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까까머리 시절, 현상액에 들어간 인화지가 피사체를 서서히 토해내는 장면에 감동을 먹은 후 인연을 맺은 사진. 지금은 질풍노도시절처럼 열정적이지 못하지만, 그래도 사진은 나의 평생 동반자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사진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은 지금에도, 나는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추구한다. 빛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그 빛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은 마음에 극단적인 풍요로움을 안겨준다.
빈둥거리며 사진 찍기— 화초 촬영 [사진이야기]

 

 

 햇살은 좋은 주말, 나가기는 귀찮고. 그냥 TV만 보고 있자니 좀 그렇고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집안 여기저기 있는 화초를 한 번 찍어봤다. 사진 소재가 꼭 멀리 나가야 있는 건 아니다.

 마침 적당히 햇살도 들어오고 해서 카메라를 들고 여기 저기 찍었다. 화분을 좀 옮겨가며 성의껏 찍으면 좀 나은 사진이 나오겠지만, 귀찮기도 해서 그냥 있는 대로 눌러댔다.

 

창으로 들어오는 광선은 화초의 작은 반짝임과 고유의 색깔을 잘 표현해 준다.

 

 집에 있는 화초를 촬영할 때도 포인트는 광선이다. 어둡다고 해서 스트로보를 터뜨리면 자연미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접사렌즈를 사용하면 또 다른 맛을 살릴 수도 있다. 접사렌즈(도구)가 없으면 렌즈 앞에 돋보기를 놓으면 근접거리를 훨씬 가깝게 할 수 있다. 그러나 화질은 장담 못한다.

요즘 줌렌즈는 어느 정도의 접사기능을 가지고 있어, 곤충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찍을 것이 아니면, 굳이 돋보기를 들이대거나, 접사도구를 사용할 필요는 없겠다. 그런데 접사를 한 번 시작하면 그 매력에 쉽게 헤어나지 못한다. 마이크로 세계의 신비함은 또 하나의 분명한 사진영역을 가지고 있다.

 

일반 렌즈도 어느 정도의 근접촬영이 가능하다.

잎파리를 반역광으로 촬영하여 질감이 살아났다.

 

 실내에서의 화초 촬영은 우선 순광보다는 역광이나 측광을 추천한다. 이러한 광선은 잎사귀나 꽃의 질감(수분 이동 경로)를 극명하게 나타내 사진을 풍성하게 해준다. 한편으로는 약한 반사광도 피사체를 부드럽게 만들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역광으로 촬영하면 색상과 디테일이 살아난다.

측광은 작은 요철들의 그림자를 만들어 질감을 증폭시킨다.

측광에 반사된 아이비의 반짝임이 귀엽다.

 

막 찍다 보면 잘 나오는 사진이 있겠지 하며 찍다 보면 (디카의 경우 필름값도 안드니..) 어쩌다 정말 마음에 드는 사진을 얻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음에 그렇게 찍으려 하면 찍을 수가 없다. 사진은 우연성이 많이 작용하는 예술이어서 꼭 의도하지 않아도 결과물이 기대 이상 나오는 수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우연일 뿐이다. 그래서 약간의 생각을 더 해서 접근해야 한다.

 광선의 방향 뿐만 아니라 노출의 조절이다. 디카의 경우는 결과물을 대충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필카보다는 용이하게 조절을 할 수 있겠다. 디카의 경우는 측광방식을 스팟 측광(똑딱이 카메라의 경우는 이 기능이 없는 경우도 있다)으로 전환하여 찍고자 하는 부분만의 노출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배경이 넓고 밝은 경우 전체 평균 노출을 주면, 역광을 받아 훌륭하게 나올 수 있는 잎의 질감이, 그냥 까만 실루엣으로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스팟 측광 기능이 없는 경우는 촬영 시 노출을 1~2스톱 과다로 세팅해서 찍는다.

 

배경이 밝은 역광 상태에서는 평균 노출보다 1~2단계 노출을 더 주어야 색깔이 산다.

난초의 잎도 노출에 따라 잎의 디테일을 살릴 수 있다.

 

 그리고 고려할 것은 피사계 심도다. 조리개를 많이 열면 핀트 맞는 범위가 좁아진다. 특히 근접촬영을 하게 되면 이 현상(out focus)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주제 강조를 위해 필요할 때도 있으나, 심도가 너무 낮아지면 표현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형태를 뭉개버릴 수도 있다. 실내에서 스트로보를 사용하지 않고 근접촬영을 하면 의도하지 않아도 생기는 현상이다.  

어느 정도의 심도를 유지하려면, 자동모드 다이얼을 조리개우선모드(A)로 전환하여 조리개를 닫은 후 촬영한다. 이런 경우 셔터가 느리게 떨어질 수 있으므로 흔들림에 주의 해야 한다.

 필카의 경우는 심도 확인 레버를 눌러 심도를 확인하고, 노출은 한 단계씩 과부족으로 주는 브라케팅을 하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 되겠다.(말을 너무 줄였다)

 

 

직접 광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부드러운 멋이 있다.

 

이 모든 하드웨어적인 요소보다 중요한 것이 앵글과 프레이밍이다. 배란다에 있는 화초를 전체적으로 덩그라니 하나씩 찍는다면 그런 사진은 화분을 인터넷 시장에 팔려고 내놓을 때나 찍는 사진이 되겠다. 기록성을 중시하겠다고 하면 이런 사진도 필요하긴 하겠으나,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한다면, 그 개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포인트로 잡되, 여백의 미를 한껏 갈려서 프레이밍한다 

 

 

 

부분적으로 들어오는 광선도 자연스러움과 함께 시선 정리를 도와 준다.

 

여운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도 소재의 부족함을 커버해줄 수 있다. 집에서 풍경사진 같은 장면은 나올 수가 없으니 물체의 선을 찾고 광선을 찾고 배경과 여백을 적절히 조화시키면 좁은 집에서도 넓은 들판에서보다 더 다양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화초, 광선, 역광, 측광, 질감, 접사, 스팟측광, 프레이밍
posted at 2008/08/18 13:15:00 트랙백(0) | 댓글(4) | 스크랩
잎사귀가 역광을 받으면 사진이 된다 [사진이야기]

 

 

 사진은 해를 등지고 찍어야 된다.

사진 촬영할 때, 순광으로 찍으라는 극히 기본적인 원칙이다. 해를 안고 찍는 역광 상태에서는 플레어(flare)나 할레이션(halation) 등의 현상이 일어나 화면을 부옇게 만들기도 하고, 눈에 거슬리는 잡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한 촬영대상이 배경보다 어둡게 나와 사진을 망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꼭 그럴까?

사진에 있어 역광은 과제를 풀어 가는데 중요한 열쇠다. 왜 밋밋한 사진만 찍게 될까하며 괴로워할 때 구원의 서광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는 이야기다.

사진의 내공이 쌓이기 시작하면 사진은 마이너스 작업이라는 초식을 습득하게 된다. 프레임 안의 요소들을 줄여가고 정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도를 이용하여 배경을 죽여서 주제를 부각시키기도 하고 타이트한 프레이밍으로 필요 없는 요소를 화면 밖으로 내보내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가장 사진스러운 방법이 역광을 활용한 화면 정리다.

역광 상태에서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역효과도 많지만, 잘 활용한다면 효율적이고 임팩트 강하고 깔끔한 화면 정리를 할 수 있다.

 

나무나 풀은 꼭 산에 가지 않더라도 집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햇살이 좋은 날, 역광을 받은 잎새들을 보면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해를 안고 본다고 항상 이렇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배경이 어두워야 한다는 것이다. 보는 순간 그런 조건이 갖춰져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주위를 잘 살펴봐야 한다. 역광에 의해 그림자가 진 장소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배경위에 빛을 투과하는 잎새가 역광을 받은 상태에 놓여져 있어야 하는 것이다. 절대적인 상황 요건은 아니지만, 이럴 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역광으로 인해 잎의 디테일이 살아나고 빛의 강도에 따라 잎사귀에 농담이 생겼다.

 

역광이 나무 사이로 좁게 들어와 잎을 강하게 때렸다. 배경은 상대적으로 죽는다

 

역광을 받은 부분과 안 받은 부분이 섞여 있어 비교가 된다.(점들은 하루살이)

 

반 측광을 받아 잎새의 결과 질감이 함께 살아났다

 

전제 조건이 또 하나 있다. 해가 화면 상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광선이 직접 렌즈 면에 닿는 상황이면 플레어나 할레이션 현상이 잘 일어나므로, 렌즈후드를 사용하여 렌즈에 그늘을 마련해줘야 한다. 후드가 없으면 한 손으로 렌즈 위에 차양을 만들어 줘야 한다. 우리가 먼 경치를 볼 때 손을 올리는 것처럼. 할 때와 안 할 때는 육안으로도 그 차이를 확인을 할 수 있다.

역광을 받은 잎사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에 맑은 빛을 더한다. 그리고 접근을 하게 되면 질감과 디테일을 드러낸다. 뽀송뽀송한 솜털까지그리고 배경과 명확한 대비를 이룰 때 자신의 화면의 주인공임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어두운 배경의 비중이 높을 때는 노출을 2~3단 부족으로 주어야 잎새가 과다노출 되지 않는다. 여기에 배경의 색상이나, 흐릿한 형체가 주제에 도움을 준다면 금상첨화가 되겠다.

 

 

역광은 뽀송한 솜털 표현에 도움을 준다. (상단에 플레어가 생겼다)

 

잎사귀는 화려한 꽃에 비해 사람의 시선을 끌기에는 소박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햇살 좋은 날 빛을 곱게 투과하는 잎사귀는 어느 아름다운 꽃보다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역광, 잎새, 플레어, 할레이션, 후드, 노출, 그림자
posted at 2008/07/04 10:00:00 트랙백(0) | 댓글(7)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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