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까까머리 시절, 현상액에 들어간 인화지가 피사체를 서서히 토해내는 장면에 감동을 먹은 후 인연을 맺은 사진. 지금은 질풍노도시절처럼 열정적이지 못하지만, 그래도 사진은 나의 평생 동반자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사진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은 지금에도, 나는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추구한다. 빛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그 빛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은 마음에 극단적인 풍요로움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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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은 축제 중 [포토에세이]

 

 현재의 청계천은 이름 그대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청계천은 복개천으로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렸을 때 혜화동과 삼선동()에 살았었다. 혜화동에 살 때는 서울대(지금은 마로니에공원) 앞에 개천이 흐르고 있었고, 삼선교에 살 때는 성북동에서 삼선교(나폴레옹제과점)을 거쳐 삼선시장 상가를 따라 개천(성북천)이 흐르고 있었다. 이들 모두 장마 때를 제외하고는 얕은 물이었는데, 생활오수가 유입되어 악취가 나는 그런 개천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삼선교를 지날 때면 어머니가 농담 삼아 저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놀리곤 하셨다. 다리 밑에는 당시 염색업자가 터를 잡고 개천물을 한번 더 오염시키고 있었다. 당시 그 근처 중국집(삼선반점) 메뉴에 있었던 삼선짜장은 그 집만의 특별메뉴인 줄 알았다.

그리고 미아리텍사스가 생기기 전, 정릉에서 서라벌고교 앞으로도 개천(정릉천)이 흐르고 있었다. 이러한 개천들은 모두 복개되었는데, 정릉천과 성북천은 청계천과 함께 다시 복원공사(부분)가 진행되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청계천은 이름값을 하고 있는 듯 (조리개 22, 15초 노출)

 

 

간이 폭포가 운치를 더하고..돌에도 조명을 넣는 등 세심한 노력이 돋보인다.

 

물 흐름도 다양하게 변화를 주었다.

 

 시내 중심에 있던 청계천은 어렸던 당시에도 이름만 남아 있고 일찌감치 복개가 되어 그 위로 고가도로가 나있었고, 청계로에 있던 삼일빌딩(당시 최고층)은 고가도로와 함께 서울의 발전상을 대표하는 사진촬영의 포인트로 애용됐었다.

그러던 청계천이 복원이 되었다. 회사 근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원된 지 2년 반이 지난 후에야 카메라를 메고 찾게 되었다.

 

 

청계천 상류에도 씨알 굵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마침 석가탄신일과 더불어 축제 비스무레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을 이용한 여러 형태의 작품들이 각자의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고, 특설무대도 마련되어 있었다.

 

 

 

다양한 형태의 燈들을 설치한 등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물속을 들여다 보면 물고기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하류 쪽으로 조금만 이동을 하니 자연 생태가 잘 유지되어서 환경친화적 모습으로 정착된 청계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밤이 되니 청계천은 또 한 번의 변신을 한다. 물속, 벽면, 폭포 등에 다양한 조명으로 운치를 더하고 있었고 쌍쌍 또는 삼삼오오 모여든 시민들의 모습이 청계천과 잘 어우러져 고즈넉한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분위기 있는 조명과 삼삼오오 모여든 시민들

 

간이영업을 하는 사람도 보이고...

 

 이날 청계천 촬영은 짧은 시간 동안 상류 부분에서만 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모습을 담진 못했지만, 다시 시간의 여유를 두고 하류까지 살펴본다면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으로 삼각대를 접었다.

 

 청계천은 과거의 원초적 모습과 현재의 세련된 예술 감각이 어우러져 마치 축제를 벌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청계천, 성북천, 정릉천, 복개천, 슬로셔터
posted at 2008/05/19 11:35:00 트랙백(0) | 댓글(6) | 스크랩
시간의 궤적을 잡다 [사진이야기]

 

       바람을 찍어와라

사진을 시작하는 후배에게 선배들이 즐겨 써먹었던 화두 같은 주문이다. “바람을 어떻게 찍어요?”라고 했다가는 얻어터질 것 같고어떻게 찍을 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사실 바람을 어떻게 찍겠는가? 그러나 사진을 통해 바람이 분다는 사실을 느끼게는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장면이나. 머리카락이 날리는 모습 등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장면을 그냥 빠른 셔터로 찍는 것보다는 슬로셔터를 사용한다면 바람을 표현하는데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날씨가 어둡거나 흐린 날엔 광량이 적으므로 자동으로 찍더라도 슬로셔터로 찍힐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들고 찍으면 사진이 전체적으로 흔들려 목적한 바를 이룰 수가 없게 된다피사체의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슬로셔터를 사용하려면, 삼각대는 필수다.  1/30초나 1/60초 정도의 셔터 스피드에서도, 빠른 움직임이 있으면 흔들림(흐름)을 표현할 수 있겠으나, 들고 다니기도 귀찮은 삼각대를 이왕 사용할 거라면 확실한 효과를 얻어야 할 것이다

 

      

     천천히 흐르는 계곡물도 슬로셔터를 활용하면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카메라의 자동모드에는 프로그램 방식이나 플래시까지 자동으로 터져주는 풀오토 방식 외에 반자동 방식인 셔터우선(S) 방식과 조리개 우선(A)방식이 있다.

슬로셔터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카메라를 조리개우선방식으로 세팅을 하고 조리개를 최대한 줄여주면, 자동으로 슬로셔터가 설정된다. 셔터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싶으면 조리개를 조금 열어 셔터스피드를 조정해주면 된다.

예를 들어 늦은 오후, 적정노출(디카 자동모드의 프로그램모드상 수치)이 조리개 2.8에 셔터스피드 1/15초였다면, 조리개 최소치인 22까지 줄이면 셔터스피드는 그것의 64(6스톱 차이니까 2 5제곱) 4초가 된다. 앞서 조리개와 셔터의 관계를 이야기한 바 있어, 부연설명은 생략하고..

 

    

계곡물을 셔터스피드를 달리하여 촬영-- 느낌이 다르다

 

요즘은 과거 필카 시절과 달리 몇 초식 걸리는 셔터스피드도 알아서 단속해준다. 과거에는 SLR 카메라도 기껏해야 4~8초 정도까지만 셔터스피드 다이얼에 나왔기 때문에 그 이상의 시간은 B(bulb)셔터나 T(time)셔터를 이용하여 시간을 계산하여 시간을 재가면서 노출을 주었다. 밤 촬영은 아예 카메라 노출계 측정 범위 밖으로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 때는 오로지 감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감도가 높은 필름이 드물어 가로등 정도의 광원으로 사물을 촬영하려면 몇 분씩 노출을 줘야 할 경우도 있었다.

 

 

신호등이나 차량빛의 궤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봤던 별의 일주 운동’(북극성을 중심으로 별들의 둥글게 궤적을 그리는) 사진은 몇 시간씩 노출을 주어야 하는 사진이다. 또 어렸을 땐 시내 야경사진을 보면 도로에 네온사인 같은 줄이 그어져 있는 현상에 매우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누구나 그것이 차량의 헤드라이트와 후미등의 궤적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지만, 내가 사진을 시작할 당시에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야간에는 슬로셔터 활용도가 높아진다. B셔터 놓고 카메라를 돌린 사진 

 

 

슬로셔터는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주지만, 때로는 스피드감을 표현해주기도 한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파인더로 쫓아가면서 촬영하는 팬닝(panning) 기법이 대표적이다. 이는 움직이는 피사체에 카메라가 일정하면서도 같은 속도로 따라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여러 번 시도를 해야 성공률이 높다. 따라서 이런 사진은 여러 번 반복해서 촬영할 수 있는 경마나 경륜 같은 스포츠에서 많이 나온다. 그 외에도 줌렌즈를 당기면서 셔터를 눌러 집중감을 느끼게 하는 주밍(zooming) 기법들이 있으나, 팬닝과 함께 이런 기법은, 요즘 잘 활용하지는 않는 것 같다.

 

속도감을 주는 팬닝사진

 

 

맑은 한 낮에는 조리개를 다 줄여도 슬로셔터가 안나오기 때문에 광량을 줄여주는 필터인 ND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ISO를 낮추어도 되고, 약간 노출 오버를 하더라도 촬영 후 조정이 가능하니 편해졌다 하겠다.

 

고속셔터에 찰나의 미, 날카로움이 있다면, 저속셔터에는 여유와 부드러움이 있고 또 해학적인 변형이 있다. 셔터속도의 특성을 잘 이용하면 남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사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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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08/03/10 17:36:00 트랙백(0) | 댓글(4)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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