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관리를 못했습니다. 바빴다는 핑계를 댈 수 밖에 없군요. 올림픽 열기가 막 시작되기 전 4일부터 6일까지 대만을 갖다왔습니다. 그 많은 출장과 여행속에서도 공교롭게 못가본 나라. 2시간 밖에 걸리지 않더군요.참 가까운 나라였습니다.
그런데도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역시 외교관계가 없다는 슬픈 현실때문이죠. 1992년. 소련 중국과 수교해야 하는 노태우 정부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하지만 너무나 야멸차게 그리고 단칼에 관계를 끊는 바람에 대만에서 정말 야속했을 겁니다. 그런 아쉬움과 섭섭함과 분노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때는 우리보다 훨씬 잘 살았죠. 우리가 국민소득 2만달러를 향햐 땀을 흘릴때 한걸음 더 나간 나라였으니까요.지금도 대만 사람들의 생활은 선진국 냄새가 나더군요.퇴근후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일찌감치 귀가하는 풍조. 밤 늦게 까지 술 먹고 흥청대는 모습은 볼 수 없는 거리.점심시간에도 직장인들이 몰려다니지 않고 인근 식당에서 혼자서 간단히 처리하는 문화, 깨끗한 매너. 우리가 뒤늦게 그들을 잡아채고 잘 살게 돼 한국을 동경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지식들의 단교조치에 대한 비난. 언론의 후하지 않은 인식등은 36-37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속에 등골을 싸늘하게 만들더군요.
차이나 포스트 였습니다. 중립적인 영자신문이라고 하더군요. 그 사설이 영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지난 5월 총통(대통령)에 당선된 마잉주를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경제살리기를 모토로 내걸었지만 실제 물가가 오르고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다는 요지였습니다. 그런데 리드(신문 글의 첫 문장)를 읽고 마음이 상했습니다. "마잉주 대통령이 이웃 한국의 이명박대통령 보다 결코 낫다고 할 없다" 마 총통을 꼬집었지만 고전하는 우리 대통령에 빗대 기분이 나빴습니다.
사실 마 총통은 별종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대만 정치사에서 특이한 사람입니다. 대만은 어떤 나라입니까.장개석 총통이 1949년 모택동의 군사 정권에 쫓게 대만으로 밀려와 세운 국민당 정부의 지도잡입니다.장 총통의 후손들은 본토 수복을 염원한 사람들입니다.대만 섬에 잠시 와 있다는 손님 같은 기분이었습니다.그래서 죽은 후에도 시체를 땅속에 묻지 못하도록 했답니다.본토로 돌아갈때까지 땅에 묻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정권에 속한 마 총통인데도 파격적으로 중국과 손을 잡고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바꿔 놓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총통에 당선됐습니다.
당선되자 마자 처음으로 한게 중국과 대만의 전세기 허용을 통한 중국 사람들의 대만 단체 관광허용.대만의 까다로운 중국투자 규제 완화. 중국 주주들이 일정 비율 이상인 중국 기업의 타이베이 증시 상장 허용. 친중국 정책을 쏟아냈습니다. 중국을 활용해 경제를 살리고 중국을 활용해 대만을 좀더 글로벌한 나라로 바꿔놓겠다는 국가리모델링 작업이죠.
리모델링의 대표적인 조치의 하나가 중국과 외교전쟁을 그만둔다는 것입니다.대만은 그동안 수교국을 뺏기지 않기위해 돈을 외교를 사는 달러외교, 수표외교를 펼쳐왔습니다.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만 관심을 쏟는 외교 현실에서 주권국가의 모양새를 유지하려는 절박한 몸부림이었습니다.
현재 수교국가는 고작해야 23개국입니다.그것도 눈꼽만큼 작은 나라가 대부분이죠.모두 대만을 버리고 중국과 손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대만을 방문했던 날 대통령궁 앞이 요란했습니다.의장대가요란스러웠습니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 왔었나 봅니다.나중에 알아보기 호주 옆의 땅콩 만한 나라였습니다. 나우루. 인구는 1만3천명 밖에 안되죠.그래도 이들을 잘 맞아줄 수 밖에 없는게 대만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중국과 달러외교전쟁을 그만두기로 함에 따라 앞으론 많이 바뀔 겁니다. 외교관계가 없는 미수교국들에 손을 벌리는 저자세 외교는 볼 수 없겠죠.한국도 영향이 클 겁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누가 가면 대만의 높은 사람들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이젠 그렇지 못하겠죠.
중국이 어느 정도 까지 대만의 자존심을 지켜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외교전쟁을 안한다고해도 대만을 절대로 주권국가로, 독립국가로 인정하지는 않을게 확실하기 때문입니다.조금이라도 입맛에 어긋나면 언제 그랬냐싶게 대만을 윽박지르거나 안보위협을 가할 지 모릅니다.하지만 지금은 대만의 새 정부를 잘 대해주는 것 같습니다. 마 총통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죠.
대만의 올림픽 출전 명칭을 놓고도 얼굴을 붉힐 뻔 했습니다. 중국 언론들이 대만을 중국 영향권에 있는 나라로,시쳇말로 속국처럼 분류하기위해 바람을 잡았죠. '중국-타이베이'로 보도하기 시작한 겁니다. 대만이 발끈했습니다. 절대 중국이라는 명칭을 앞에 쓸 수 없다고 반발했죠.그래서 타협한 명칭이 '중화-타이베이' 입니다. 중국 정부가 '중화-타이베이'를 받아들인 거는 세계의 눈이 쏠리는 올림픽 기간중 시끄럽게 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고 마 정부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배려이기도 하죠.우리에겐 별 차이 없는 듯 하지만 그들에겐 아주 중요한 겁니다.
마 총통은 지난 12일 파라과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5월 취임후 첫 해외순방입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파나마도 방문합니다.우리 대통령이 당선되면 4강 외교부터 하는 것과 참 다르지만 그럴수 밖에 없습니다. 수교국이 고작해야 23나리이기 때문이죠.파라과이만 해도 대만에 참 중요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새로 대통령에 당선된 파나마의 페르난도 루고가 마 총통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공약의 하나로 중국과 외교관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거죠. 그렇게 되면 당연히 대만과 외교관계는 끊어지는 겁니다. 대만이 중국과 외교전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했고 중국도 협조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교국이 바뀔지 모르는 파라과이 케이스를 중국이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됩니다.
파라과이는 콩을 많이 생산합니다.세계 4위 수출국입니다. 중국이 중요한 시장입니다. 당연히 중국과 손을 잡아야 겠죠. 대만으로선 위기상황입니다. 그래서 첫 순방국으로 그 지역을 택했나 봅니다.
순방은 참 검소합니다. 전세기를 타지 않습니다.일반 여객기로 갑니다. 중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들르는데 별다른 행사가 없습니다.미국을 불편하지 않게 하려는 생각입니다. 대만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중국과의 외교마찰 요인입니다.그런 소지를 없애기위해 남미로 가는 일반 여행객이 미국에서 트랜짓하는 정도 이상의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대통령으로서도 아주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지금도 대통령궁에서 자지 않고 개인 사저에서 출퇴근한다고 합니다.그리고 대통령궁에서 식사할때도 도시락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대만엔 도시락 문화가 발달돼 있습니다.도시락 먹으면서 회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 총통도 점심시간에 도시락 시켜놓고 회의를 한다고 하더군요.주서울 대만 대표부에 있는 사람들이 전해준 얘기입니다. 마 총통은 법무부 장관 시절 혼다 소형차를 직접 몰고 출퇴근 했다고 합니다.
대만은 새롭게 비상하려 합니다.대만 해협을 한달음에 건너와 자신을 먹어버릴 것 같은 중국 등에 타고 재 도약을 꿈꾸고 있습니다. 먹혀버릴 거 라는 걱정도 많습니다.하지만 새 정부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중국과의 경제는 이미 실과 바늘 처럼 얽혀버렸다.따로 놀 수가 없다.외교적 마찰을 벌여봐야 좋을게 없다. 차라리 더 가까워지고 그래서 더 의존적이 되면서 마치 옛 영국 연방체제의 한 나라 처럼 살아가면 좋지 않겠는가"
대만의 앞날이 주목된다.
*사진은 나중에 올려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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