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까까머리 시절, 현상액에 들어간 인화지가 피사체를 서서히 토해내는 장면에 감동을 먹은 후 인연을 맺은 사진. 지금은 질풍노도시절처럼 열정적이지 못하지만, 그래도 사진은 나의 평생 동반자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사진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은 지금에도, 나는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추구한다. 빛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그 빛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은 마음에 극단적인 풍요로움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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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에 확실한 피서 – 동굴구경 [포토에세이]

 

 

 요즘 같이 물 부어놓고 햇볕으로 삶아대는 찜통더위에는 시원한 곳으로의 여행을 생각하게 된다. 피서지로는 보통 바다와 계곡을 생각하게 되는데 실제로 보면 이곳들은 기온상 사무실보다 시원하지 않다. 그래서 에어컨 보급이 잘되지 않았던 옛날에는 최고의 피서지가 은행이라고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바다와 계곡은 피부에서 느끼는 온도보다, 정신적인 자유로움과 시각적인 푸르름이 시원함을 증폭시켜 주기 때문에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일 게다.

 우리나라에는 관광지로 개발된 동굴들이 많다. 피서여행을 간다면 이런 동굴도 일정에 넣어 한 번 들러봄 직하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탐험을 하는 듯한 느낌과 함께 한여름에도 15도 안팎의 냉냉함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청량감을 선사해준다.  얼마 전 동해 여행 중 동굴 두 군데를 들렀다. 삼척의 환선굴과 동해시의 천곡동굴이다.

 

 환선굴은 오래 전, 일반에 공개한지 얼마 안됐을 때 가보고, 10년 만에 찾아보는 것이었다. 7번 국도에서 한참(1시간 이상?)을 꼬불꼬불 들어갔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새로운 도로가 뚫려 들어가는 시간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환선굴 인근에는 대금굴이 최근 새로 개방되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인터넷 예약을 통해 관람이 되며 입장료는, 탑승료(지대가 높아 탑승물을 설치) 포함 1 2천원(비쌈)이었다.

반면 환선굴은 걸어올라 간다. 과거와 오를 때 느낌이 많이 달랐다. 거의 등산 수준이다. 그러나 환선굴 입구에 도달하면, 굴에서 냉기가 쏟아져 나와 땀에 찌들은 몸을 한 방에 움츠려 들게 한다. 입구의 검표원은 겨울 코트를 입고 난로까지 피우고 있었다.

 이 곳은 사진촬영 금지 지역으로 되어 있다. 경관의 비밀유지 때문이 아니라, 스트로보 발광을 하게 되면 석회질에 보존성에 악영향을 주고 타 관광객에게 방해를 주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요즘은 디카시대 아닌가. ISO 1600까지 확보되어 있고 렌즈에도 손떨림 방지기능(VR)이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 저번에 왔을 때 이곳에서 슬라이드 필름을 넣고(ISO 200) 촬영을 시도했으나, 거의 흔들려 나왔던 기억이 난다.

 이번 촬영에서는 약 1초에서 1/60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셔터음을 들을 수 있었다. 셔터가 길게 느껴지면 3컷 정도를 연달아 찍어 나중에 흔들리지 않은 컷을 골랐다. 광각렌즈로 찍으면 1초까지도 흔들리지 않게 찍을 수 있었다. 감도(ISO)를 올려 찍은 사진은 입자도 거칠고 콘트라스트도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눈으로 본 것보다 밝게 나온 것을 보면 디카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기도 한다.

이곳은 옛날에 와봤을 때보다 더 넓어진 것 같았다. 국내 최대규모답게 1시간을 넘게 이곳 저곳을 다녔다. 환선굴 소개를 의도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서, 이곳을 설명하기엔 사진이 많이 부족하다.

 

 

지옥 계곡으로 가는 흔들다리

이곳에는 폭포도 많고 물도 맑다

옥좌대

천장에 하트 모양의 구명이 나 있다

코스는 모두 철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모습의 벽면들---얼마나 오랜 세월이 만들어낸 것일까

도깨비 방망이로 명명된 종유석--규모가 무척 크다

천장에도 깊은 계곡들이 많이 있다

 

반면에 동해시에 있는 천곡동굴은 규모가 매우 아담하다. 시내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다. 부담 없이 잠시 들를만한 곳이다. 규모가 작은 만큼 내부 조명에 많은 신경을 썼다. 마치 테마파크 지하동굴 탐험 같은 시설을 둘러보는 듯했다. 이곳이 천정 높이도 낮아 안전모를 착용해야 한다. 작은 키로도 몇 번 부딪쳤다.

 

 

 

여러 색의 조명을 비추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양한 형태의 종유석

 

 동굴을 나오면 온도차 때문에 렌즈에 김이 서려 한동안 이른바 뽀샤시 효과가 나타났다. 카메라 건강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듯하다.

동굴, 환선굴, 천곡동굴, 셔터스피드, VR, 스트로보
posted at 2008/07/25 16:49:00 트랙백(0) | 댓글(2) | 스크랩
게으른 찍사의 사진 즐기기 [포토에세이]

 

 일상에 쫓긴다는 이유로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사진을 게을리 하다가, 문뜩문뜩 쌈빡한사진을 찍으러 가야된다는 강박감에 휩싸인다

 

몇 년 전부터 골프를 하기 시작했는데, 2년차까지는 틈틈이 인도어에 나가서 연습도 했지만, 그 이후엔 필드에 나가서 연습을 하는 꼴이 됐다. 주말 골퍼 주제에 게으름을 피운 것이다. 최근에는 필드에 나가는 횟수도 줄어 빈둥거리다가 사람들이 불러주면 기어나가는 상황이다. 날짜가 잡혔으면 샷을 점검해보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마저 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필드에 나가면 과거 잘 맞았던 때만 기억하고 오늘 왜 이러지?’ 한다. 이 말이 주말 골퍼들이 제일 즐겨 하는 말이란다. 그날만 그러는게 아니면서도..

 

 평소에 사진에 대한 구상이나 연구가 없는 채로 사진기만 덜렁 들고 나서면, ‘오늘 찍을 게 없네라는 소리를 하게 된다.

 사진기를 들고 있지 않더라도 항상 사진을 연구하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특별히 먼 곳에 나가지 않아도, 집안에서라도 얼마든지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데 말이다.

요즘 인터넷에 들어가보면, 포털 사이트 같은 곳에서 아마추어 작가들의 좋은 사진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때마다 반성과 더불어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게 된다. 게 중에는 포토샵에 지나치게 의존한 사진도 많긴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그게 큰 문제될 게 있겠는가?

 일상에 쫓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그렇다면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는, 효율적으로 사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봤다. 노력 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도둑놈 심보이지만 말이다. 사진이 우연의 예술이라 하지만, 우연도 노력하는 자에게만 온다. 또 노력하지 않는 자는 우연한 행운이 와도 그것을 잡지 못한다.

 그래서 사진을 과거만큼 열심히 하지도 못하고 좋은 사진도 못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에 그나마 찍은 사진을 버리지 않게 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이른바 게으른 찍사의 사진 즐기는(버티는) 방법이다.

 

 

색상에 포인트를 둔 사진-- 부분촬영 함으로써 사진에 여운의 미를 살린다.

 

그것이 바로 ‘DSLR’카메라와 망원 줌렌즈(VR)의 결합이다. 일반 똑딱이 카메라는 휴대가 편하긴 하지만, 화소수와 렌즈 해상도가 떨어져서 작품활동엔 지장이 있어, 렌즈교환이 되는 DSLR 카메라를 선택했다. 디지털은 필카의 현상 인화의 단계를 생략해주고 필름값을 삭감시켜주었다.

또한 망원렌즈는 사물을 자유로이 트리밍하게 해주어 특별한 상황이나 장면이 아니라도 그 일부를 잘라 표현함으로써 단순화된 이미지컷을 얻어낼 수 있었다. 물론 광선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다. 그래서 나의 블로그 이름도 렌즈가 잘라낸 세상이고 포토로그 이름도 빛의 조각들이다.

 

   

칠포 바닷가 -- 망원렌즈로 트리밍을 하여 한적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화면 밖에는 정신 없을 정도의 인파가 있다.

성산 일출봉 -- 소나무가 외로워 보이지만 망원렌즈로 트리밍한 것. 화면 밖에는 많은 나무가 있다.

 

특히 줌렌즈는 그 자리에서 자유로이 트리밍을 할 수 있게 해주었고, VR(vibration reduction ; 손 떨림 보정) 기능은 조금만 어두워져도 잘 흔들려 나오는 망원렌즈의 단점을 어느정도 보완해주어 번거롭게 삼각대를 펼치지 않아도 되게 했다. 이러한 조합과 방식은 많은 시간과 많은 발품을 절약하게 해주었다.

 

 

어두운 장소라 고속셔터를 사용할 수 없어 그냥 흔들어버렸다. 가지가 다 잘려나갔다.

 

문명의 이기에 편승하여 사진의 연을 이어가고 있어, 가장 긴 기간 동안 사용했던 필카와 표준렌즈의 결합 형태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못내 섭섭하면서도 씁쓸해진다.

트리밍, 줌렌즈, VR, DSLR
posted at 2008/04/25 16:38:00 트랙백(0) | 댓글(4)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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