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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워싱턴에서 경선 패배를 자인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힐러리>

 

 

 힐러리 클린턴의 눈가에 이슬 같은 물기가 배었다. 대권의 꿈을 접은 이 순간. 경쟁자였던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주 출신 초선 의원에게 무릎을 꿇은 그녀의 눈물샘이 결국 터졌다. 경선기간중 힘들었을때도 눈물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지지자들이 힘을 보태 일어섰지만 오늘은 아니다.

 

 그녀의 패배는 어디서 온 것일까. 어떻게 고작해야 전체 인구의 10% 밖에 안되는 흑인 출신에게 쓴잔을 마셔야 했을까.

 

 여성의 한계?  글래스 실링(glass ceiling, 유리천장. 회사내에서 여성의 승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차별. 기업은 물론 다른 조직에도 사용되며 여성은 물론 흑인 같은 소수인종의 차별에도 쓰일 수 있음)의 여전히 두터운 벽?  대통령 부인의 한계?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패인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첫째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미국 정치는 돈과 비례한다.선거는 누가 돈을 많이 모으느냐에 달려있다. 오바마는 인터넷을 통해 개미들로부터 한푼 두푼 모았다.티끌은 태산을 이뤘다. 힐러리가 인터넷을 통한 풀뿌리 모금을 시작한 것은 오바마가 이미 훑고 지난간지 1년이 흐른 후였다.이메일, 블랙베리를 활용한 유세전에서도 오바마에게 뒤졌다. 바뀐 시대상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졌다.

 

시대변화에 올라타는 것은 이미지가 승패를 가름하는 현대전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기업전쟁이든 정치전쟁이든 이미지를 선점하는 것은 21세기 경쟁시대를 헤쳐나가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쇼를 하라.쇼'라는 카피로 스타덤에 오른 KTF를 봐라. 4000만 국민들이 흥얼거리는 이 한마디는 이미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줬다.

 

둘째 팀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올드 보이(old boys,옛날 인물)'였다.

 

 초스피드로 바뀌는 요즘의 이미지 전쟁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변화에 능숙한 신세대들이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거나 옛 관습에 젓어있는 사람들로 이들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선초반 힐러리의 수석 전략가는 마크 J 펜 이었다. 그는 1992년과 96년 남편 클린턴의 대권 쟁취를 뒷받침했던 노련한 정치참모였다. 그가 이끄는 전략가들이 힐러리의 경선전을 진뒤지휘했다. 이들의 결정적 실수는 오바마의 저력을 앝잡아 본 것.그들은 초선의 경험없는 오바마가 대통령 부인으로서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 많은 힐러리의 대안이 되지 못할 것으로 과신했다.그래서 초반 4-5곳에서 대승을 거둬 오바마의 기세를 꺾으면 대세를 잡을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강했다. 힐러리 진영이 초반 승기를 예상하고 모은 돈을 거의 다 쏟아부었지만 싸움은 갈수록 힘들어졌다. 돈이 말라갔다.

 

 오바마의 메세지인 '변화(change)'의 흡인력이 그렇게 셀 줄 몰랐던 것.힐러리도 변화를 얘기했다. 그러나 액센트가 달랐다. 힐러리는 "변화가 필요한 나라를 이끌 준비가 돼 있는 후보"를 힘주어 역설했지만 "변화"를 단순하게 외친 오바마의 파괴력에 밀렸다

 

변화 메세지는 오바마가 당선되면 미국이 어떡해든 달라질 것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줬다. 오바마가  '인식의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실질과 인식은 다르다. 이미지 시대에는 인식의 힘이 실질의 힘을 누른다.이를 간파하지 못한 힐러리 참모진은 초반 전선에서 힘없이 무너졌다.

 

셋째 내분이 일어났다.

 

패배는 늘 적전분열이나 내부이탈에서 비롯된다.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다는 통설은 힐러지 캠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수석 전략가인 마크 펜과 또다른 핵심 참모인 해롤드 아이크는 오바마라는 대적을 앞에 두고 으르렁거렸다.펜은 중도성향으로 숫자만을 따지는 인물.반면 아이크는 노조에 가까운 자유주의자.그들이 한 팀에서 제대로 선거전략을 세우기 힘들었는데도 한 배에 올라탔다.둘은 원색적인 말로 서로를 비난했다.힐러리의 변호인이자 토론 코치인 로버트 바넷이 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정도였다. "제발 그만해"

 

넷째 작은 실수가 역전의 기회를 날려버렀다.

 

오바마에 결정적인 위기가 닥쳤다.오바마의 정신적 종교적 스승인 흑인 목사 제레미아 라이트의 원색적인 미국 모독 발언이 공개된후 오바마 인기는 한때 싸늘하게 식었다. '갓뎀 아메리카 (이런 *** 미국,빌어먹을 미국)' 발언을 한 그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백인들의 지지가 현격하게 떨어졌다. 힐러리에겐 전례없는 기회였다. 힐러리는 그 기회를 작은 실언으로 날려 버렸다.힐러리는 1996년 영부인으로 보스니아를 방문했던 당시 비행장에서 저격수들의 총탄을 피해 차량에 올라야 했다고 말했다.그러나 당시 영접을 받으며 평온하게 차에 오르는 TV화면이 공개됐다. 엉겹결에 한 작은 거짓말이 대세를 뒤바꿀수도 있는 절호의 찬스를 발로 차버린 셈이다.

 

다섯째 전술 구사에 한 발 늦었다.

 

경선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슈퍼 델리기트(super delegates)다.  각 주에 배정된 투표권외에 별도로 투표권을 갖는 사람들이다.민주당 전국위원회 멤버, 민주당 출신 주지사, 상하원, 민주당의 다른 지도자들이다.850명 정도다.이들은 경선중에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후보를 결정짓는 전국위원회에서 표를 던진다.하지만 이들이 힐러리와 오바마 둘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는 경선기간중 대체로 나타난다.언론은 그들을 포함해 유효 득표수를 계산한다.

 

힐러리는 주별 유세에서 승기를 잡으면 슈퍼 델리기트도 따라올 줄 알았다. 하지만 경선이 불리하게 진행되자 슈퍼 델리기트 공략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그 사실을 알았을때는 이미 늦었다. 오바마는 몇개월 앞서 슈퍼 델리기트에게 일일이 전화를 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던 것.

 

힐러리의  패배는 기업이든 정부든 승리하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돌아선 민심을 잡으려는 이명박 정부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나 뒤돌아 볼 일이다.

 

 

 <시카고에서 6일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오바마>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본격화되기 전에 쓴 글입니다)

 

 

쇠고기 개방에서 촉발된 촛불시위가 국가를 전복(?)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매일 밤 벌어지는 촛불 시위는 서울 한복판을 마치 해방구 처럼 만들어놨다. 시위의 배후세력을 지목해도 소용없을 만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도 늘고 있다. 법질서를 어기는 일부 세력을 잡아들여봐야 허망한 일이기도 하다.

 

2008년 5월30일 대한민국은 벼랑끝으로 몰렸다. 상식이 있고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시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민주노총이 가세하고 야당이 장외투쟁에 뛰어들고  대학생들까지 조직적으로 거리에 나서는 극한 상황을 개탄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이 시점에서 과감하게 주장한다. 미국 정부가 직접 나서라고. 하루빨리 쇠고기 협상을 다시 하라고.

 

'쇠고기 재협상'을 줄기차게 반대해온 한국경제신문의 부국장으로선 엉뚱한 주장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 방법 말고는 지금 끓어오르는 대한민국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없다. 왜 그런가.

 

첫째 이번 시위의 발단은 쇠고기 개방 절차의 허망함이다.한승수 총리는 땅에 떨어진 정부신뢰가 본질이라고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선물로 허겁지겁 제시한 쇠고기 개방 약속이 방아쇠가 됐다. 물론 쇠고기는 개방해야 한다.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쇠고기 수입을 막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하지만 개방에는 순서가 있고 개방을 위한 협상에도 기술이 필요한 법이다.대통령의 방미에 허겁지겁 맞춰 협상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잘못은 아무리 탓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쇠고기 용어에 빠삭한 전문 통역도 없었고 , 합의문 번역도 엉망인 엉터리 협상을 해놓고 장관이라는 사람이 얼굴을 들고 다닌다는게 말이 되는가?  개방으로 기본 방향을 잡되 시간을 두면서 차분하게 했더라면 이 꼴이 안났을 것이다. 옷도 하나씩 벗어야지.

 

정부로선 FTA(한미자유무역협정) 의회 비준이 시급했으리라. 미국 의회에 비준을 압박하려면 당연히 쇠고기 수입 약속을 했어야 한다. 하지만 협상에는 지켜야 할 ABC가 있다.

 

정부가 그것을 헌신짝 처럼 버리고 눈먼 봉사처럼 달려든데 대해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미국 가서 조지 W 부시 대통령 입맛 맞춰주느라고 국민들의 자존심을 팔았다고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분노가 끓어오르는데도 개방 고시를 강행했다. 근저엔 부시 대통령에 선물을 빨리 주고픈 MB의 조급함이 깔려 있었다. 이른 아침에 눈을 떠 빨리 빨리 공사를 끝내버리려는 건설사 CEO의 결과지상주의라고 할까,

 

정부의 어설픈 협상이 쇠고기 개방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주창해온 기자와 같은 우파 까지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MB가 협상을 미숙하게 한 농림수산식품부의 정운천 장관을 경질하고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협상내용을 번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정 장관은 '죽은 목숨' 이다. 국민들에게 짓밟히고 야당에 두드려맞고 여당에서도 외면받는 장관이 숨을 쉰다고 해서 정상적인 행정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정 장관을 날려버리는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정 장관 경질은 곧 협상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럴려면 경질의 이유를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하고 그 이유에 맞춰 모든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쇠고기 수입 개방 고시를 철회하고 합의문을 찢어야 한다. 미국과 대판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더 큰 국익을 포기해야 하는 위험한 일이다.

 

 정 장관이 야당의 해임 결의안이 제출됐을때 책임을 지고 사퇴했더라면 다행이었겠지만(장관이 대통령의 인허가 없이 사표내는 것도 쉽지는 않음) 이제와서 정 장관을 자르면 MB가 항복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도 꼭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밉지만 그렇다고 자꾸 뺨을 때려봐야 내 얼굴만 아플 뿐이다.

 

미국 정부는  이렇게 진퇴양난에 빠진 한국 정부에 먼저 손을 내밀어 도와줘야 한다. 어려울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 하지 않는가.

 

둘째 시위가 확산되고 장기화하면서 상당수 한국민의 머리속 깊이 박혀있는 '반미감정'이 폭발하면 한국도 문제지만 미국도 엄청난 손실을 입는다. 지금은 '반 미국 쇠고기' 시위인지, '반 이명박 시위'인지, '반미 시위'인지  헷갈린다. 모든 요인이 짬뽕되 촛불로 타오르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미 감정이 수면위로 솟아오를지 모른다.

 

 

 

반미로 번지면 미국의 손실도 크다. 29일 환경운동연합이 인사동 맥도날드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것을 보았는가? 섬뜩했다.그런 시위가 맥노날드에서만 있으란 법이 없다.미국을 상징하는 시설물 앞에서 시위가 빈발하고 미국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으로 번지면 그때는 늦는다.

 

국내 쇠고기 유통업자들이 정식 수입재개이후에도 매장안에 미국산 쇠고기를 진열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하지 못할 만큼 미국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편치 않다.

 

셋째 9.11 뉴욕 쌍둥이 빌딩 테러 때도 그랬다.당시 이슬람 테러 세력의 천인공노할 만행으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었을때 미국 기업들은 숨죽이며 조사한게 있었다.도대체 전 세계에 투영된 미국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그런 이미지가 미국 제품의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기업들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미지 광고에 주력했고 해외로 파견되는 기업인들에 대해 대대적인 교육을 실시했다.현지 문화를 존중하고 현지인을 예의바르게 대하라고.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 기업들은 지금 이 순간 긴장해야 한다. 미국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질 우려가 조금이라도 보이기 전에 하루빨리 그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방법은 미국 기업들이 미국 정부에 부탁하는 것이다. 낭떠러지에서 간당 간당하는 한국 정부를 도와주라고. 쇠고기 수입 조건을 더 까다롭게 할 수 있도록 재협상의 길을 열어주라고 .

 

단순해 보이지만 이것 밖에는 해법이 없다.촛불시위가 시민혁명 같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지 못하도록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과 소통을 잘하라고 , 신뢰를 쌓으라고, 잘못을 인정하라고, 장관들을 경질하는 인적쇄신을 단행하라고, 제발 민의를 잘 들으라고 독촉한들 쇠고기 수입 조건을 바꾸지 않으면 성난 민심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기자는 다음달말께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라도 겁없이 먹을 것이다. 미국에 4년 살면서 별별 부위를 값싸게,그리고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광우병을 걱정해본 적은 눈꼽 만큼도 없다. 뼈를 밤새 고았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국민들은 광우병을 걱정하고 자존심을 내던져버린 쇠고기협상에 분노하고 있다.그 분노를 달래고 실망을 어루만져주는 길은 협상문을 손질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은 치욕스럽고 당혹스러운 일이다.

 

미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미국 수출업자들이 20-30개월 이상된 쇠고기는 한국민이 걱정하는 현실을 감안해 수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방법도 있다. 그 약속을 정부 차원에서 문서화하는 재협상이라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미국이 그런 아량을 베풀면 MB는 즉각 두가지를 단행해야 한다.

 

첫째 진짜 솔직한 사과다. 상황인식을 잘못했다는 반성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사태가 오도록 몰고간 사람들을 경질해야 한다. 협상장에서 헛발질한 농림수산식품부 정운천 장관, 쇠고기문제로 헛소리를 하고 논문표절의혹을 샀던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특별교부금을 뻔뻔하게 사용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교육과학기술부 김도연 장관을 당장 퇴진시켜야 한다.

 

한번 임명한 장관은 웬만하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함으로써 예측가능한 정책을 수행토록 해야 한다는게 기자의 일관된 지론이지만 100일도 안돼 정권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국정이 망가지는 비상 상황에선 문제 장관들의 교체를 주춤거려서는 안된다.

 

 인적쇄신은 청와대에서도 일어나야 한다. 새 정부 들어서 인사가 엉망진창이다.요즘 인사는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진영'이 좌지우지 한다고 한다.청와대 인사라인의 핵심이 모두 이 의원 수족들이다. 어떤 자리에 도저히 이해안되는 인사가 앉으면 십중팔구는 이 의원과 연계해서 생각해보면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게다가 청와대 수석이라는 사람들도 왕초보들이다. 류우익 비서실장을 필두로 청와대를 이끌고 가는 수석 진영은 국정의 컨트롤타워다. 행정부를 전면에 내세워 국정이념을 실천하는 두뇌라고 할까. 이 두뇌들이 정치 경험이 일천한 아마추어여서 대립과 갈등으로 첨예하게 맞붙는 지금의 국면을 타개할줄 모른다. 아니 그런 국면을 초래한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

 

 공기업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한심한지 알 수 있다.정부는 250여개의 공기업을 분야별로 나눠 구조조정을 하겠다며 기관장들을 대상으로 일제히 사표를 받았다.정치 철학이 안맞는 노무현 정부 코드 인사를 솎아낼 필요는 있겠지만 임기가 두세달 밖에 안남은 기관장까지 쫓아내는 유치한 짓을 하고 있다. 나가는 사람에게 경영실패라는 낙인까지 찍어 쓸데없는 원망을 자초하고 있다.

 

 그래서 장관과 수석진영의 대대적인 교체가 불가피한 시점에 와있다.

 

 

둘째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는 시스템을 정비하라는 거다. MB는 상고를 다녀야 했고 대학때 환경미화원을 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을 정도로 어렵게 자랐다고 했지만 그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착각이다.MB는 그렇게 자랐지만 현대건설에 들어간 이후 모든 직장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됐고 기업인 귀족이었다. 열심히 일은 했겠지만 최고경영자로서 명예를 누리고 부를 쌓으면서 지내온 세월이 수십년이다. 사람은 얼마나 과거를 잘 잊는가. 엊그제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MB의 몸과 마음의 DNA 역시 어릴적 가난이 아니라 현대건설 시절 최고의 CEO 일지 모른다. 본인은 밑바닥 생활을 잘 안다고 말을 하지만 그런 생활을 안한지 수십년 된 사람으로서 현실을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강부자(강남의 부동산 부자)'아닌가. 하루 빨리 민의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

 

 시스템 개혁에는 정치력 발휘를 중요한 요소로 삼아야 한다. CEO 대통령 이명박은 정치인 이명박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민과 소통하고 갈등 세력을 포용하는 노련한 정치인 역할이 더 중요하다. 본인 스스로 정치 초년병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종로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불명예스럽게 사퇴하기 전까지 잠시 의정생활을 한게 정치인 생활의 전부 아닌가.서울시장으로서 업적을 남겼지만 그것은 주로 건설행정이었다. 올바른 정치가 무엇인지를 원로들에게 수시로 묻고 배워야 한다.

 

 

 

 미국이 솔선해서 한국을 돕고 MB는 과감한 인적 쇄신과 시스템 개혁에 나선다면 청계천의 촛불이 어둠속에서 헤매는 이 정부를 옳은 길로 안내하는 등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않을까??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등장을 지켜보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참으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르코지는 프랑스 정치풍토에서 이단자였다. 프랑스 전통 귀족이나 유력 정치가문도 아닌 헝가리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 태어났다.프랑스 정치인들의 산실인 에나(국립행정대학)도 다니지 않았다.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포항 동지상고를 졸업한 MB도 비슷한 형편이었다.

 

사르코지가 엘리제궁(대통령궁)을 접수할 수 있었던 힘은  경제살리기와 실용.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무기력한 전임 시라크 대통령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프랑스 국민들에게 톡톡튀는 사르코지는 새로운 희망이었다.

 

 MB의 청와대 입성도 드라마틱했다. BBK 주가조작 공방은 눈감아 줄수 있다고 쳐도 자녀위장취업(탈세)은 대통령 후보로서 용납할 수 없는 흠결이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에 환멸을 느낀 보수파들에게 성공한 CEO망투를 쓴 MB는 한줄기 햇빛이었다.

 

국민들이 두 대통령에게 던진 표에 함축된 염원은 딱 하나. 비실거리는 경제를 살려내라는 주문이었다. 그런데 요즘 꼴이 엉망이다. 기적같은 승리를 일궈낸 것도 비슷했지만 완전히 망가진 것도 어찌 그리 닮았는지.

 

시작은 뭔가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르코지는 엘리제궁에서 반바지 차림의 미국식 조깅으로 아침을 열면서 'hyper(평균 보다 훨씬 강한, 빠른)' 이미지를 심어줬다. 이 대통령은 새벽같이 신문을 훑어본뒤 7시면 회의를 소집하는 '얼리버드(일찍 일어나는 새)' 열정을 과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사르코지는 취임후 1년, MB는 두달여 지난 이 시점에서 지지율이 최악으로 나빠졌다.여론조사기관인 TNS 소프레스가 조사한 사로크지 지지율은 37%.작년 7월(65%)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MB 역시 압도적 표차로 당선해놓고도 고작 두달만에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중 최저수준인 20%대로 곤두박질쳤다.

 

왜 이런 재앙이 닥친 것인가. 국민들을 들뜨게 만들었던 두 대통령이 왜 진흙탕에 빠져 버렸는가.

두 사람은 세가지 면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첫째 국민들의 눈을 어지럽혔다.

 

사르코지는 취임사에서 강조한 경제개혁을 실천하기위해 주35시간근무제(초과근무수당에 대한 기업부담 가중) 혁파,대학 교육 자율화등을 내걸었지만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다.국민들은 사르코지가 첫 휴가를 미국으로 가고 새벽 조깅을 즐기는 것에 신선함 보다는 이질감을 느켰다. 세실리아와 이혼한 후 그녀의 몸냄새가 이부자리에서 지워지기도 전에 패션모델 칼 브루니와  재혼하는 연예인 같은 사생활이 엘로 페이퍼를 뒤덥자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개인생활이라며 애써 눈감으려 했지만 도를 넘는 천방지축이 지속되자 대통령의 관심사가 선거전 약속했던 경제회생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그런 의구심은 시간이 갈수록 증폭돼 사르코지가 추진하는 개혁 어젠다에 관심을 갖을 수가 없게 됐다.

 

 

 <사르코지와 세실리아 전 부인>

 

 

 <사르코지의 새 부인 브루니>

 

 MB도 취임 직후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다.강부자(강남의 부동산 부자) 고소영 S라인(고대,소망교회,영남,서울시 출신 인맥) 인사에 대한 불만이 확사되면서 MB가 추진하려는 경제살리기 작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도 분산됐다. 대통령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해 제대로 일을 해내지 못하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 혼란스런 메세지를 전했다.

 

 사르코지의 경제운용 철학인 사르코노믹스(Sarkonomics)는 정합성이 없다.개혁과 개방, 경쟁이라는 서구식 자본주의 모델을 지향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다가 정반대인 일자리 보호를 위한 경쟁제한등을 외쳐 외국 투자자나 기업인들에게 이중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방법의 하나인 아웃소싱(외부조달)을 맹비난하기도 했다.국내 일자리를 해외에 뺏긴다는 논리에서였다.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개혁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믿음을 앗아가 버렸다.

 

 MB도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첨단을 지향해도 시원잖을 21세기 한 복판에서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강제적인 물가통제(52개 종목 물가관리)을 동원했다.대선 공약이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대운하는 국민들의 반발이 비등하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대선때와 달리 민간이 프로젝트를 제안해오면 관계부처에서 검토한다고 한발 물러나 있지만 본인 마음속으론 물러설 태세가 전혀 아니다. 대운하 전도사라는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낙마를 했는데서 국민의 반대 심리를 읽을 수 있지만 MB는 때가 되면 대운하를 반드시 꺼낼 태세다. 환경단체등을 중심으로 벌어질 강력한 저항으로 온나라가 시끄러워질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세째 세계경제가 돕지 않는다.

 

리더가 제 아무리 못된 짓을 해도 국민들은 등 다숩고 배 부르면 그만이다. 요순시대를 꺼내지 않더라도 경제가 좋으면 모든게 용서되는게 현실이다. 안타깝께도 지금은 아니다.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비롯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그로인한 세계 경제위축이 두 대통령의 발목을 꽉 잡고 있다.

 

어느 나라든 서브프라임 괴물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지만 두 대통령은 직전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포인트로 경제회복을 내걸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크다. 프랑스는 올해 성장률이 1.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실업률은 올해 7.5%에서 내년에 다시 8.3%로 올라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부진은 읽히 아는 대로다. 정부는 '747'(연7% 성장, 1인당소득 4만달러 달성, 7위 경제대국진입) 어쩌고 하지만 올해 성장률은 4%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일자리 창출도 20만명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트레이드 마크가 망가진 셈이다. '이게 아닌가 봐' 하는 실망감이 잉크 번지듯 국민들 마음속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아직 대통령의 업적을 제대로 평가하기엔 이르다고 할 수 있다. 사르코지는 1년,MB는 고작해 80일 밖에 안됐다. 영국 경제를 업그레이드 시켜 성공적인 리더로 평가받는 마거릿 대처 전 총리도 자신의 업적으로 인정받는  공기업 민영화와 강성 노조와의 정면 대결을 2번째 임기가 시작돼서야  추진했다.

 

하지만 왠지 불안하다. 사르코지는 전임자 자크 시라크의 무기력한 모습을 닮아간다. 인기가 급락하면서 취임전 생각했던 개혁정책을 밀어부치지 못해 결국 과거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배터리만 다를 뿐이지 달리는 꼴은 시라크와 똑같은 형국이다.

 

MB 역시 전임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다.노 전 대통령은 권위라는 고답적인 의자에서 성큼 내려왔지만 때로는 천하고, 때로는 즉흥적인 발언으로 대통령으로서 받을 수 있는 존경이나 믿음 마저 팽개쳐버렸다.

 

MB 역시 시시콜콜한 일상사에 까지 간섭하면서 자신의 말 한마디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 없다는 착각에 빠져 '우파 노무현' 꼴이 날지 모른다는 수군거림이 이곳 저곳에서 들린다.

 

부지런한 두 우파 대통령이 진흙탕에서 헤쳐나올 방법은 무엇인가. 다음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