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와 민족,국민-근현대사 교과서 논란 [[생각]의 그물에 걸려든 잡어들] | 2008/11/10 15:22: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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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우리의 근현대사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담론의 진행 과정 요약
지난 10년간 학교 현장에서는 근현대사를 다소 좌파의 시각에 가깝게 가르쳐 왔다.이런 현상이 일어났던 이유는 첫째로 새마을 운동 등으로 대표되는 근대화 과정의 성과를 강조했던 그동안의 역사관에 대한 반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며 둘째로는 DJ·노무현정부가 이같은 반성을 주장하는 진보세력의 사관을 지지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지난 3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모든 정책이 우향우 하면서 역사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첨예한 논쟁이 불붙었다.간단히 과정을 정리하자면 이러하다.
박효종 교수가 이끄는 교과서포럼과 같은 보수계열 단체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이 먼저 지난해말부터 조금씩 밑불을 놨다.특히 상공회의소는 신 정부 출범을 계기로 교육과학기술부에 근현대사 교과서 분석 결과 왜곡과 오류가 있다며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같은 주장에 호응했다.국방부 통일부 등 정부부처들이 제각기 자신들이 주장해 왔던 관점(보수적 관점-안보와 통일,햇볕정책의 긍정성 등)을 담기를 요구했다.지난 9월에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지원사격을 쐈다.(저들의 교과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교과서’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마저 읽혔다.
무엇보다 ‘교과서’ 부분을 직접 관장하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긍정적으로 응했다.교과부는 지난달 30일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6종에 대한 수정요구안 검토결과를 발표했다.요컨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객관성과 균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뜯어고쳐야 한다는 결론에 다름 아니었다.
이를 바탕으로 교과부는 각계의 수정요구안 253개 항목을 검토·분석한 결과 자체수정 대상 항목이 102건(40.3%),수정권고 55건(21.7%),기타 96건(38.0%)이었다고 10월30일 발표했다.자체수정이란 집필진에서 자율적으로 수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이승만 정부의 정통성을 폄하한 부분 등이다.수정권고란 교육과정 및 국사편찬위원회의 ‘서술방향 제언’을 근거로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의 논의와 감수위원의 감수를 통해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다.예컨대 8·15 광복과 연합군 승리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술한 부분 등이다.
이에 대해 집필진들은 반발했다.‘한국근현대사 집필자 협의회’는 11월5일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과부의 수정 권고안은 검인정제 도입 취지를 무시하고 정권 입맞에 따라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긴 역사의 오점”이라고 주장했다.협의회에는 두산을 제외한 금성출판사·대한교과서·법문사·중앙교육진흥연구소·천재교육 집필진 30여명 중 9명이 가입돼 있다.이 중 무려 38건이나 지적당한 홍순권 동아대 교수(금성) 등 3명이 나와 기자들을 상대로 교과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오늘,11월10일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오전 10시께 일선 학교교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 선택권 확대 및 역사교과서 선정 관련 학교장·학교운영위원 연수회’가 열렸다.공정택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6종 교과서 중 일부가 역사교육의 방향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아무리 검정교과서라도 일부 교과서는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다.그는 “이는 미래 세대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오늘 제공되는 정확한 정보에 따라 올바른 교과서가 선정되기를 바란다.균형잡힌 교과서를 채택해 올바른 국가관을 가진 교과서 선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결과적으로 금성을 배제하라는 뜻이다.
◆교과서 문제-민족과 국민의 충돌로 봐야 한다
교과서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에 대해 섣불리 편을 들고 싶지는 않다.양측이 모두 그럴듯한 주장을 담고 있는데다 기자로서 입장을 세우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까닭이다.대신 10일,교장단에게 나눠진 연수 자료를 찬찬히 읽다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적절히 정리한 글이 있어 기록 삼아 게재하려 한다.현재의 담론 지형을 비교적 정확히 담은 이 글은 허동현 경희대 학부대학 학장(한국 근현대사 전공)의 글이다.자료 38~42페이지에 있다.전문을 게재하긴 어려워 일부 공감가는 부분을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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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억을 둘러싼 갈등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고 일본 후쇼사 중학교 역사교과서 파동이나,독일에서 일고 있는 나치에 대한 재평가 논란 등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 지식사회는 정치 지향과 세계 인식을 기준으로 볼 때 크게 세 그룹의 지식인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남의 국민과 북의 인민이 하나 되는 민족을 단위로 한 국민국가라는 근대기획의 완성과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가슴에 품고 있는 민중적 민족주의 담론을 지향하는 지식인 집단이다.한국사학자들은 대부분 이 그룹에 속하며 이들의 민중적 민족주의 담론은 과거사 청산을 외친 참여정부와 정치적 지향을 같이 할 만큼 지배담론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이란 국민국가의 자본주의적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민족에서 인민을 분리할 것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세력과 세계 인식을 함께 하는 일군의 경제사학자 또는 정치사학자들이다.이들은 자국과 자민족을 중시하는 미국과 일본의 신보수주의자들과 달리 민족을 넘어 제국의 품 안에서 발전을 도모하려는 역설을 범한다.
-마지막 하나는 갈수록 거세어지는 신자유주의의 압박과 제국의 지배에 맞서 싸우기 위해 민족과 국가를 넘어선 세계 시민 또는 민중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보는 서양사학자와 역사사회학자들로서 이들은 미국과 일본의 신좌파들과 지향을 함께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중적 민족주의 진영은 제국과 당당히 맞설 민족을 단위로 하는 국민국가의 완성을 통해, 뉴라이트 세력은 제국과의 타협을 통해, 탈근대·탈민족 진영은 세계시민 또는 민중과의 연대를 통해 그 길(우리의 생존을 지킬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식민지 시대에 수탈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개발도 병존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일격을 당한 철옹성 민족주의 담론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남녀차별과 환경파괴,그리고 대량살육이 자행된 근대가 무엇이 좋다고 따라하지 못해 안달이냐고 비판하는 신좌파 계열의 역사사회학자와 서양사학자들의 눈에는 “식민지근대화론”도 드라큘라(駐) 되기를 꿈꾸는 근대지상주의라는 점에서 민족주의 담론과 한배 속 쌍생아로 비칠 뿐이었다.(駐: 드라큘라에 물린 희생자 역시 흡혈귀가 된다는 점에서 근대화된 일본에 수탈당한 한국도 근대화될 수 있었다는 것,민중사관의 수탈론에 대한 반대논리임)
▶지금 교과서 문제가 웅변하듯이,민중적 민족주의 담론을 견지하는 한국사학계의 “과거사 청산”을 중시하는 성찰 중심의 역사 서술과 대한민국이란 국민국가의 “성공의 역사”를 기리려는 뉴라이트 진영의 “자긍”의 역사 서술이 강도 높게 충돌하고 있다.어찌 보면 한쪽은 성찰과잉 자긍결여요, 다른 한 쪽은 자긍과잉 성찰결여로 요약된다.
▶민족을 단위로 한 국민국가의 완성을 지고의 가치로 놓고 볼 때 대한민국의 역사는 분단을 고착화한 성찰 대상의 역사로 귀결된다.마찬가지로 국민을 민족에서 분리해 산업화의 성공만을 신화화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자랑스런 역사”로 기술할 때 이는 성찰을 결여한 자긍과잉의 역사 서술이 되고 만다.
▶(뉴라이트 진영의 서술에 대해) 근대란 산업화의 시대만이 아니라 인권의 발견이 있던 시대이기도 하므로,산업화를 내걸고 인권을 압살한 개발독재 시대를 정당화하는 역사 서술은 다원화된 시민사회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허 학장은 이후 김구와 이승만에 대한 강한 肯否의 대립을 거론한 뒤 “대한민국 건국 이전 독립을 위해 싸운 임시 정부의 역사를 대한민국의 역사와 연결시켜 이해하려는 노력”을 “고난의 근현대를 살아오며 갈가리 찢긴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줄 묘안”의 한 가지로 제시했다.이승만과 김구 모두를 “건국의 아버지들”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시정부로 이들을 연결한다 한들 사상과 방법론의 차를 어떻게 한 그릇에 담을지 분명치 않기 때문에) 이 주장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니나 귀담아 들을 만 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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