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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2일 도쿄 소니 본사에서 열린 경영설명회.가운데가 하워드 스트링거 회장./chabs

 

일본의 대표적인 가전회사인 소니가 요즘 한마디로 죽을 쑤고 있습니다.

 

 소니는 2008회계연도(2008년4월~2009년3월) 결산에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전망입니다.우선 영업손실이 사상 최대인 2600억엔(약 3조9000억원)에 달하고, 당기순이익도 1500억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됩니다.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수익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주력인 LCD(액정표시장치) TV 등 전자부문의 실적이 급락한 탓입니다.어쨌든 소니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적자로 전락한 것은 14년 만입니다.


 소니는 이 때문에 국내 2개의 TV 공장 중 한 곳을 폐쇄하고,전세계 사업장에서 1만6000명(정규직 8000명 포함)을 해고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중입니다.올해 TV사업 투자액도 당초 계획 4300억엔에서 3800억엔으로 줄였습니다.하워드 스트링거 소니 회장은 1월2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손실을 입었다”고 고백하고, “경영진으로서 남은 책임은 빨리 대응하는 것뿐”이라고 말하더군요.한때 ‘가전 왕국’으로 불리면 세계 시장을 제패했던 소니의 오늘은 초라하기 짝이 없어 보였습니다.

 

'소니 다움'을 잃은 게 문제

 

소니가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낸 것은 세계 동시불황에 따른 제품 판매 급감과 가파른 엔고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표면적인 요인입니다.스트링거 회장은 “원래 지난해 2000억엔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갑작스런 판매감소로 2800억엔, 엔고로 600억엔의 적자요인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소니의 진짜 문제는 판매급감과 엔고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판매감소와 엔고는 소니 말고도 다른 일본 전자회사들도 똑같이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전 세계 다른 경쟁사들의 공통적인 과제이기도 합니다.

 

 세계 동시불황과 엔고라는 이중고도 문제지만 덩치가 커지면서 굳어져 버린 고비용 구조와 수년째 히트상품을 못내놓고 있는 게 소니의 근본적인 한계입니다.한마디로 ‘소니 다움’을 잃고 있다는 얘기지요.국내 경쟁사인 파나소닉은 지난해 소폭 영업흑자를 낸 반면 소니는 영업적자(2600억엔)를 낸 원인도 여기 있습니다.

 

 우선 TV사업의 고비용 구조입니다.소니는 브라운관TV 판매 호조에 안주해 LCD TV개발에 한발 늦게 참여하는 바람에 LCD패널을 독자적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현재 소니는 LCD패널을 삼성과 샤프 등 경쟁사로부터 공급 받고 있습니다.그러다 보니 LCD를 자체 생산하는 삼성이나 샤프에 비해 생산원가가 비쌀 수 밖에 없겠지요.

 

 또 소니는 일본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각 지역에서 TV개발과 설계 생산을 각각 담당합니다.개발과 설계기능 등이 분산돼 있어 인건비 등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구조입니다.“TV가 안 팔리는 것도 문제지만, 많이 팔려도 이익이 나지 않는다”(소니 경영진)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워크맨 이후 히트상품 없어

 

소니다운 히트상품을 못내놓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소니는 트랜지스터 라디오(1955년 발매) 워크맨(1970년) 등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세계 최초’‘일본 최초’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걸로 유명했습니다.그러나 LCD TV에서 박자를 놓친 이후 제대로 된 히트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그 사이 미국의 애플은 아이팟 아이폰, 닌텐도는 게임기 DS와 위(Wii) 등으로 히트를 쳤습니다.

 

 미즈호투자증권의 구라하시 노부 애널리스트는 “소니는 규모가 커지면서 톡톡 튀는 특유의 창의성을 잃었다”며 “소니의 위기극복은 ‘소니 다움’을 부활시키느냐 여부에 달렸다”고 말하더군요.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그 기업의 ‘성공 유전자’를 잃어버린 순간이 몰락의 시작이란 사실을 지금의 소니가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