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폐막한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가 금메달을 땄던 감동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그런데 한국에 두번이나 참패하고, 동메달 하나 못 건진 일본의 국민들도 아직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물론 그 분노는 일본 야구 대표팀을 이끈 호시노 센이치 감독(61)을 향한 것이죠.

 

 올림픽 이후 호시노 감독은 일본에서 ‘공공의 적’이 됐습니다.올림픽 야구에서 일본이 4위에 그친 것의 모든 책임은 호시노 감독 몫이 돼버렸죠.베이징에서 했던 그의 말과 행동 작전 전략은 모두 시비거리 비판거리가 되고 있습니다.일본의 대부분 언론과 야구 관계자들은 일제히 호시노 감독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하고 있습니다.우리에겐 은인(?) 같은 분인데, 좀 불쌍하기도 합니다.

 

 한 언론은 “일본 야구팬들이 올림픽 야구를 보고 실망한 나머지 국내 프로야구까지 외면하고 있다”며 “일본 야구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건 모두 호시노 감독 책임”이라고 몰아 붙이기도 했습니다.이 정도면 거의 이지매(집단 괴롭힘) 수준이죠.

 

 마침 8월28일 발매된 일본의 유력 시사주간지인 주간문춘(週間文春) 과 주간신조(週刊新潮)도 커버스토리로 호시노 감독을 두들겨 패는 기사를 올렸습니다.주간문춘은 ‘호시노 센이치의 자폭(自爆) 전내막’이란 제목으로 그의 실패담을 적나라하게 소개했습니다.주간신조는 ‘일장기를 굴욕으로 더럽힌 호시노 대표팀-일곱가지 대죄(大罪)’라는 준엄한 제목으로 호시노를 조목조목 비난했죠.

 

주간문춘의 신문광고.[호시노 센이치의 '자폭'전내막]이 커버스토리다.

 

호시노 감독의 일곱가지 죄를 지목한 주간신조의 기사. 

 

주간신조가 지적한 호시노 감독의 일곱가지 대죄를 소개합니다.

 

①호언장담한 죄
“목표는 금메달 뿐이다.9전 전승으로 우승할 것이다.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싶다” 호시노 감독은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그래서 일본 국민들의 기대도 더욱 컸다.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야쿠르트와 세이브 프로야구팀 감독 출신의 야구평론가 히로오카 타츠로는 “반드시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말은 무슨 근거에서 나온 건가.(호시노 감독은) 상대의 전력을 좀더 세밀하게 분석하고, 좀더 겸허한 말로 시합에 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②올림픽 야구 연구부족 죄
호시노 감독은 미국과의 3,4위전에 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스트라이크 존이 국내 프로야구와 달라 투수나 타자들이 모두 애를 먹었다”고 호소했다.이에 대해 야구해설가 에토모 다케노리 “지금 무슨 소리 하고 있는 거냐.”며 흥분했다.“국제대회의 스트라이크 존이 일본 프로야구와 다른 것은 처음부터 알았어야 했던 것”이란 게 그의 지적이다.일본 야구계 원로들은 진작부터 호시노 감독에게 국제대회의 경험과 전략을 담은 보고서를 건네주고 연구할 것을 권했다.그러나 그가 그 보고서를 읽어 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③대표선수 선발 미스 죄
“2006년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이치로 같은 선수가 있어서 정신면에서도 든든했다.그러나 베이징에선 호시노가 이치로를 대신할 선수를 찾지 않았다.”(야구평론가 다카하시 나오키) 또 호시노는 올림픽 대표팀 선수를 작년 프로야구 성적을 보고 뽑았다.이것도 실수다.아무리 뛰어난 선수더라도 2년 연속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작년에 성적이 좋았다는 건 올해 부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그걸 간과했다.

 

④선수 기용 실패 죄
호시노 감독의 투수 기용 실패는 대표적인 패인이었다.어떨 때는 한 타이밍 늦게, 어떨 때는 너무 성급하게 투수를 교체하는 바람에 시합을 망쳤다.1차 리그 한국전에서 직전에 포볼을 허용한 선발 투수 와다 쓰요시를 바꾸지 않아 이대호에게 동점 홈런을 맞았다.이후 한국과의 준결승전에선 너무 자주 투수를 바꿨다.호시노 감독은 자신이 키운 선수거나 자신과 인연이 있는 선수들만을 주로 기용해 선수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많았다.

 

⑤예스맨 코치단 선정 죄
호시노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을 짜면서 친구들로 예스맨 코치진을 구성했다.다부치 고이치 타격코치와 야마모토 고지 주루·수비코치는 모두 호시노 감독의 대학 동기다.야마모토는 주루·수비코치를 이번에 처음 해본 것이다.그저 친하다는 이유로 코칭스탭이 된 것.이들은 호시노에게 쓴소리를 하지 못했다.호시노 감독은 ‘벌거벗은 임금님’이었다.

 

⑥대표팀 감독을 맡은 죄
처음부터 호시노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긴 것 부터가 잘못됐다.그는 투수 출신으로 경기를 읽는 시각이 좁다.“호시노는 TV광고에도 자주 나오고, 탤런트인지 연예인인지 모를 정도다.대중적인 인기가 있다 보니 스폰서를 많이 모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장점이긴 하다.그러나 대중적 인기와 감독으로서의 자질은 별개다.”(한 야구평론가)

 

⑦프로 드림팀 구성 죄
올림픽 대표팀에 차출된 프로 선수들의 연봉 합계는 약 40억엔(약 400억원)에 달한다.이런 부자 선수들을 모아 놓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호언장담한 건 넌센스다.차리리 올림픽 대표팀은 아마츄어 선수 위주로 구성하자는 주장도 있다.그래야 아마츄어 야구 수준도 올라가고, 덩달아 프로 야구 수준도 향상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호시노 감독의 앞날이 정말 궁금합니다.

올 여름 참 더웠지요. 일본도 무지 더웠습니다. 섬나라인 일본은 특히 습기가 많은 무더위로 유명합니다. 끈적끈적하고 불쾌지수 높은 일본의 여름이지만, 한가지 매력이 있습니다.맛있는 생맥주입니다.후덥지근한 저녁 이자카야(선술집)나 식당에 들어가 시원한 생맥주 한잔 마시는 게 일본의 여름을 즐기는 방법중 하나죠.


 말이 나왔으니까 얘기지만 일본 생맥주는 참 맛있습니다.일본에 여행이나 출장을 와서 생맥주를 마셔 본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한국의 생맥주와는 정말 다릅니다.크리미한 거품에 살짝 쏘면서도 부드럽게 감기는 시원한 맛.일본에 3~5년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간 주재원들이 일본을 떠나 가장 그리운 것으로 꼽는 게 생맥주란 말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트' 생맥주입니다.산토리는 이 맥주가 '대박'을 내면서 최근 삿포로맥주를 제치고 일본내 3위 맥주업체로 부상했습니다.일본 맥주업계 1위는 기린, 2위는 아사히 입니다. chabs@hankyung.com

 

‘일본 생맥주는 왜 맛있는 걸까.’‘한국은 왜 그런 생맥주를 못 만들까.’일본에서 생맥주를 마실 때마다 이런 의문을 가졌습니다.처음엔 원료의 질이 다르거나, 맥주를 발효·정제하는 기술 등이 일본이 뛰어나서 그러려니 했습니다.그러나 알고 보니 그게 정말 중요한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일본 생맥주가 맛있는 이유에는 여러가지 분석이 있습니다만 제가 취재를 통해 나름대로 정리한 것은 다음의 세가지 입니다.

 

 첫째, 철저한 온도관리 때문입니다.생맥주의 맛은 온도관리가 열쇠입니다.이에 앞서 생맥주와 일반 맥주의 차이를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군요.생맥주는 맥아즙을 발효 숙성시켜 여과만 하고, 가열과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아 효모가 살아 있다는 게 일반 맥주와의 차이입니다.효모가 살아 있기 때문에 생(生) 맥주라고 부르는 것이죠.이 살아 있는 효모가 신선한 맛을 내는 핵심입니다.

 

 문제는 이 효모가 계속 살아 있으려면 온도 관리가 중요하다는 겁니다.효모가 살아서 생맥주가 제 맛을 낼 수 있는 최적 온도는 보통  2~3℃라고 합니다.당연히 맥주회사들은 생맥주를 출고할 때 이 온도에 내보냅니다.문제는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입에 도달할 때까지 이 온도가 유지될 수 있느냐 입니다.일본에선 그게 된답니다.냉장차 운반, 판매점에서의 냉장보관 등 철저하게 온도관리를 하기 때문이죠.

 

 근데 한국에선 이게 안된다는 겁니다.제조업체가 출고할 때는 분명히 2~3℃에 내보내는데 중간 운반과정에서, 판매점 보관 과정에서 이 온도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기 일쑤죠.서울 시내에서도 생맥주통을 LP가스통 처럼 일반 트럭에 싣고 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지 않습니까.생맥주의 생명인 온도관리가 안되는 단적인 현장이지요.그러니 한국의 생맥주는 맛이 없는 겁니다. 

 

 둘째, 판매점의 위생관리입니다.생맥주가 제 맛을 내려면 판매점에서 생맥주 통과 생맥주 따르는 기계 등을 항상 깨끗이 청소·소독하고 관리해야 한답니다.그렇지 않으면 생맥주가 전달되는 관 등에 ‘비어스톤(Beer stone)’이란 찌꺼기가 생겨 맛을 변질시킨다고 합니다.맛만 변질시키는 게 아니라 세균의 온상이 돼 소비자의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일본의 생맥주 판매점은 이 관 등을 매우 위생적으로 관리한답니다.생맥주 기계의 매뉴얼대로 매일 소독하고 청소를 하는 것이죠.무엇이든지 매뉴얼에 나온 대로 철저히 지키는 일본인들의 특성이 여기에서도 발휘되는 것이죠.하지만 한국의 많은 생맥주 판매점에선 기계의 위생관리 매뉴얼을 잘 지키지 않는다고 합니다.이게 생맥주 맛의 결정적 차이를 발생시키는 원인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신선한 맥주만 판다’는 프로정신입니다.앞서 설명했듯이 생맥주는 효모가 살아 있는 맥주인 만큼 신선도가 생명입니다.일본의 많은 술집 주인들은 생맥주를 하루 판매량 만큼만 갖다 놓고 팝니다.손님에게 그날 받아온 가장 신선한 생맥주만을 제공한다는 프로정신, 다시말해 장인정신을 갖고 있어서 이지요.하룻밤을 묵힌 생맥주를 손님에게 낸다는 걸 금기시 합니다.


 실제 일본에선 좀 늦은 시간에 음식점 등을 찾아 생맥주를 주문하면 '생맥주가 다 떨어졌다'며 병맥주를 권하는 곳이 꽤 있습니다.하루치 생맥주만 갖다 놓기 때문이죠.그러나 한국에서 생맥주 시켰는 데 '다 떨어졌다'고 하는 술집 보셨습니까. 한국의 생맥주 집에선 무조건 20ℓ짜리 제일 큰 통으로 몇개씩를 갖다 놓고 2박3일 파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신선도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맛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일본 생맥주가 맛있는 이유는 일본인들의 철저함, 매뉴얼 준수, 그리고 장인정신 등의 산물이란 생각입니다.바로 일본 경제가 강한 요소들이 생맥주 맛에도 그대로 녹아 있는 셈이죠. 한국 경제도 좀더 강해지려면 생맥주 맛부터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日니혼게이자이신문이 강한 이유
다른 신문 다 주는 독자·수익 늘어…풍부한 정보,인터넷 서비스 제한 등으로 승부

 

일본의 대부분 신문이 독자가 줄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독자가 늘고, 경상이익도 꾸준히 높여가는 신문이 있다.일본 기업 경영기획 간부의 92.8%, 개인투자가의 73.4%가 읽고, 독자의 절반 이상이 대졸 학력인 신문, 바로 일본의 대표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발행 부수(조간 기준)가 2005년말 303만부에서 올 2월 305만부로 늘었다.일본 최대 신문인 요미우리가 같은 기간중 1003만부에서 1002만부, 아사히가 815만부에서 802만부, 마이니치가 395만부에서 388만부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또 2002년 경상이익이 200억엔(약 2000억원)대 였던 요미우리 아사히 니혼게이자이중 유일하게 니혼게이자이만이 2006년 이후 400억엔대로 신장했다.나머지 신문은 여전히 200억엔대에 머물러 있다.니혼게이자이 성공은 단독 독자(니혼게이자이만 읽는 독자) 비율에서도 확인된다.이 신문의 단독 독자비율은 1991년 34.9%에서 2006년 65.9%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니혼게이자이의 성공 비결을 일본의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3가지로 분석했다.첫째 신문의 정보량이 다른 신문에 비해 많다는 점.니혼게이자이는 작년 7~12월중 하루 평균 44.9페이지(조간)를 발행했다.요미우리 40.7페이지, 아사히 40.3페이지, 마이니치 31.8페이지를 압도한다.니혼게이자이는 경제·산업 기사뿐아니라 정치·사회 기사도 충실히 다룬다.특히 1면의 경우 사진이나 그래프를 작게 써 다른 신문에 비해 기사 1~2건을 더 싣는다.
 두번째는 니혼게이자이 기사의 70%는 인터넷에 띄우지 않는다는 것.인터넷에 올리는 것도 신문 기사의 앞 부분만 올리고, 3면(종합면) 기사는 아예 제목 조차 올리지 않는다.다른 신문이 신문 기사를 거의 그대로 인터넷에 올리는 것과 대조적이다.니혼게이자이 기사는 반드시 신문을 사야만 볼 수 있다.때문에 이제 일본인은 ‘니혼게이자이를 읽는 사람’과 ‘니혼게이자이를 읽지 않는 사람’으로 분류될 정도라고 도요게이자이는 지적했다.
 마지막 비결은 니혼게이자이가 신문 뿐아니라 기업 데이터 제공 등 정보서비스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는 것.니혼게이자이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주요 기업의 재무정보와 신용평가정보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인터넷에서 유료로 팔고 있다.때문에 지난해 신문광고가 5.2% 감소해 니혼게이자이도 영업이익이 신문 부문에선 절반으로 줄었지만, 정보서비스 부문에선 크게 늘어 그룹 전체로는 20% 정도 감소하는 데 그쳤다.반면 신문·출판 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90%를 차지하는 아사히의 경우 광고 감소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이밖에도 신문 인쇄와 판매 등을 지방 신문사에 위탁함으로써 경영효율을 높인 점도 니혼게이자이가 건재한 이유중 하나라고 도요게이자이는 분석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