 아파트 단지엔 너구리(로 보이는 동물)가 수시로 다니며 부지런히 먹이감을 찾는다.  
집 앞 공원에는 마치 어린 시절 읽던 동화에나 나올 법한 거대한 나무가 홀로 바다를 바라보며 우뚝 서 있고 그 아래 벤치에는 빨간머리 앤이 길버트를 만나기 위해 기다릴 듯한 그런 분위기다.

그야말로 대자연의 한 복판에 살고 있지만 차를 몰고 2분만 나가면 IKEA,Circuit City,Ross,Safeway를 비롯한 다양한 미국식 대형 체인점들이 나온다.참으로 균형이 잘 잡힌 도시다.

종합해 보면,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무슨 이런 곳이 다 있단 말인가...마치 이제껏 속고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이렇게 살 수도 있는데,나는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나 싶기도 하다.또 한편으로는 결국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텐데,이 곳을 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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