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은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내놓은 ‘현금지급 정책’을 놓고 좀 시끄럽습니다.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정부가 전국민에게 1만2000엔(우리 돈으로 약 18만원)씩을 나눠 주는 걸 추진하는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이 대책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정부가 2조엔,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약 30조원의 현금을 모든 국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줘서 소비에 쓰도록 한다는 것입니다.현금은 기본적으로 1인당 1만2000엔씩을 나눠 주는데요, 18세 미만 어린이 청소년과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선 8000엔씩 더 많은 2만엔씩을 지급할 예정입니다.그러니까 어린 자녀 2명을 둔 부부의 경우 총 6만4000엔(약 96만원), 우리 돈으로 100만원 가까운 돈을 받게 되는 겁니다.
일본 국민 70%가 반대
일본 국민 입장에선 신나는 일 아니겠습니까.정부가 거액의 공돈을 나눠준다니 말입니다.그런데 이상한 건 일본 국민들의 상당수가 이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최근 일본의 아사히신문 여론 조사결과를 보니, 70%를 넘는 국민이 ‘현금지급 정책’에 반대한다고 밝혔더군요.정부가 공짜로 돈을 줘도 싫다는 일본 국민들의 ‘이유 있는 반대’는 이렇습니다.
우선 이 정책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 입니다.일본 국민들은 10년전인 1999년 장기불황때 정부가 경기를 부양한다며 ‘지역 진흥권’이란 상품권 7000억엔 어치를 전국민에거 나눠 줬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나눠줬던 상품권중에서 20~30% 정도만 실제로 추가적인 소비에 쓰였고, 나머지는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데 그쳤습니다.덤으로 쓰라고 상품권을 나눠졌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쌀이나 식료품 등 기본적인 생활용품을 사는 데 썼던 것입니다.결국 정부가 의도했던 소비진작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이죠.오히려 상품권을 찍어서 전국민에게 나눠주는 데 들어간 행정비용 415억엔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았었습니다.
미즈호종합연구소와 같은 전문기관들도 정부의 현금 지급이 소비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에 기여하는 건 0.1~0.2%포인트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이렇게 효과는 없고, 재정만 낭비할 게 뻔한 정책을 또 들고 나왔으니 일본 국민들이 반대하는 것입니다.
돈주고 세금올리는 '조삼모사'
또하나 결정적인 이유는 일본 정부가 현금 지급 정책 등으로 재정을 펑펑 쓴 뒤에 곧바로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를 올릴 계획이기 때문입니다.일본 정부는 국민들에게 현금을 뿌린 뒤 3년후에 현재 5%인 소비세를 10%로 올린다는 방침입니다.지금도 800조엔에 달하는 최악의 재정적자 상태인 일본 정부는 재정회복을 위해 세금을 인상하겠다는 겁니다.
일본 국민 입장에선 지금 몇만엔 나눠 준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곧바로 닥쳐올 세금인상이 걱정인 것입니다.조금만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국민이라면 조삼모사 같은 일본 정부의 꼼수에 반대하는 건 당연하겠죠.
현금지급 고집 '정치적 꼼수'
근데 국민의 70%이상이 ‘돈받는 게 싫다’는 데도 굳이 현금을 나눠주겠다는 아소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당연히 정치적인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이 현금지급 정책은 오는 6월 도쿄도의원 선거에 올인(다걸기)하고 있는 공동 여당인 공명당이 고집하고 있습니다.도쿄도의원 선거에서 표를 결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현금지급 정책을 이용하려는 것이죠.
현재 중의원 임기 만료인 오는 9월 이전에는 어차피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해야 하는 아소 총리 입장에선 공명당과의 연립이 필수적입니다.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반대하더라도 정치적 연립, 더 나아가 정권 유지를 위해 현금 지급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정치가 경제를 망치기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오십보 백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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