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한국경제'에 해당하는 글 1건

한심하다.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다투는듯한 모습. 성장을 중시하는 재정부, 물가관리에 신경쓰는 한국은행. 그래서 원화값이 싸지는 것을 좋아하는 재정부. 너무 싸지면 수입물가가 오를까봐 노심초사하는 한은. 맡은 바 소임을 다하기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새 정부 출범한지 몇일 인가. 벌써부터 티격대는 꼴이 영 보기가 좋지않다.

 

그들은 언론에서 괜히 싸움을 붙였다고 말할지 모른다. 비중을 둬야 하는 정책을 얘기했을 뿐이고 정색하고 다툰 적도 없는데 갈등조장을 좋아하는 언론이 세게 붙은 것 처럼 써버렸다는 투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정부와 한은의 갈등은 그 역사가 길고 긴 해묵은 이슈다. 언제 한번 손잡고 환하게 웃어본 적이 없다. 성격상 그럴 수가 없다고 할 지 모르지만 천만에.

 

미국을 보라. 세계에서 가장 독립성이 높은 중앙은행의 하나로 꼽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무부와 얼마나 짝짜궁을 하는지. 아마도 상상도 못할 것이다.

 

잘 알다시피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은 요즘에는 과도한 금리인하로 무분별하게 통화를 팽창,결국 신용위기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물러나기 직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경제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그만큼 통화정책을 탁월하게 결정했고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립성을 누렸다.

 

그런데 웬걸.그린스펀 전 의장과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의 사이를 보면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때가 90년대 중반이다. 루빈이 씨티그룹 회장으로 떠나기 전까지 빌 클린턴 밑에서 재무장관을 할때다. 4년반 정도 였을까. 루빈 밑에선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라는 천제적인 경제학자가 부장관을 맡았다.

 

이들 세명, 그러니까 그린스펀 , 루빈, 서머스는 4년반 동안 매주 비밀 조찬 모임을 가졌다. 루빈의 사무실이나 그런스펀의 사무실에서 오전 8시30분이면 어김없이 만났다.샌드위치에 커피를 마시며 정보를 모으고 숫자를 놓고 고민하며 전략을 짜고 아이디어를 모았다. 못할 얘기가 없었다. 금리를 올리고 내리고 해외금융기관을 지원하고 말고--.

 

그들 3명은 마치 한 사람 처럼 미국과 세계경제를 고민했다. 그러면서 서로간에는 끈끈한 유대감이 생겨났다.셀 수 없을 정도로 함께한 시간이었으니.오죽했으면 그린스펀이 이렇게 얘기했을까."우리는 비록 반대진영에 몸담고 있기는 했지만 같은 목적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미국은 한국과 다르다. 한국의 고민은 한국경제에 국한돼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경제정책을 펴야 하는 미국과는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다. 미국 재무부장관과 FRB총재도 그런 면에서 정책을 공유해야 할 일이 많았을지 모른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누구를 갖다놓아도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관계로 인식되는 우리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사이는 무엇인가 어색하다. 금리를 올릴 것인가 말것인가, 환율을 그대로 둘 것인가 잡을 것인가 하는 논쟁적 사안에 대해 의견을 달리 할 수 있지만 굳이 서로 대립하는 듯한 인상까지 줄 필요가 있는가.

 

교수나 단체라면 논쟁이슈에 대해 정반대의 의견을 놓고 붙어볼만 하지만 재정부와 한은은 시장 가격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기관들이다. 기관장들의 한마디가 교수의 말처럼 사색과 검토를 해야 할 한가한 소리가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즉각 즉각 바꿔놓을 수 있는 폭탄들이다. 그런 폭탄이 새 정부 출범하자마자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그것은 논리나 고집이 아니라 소음이다.시장에 더 이상이 소음이 들리지 않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