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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24일자 국내 신문에 일제히 보도됐던 ‘도요타자동차 오너경영 복귀’란 기사를 기억하십니까.세계 동시 불황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일본 도요타의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66)이 올 4월 정기주총에서 물러나고, 창업자 4세인 도요다 아키오(52)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을 맡게 될 것이란 기사였습니다.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국내 신문과 방송 일본특파원들이 도쿄발로 이 소식을 꽤 비중있게 전했었지요.
 

 그런데 이 기사가 ‘오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기사를 썼던 한 사람으로서 먼저 이실직고 하고, 자초지종을 설명할까 합니다.

 

전세계 언론이 받은 ‘대특종’인가

 

이 기사는 12월23일자 아사히신문에서 비롯됐습니다.이날 아사히신문은 1면 톱으로 ‘창업 71년만에 사상 첫 15000억엔(약 2조원)의 영업적자를 내게 된 도요타가 경영체제 혁신 차원에서 창업가문 출신인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을 사장에 전격 기용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저는 도요타 홍보실에 즉각 확인했습니다.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경영진 인사와 관련해선 확인해 줄 게 아무것도 없다’는 뻔한 답변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기사를 무시할 순 없었습니다.일본에서 요미우리신문 다음으로 큰 유력신문인 아사히가 1면 톱으로 썼을 때는 분명 취재가 됐기 때문으로 믿었지요.제 경험상 일본 신문(방송은 몰라도)은 거의 오보를 하지 않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취재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쓰지 않기 때문이죠.(2년 가까이 도쿄에 주재하면서 제가 눈으로 본 일본 신문의 오보는 딱 1건이었습니다.)

 

 게다가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의 경영승계는 1~2년 전부터 일본 업계에서 기정사실화됐던 것으로 사실 남은 건 ‘타이밍’뿐이었습니다.
 

 때문에 한경은 이 기사를 24일자 3면에 비중있게 다뤘습니다.다른 국내 신문과 방송도 마찬가지 였지요.물론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 외신들도 모두 아사히 보도를 인용해 이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다른 일본 신문들은 무시해
 
근데 묘한 건 그날 일본에선 석간을 비롯해 다음날 조간에서도 아사히신문 이외엔 이 기사를 아무데서도 안 다뤘다는 것입니다.전세계 언론이 거의 다 받아 쓴 아사히 기사를 정작 일본 신문들은 철저히 외면했습니다.왜 일까?

 

 첫째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둘째 취재하면 할 수록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그 배경을 마침 일본의 유력 시사주간지인 ‘주간문춘’이 최신호(1월15일자)에서 자세히 전했더군요.


 주간문춘에 따르면 아사히 기사는 ‘설 익은 사실’을 보도했다는 게 일본 언론계의 잠정결론입니다.“아사히 기사를 아침에 보고 깜짝 놀라 아무리 도요타 경영진들을 취재해도 확인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유력지 도요타 출입기자) “아사히가 확신이 있었다면 신임 사장이 될 도요다 부사장의 프로필 등을 넣었어야 했다.내 감각으로는 자신 없게 쓴 기사였다.”(A신문 경제부장)

 

 도요타 경영진 인사의 키맨으로 알려진 오쿠다 히로시 상담역도 부인했습니다.(도요타 사장 인사는 오쿠다 상담역과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의 아버지>이 1월중 논의를 시작해 2~3월께 발표하는 게 지금까지의 전례다.)

 

 오쿠다 상담역은 주간문춘의 취재에 “(아사히 기사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을 것을 쓴 것이다.왜 그런 걸 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아사히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쓴 와타나베 사장은 신문을 보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마치 경영난의 책임을 지고 사장에서 사임할 것 처럼 기사에 표현됐기 때문이죠.

 

물 먹은 아사히의 ‘오버’가능성

 

오히려 아사히 보도와 정반대의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원래는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을 금년 주총에서 사장으로 올리는 게 검토됐지만 급작스런 경영악화로 오히려 시기가 연기됐다는 설입니다.

 

 아직 52세의 젊은 나이로 경험이 부족한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에게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 직면한 도요타의 운명을 맞기는 건 무리라는 게 도요타 원로 경영진들의 공감대라는 것이죠.또 누가 사장이 되더라도 금년엔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데, 그런 악역을 창업가의 종손인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에게 맡기겠느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사히가 결정되지 않은 사실을 무리하게 기사로 썼다는 얘긴데요,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으니 고개도 끄덕여졌습니다.도요타에 따르면 아사히의 담당기자는 지난 12월에만 도요타 경영실적 전망과 관련해 2건의 기사를 크게 물먹었다는 것입니다.당연히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테고, 뭔가 새로운 특종으로 물먹은 걸 만회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을 것이란 얘기죠.같은 기자로서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어쨌든 도요타 사장의 교체 여부는 조만간 뚜껑이 열릴 겁니다.그 인사는 일본의 전경련 격인 게이단렌의 회장단 인사와도 맞물려 있습니다.왜냐구요.게이단렌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도요타의 조 후지오 회장의 임기가 오는 6월 만료됩니다.그럼 그 후임으로 도요타에서 다른 원로 경영자를 보내야 하는데, 유력 후보로 와타나베 사장이 거론되기 때문이죠.그러려면 와타나베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도요타에선 현직 사장이 대외 활용을 안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결국 와타나베 사장이 물러날 요인은 경영난 책임 말고도 또 있다는 얘깁니다.문제는 그 후임을 아사히 보도대로 창업가 출신인 도요다 아키오 부사장이 맡을지, 아니면 제 3자가 물려 받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도요타 사장 인사의 구도는 게이단렌 회장단 인사가 내정되는 1월말 이후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사히 기사를 비중있게 다룬 저로선 ‘오보’가 안되길 바라지만, 결과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