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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마시고 좋아하는 와인을 선정하는 일은 의외로 간단했다.와인 수입사나 유통업체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칠레산 ‘몬테스’일 것이란 데에 이견이 없었다. 이 브랜드를 달고 국내에 출시된 18종의 와인이 작년 한해 올린 매출은 수입사 공급가격 기준으로 100억원 안팎.국내에 유통되는 와인이 1만5천여 종에 달하고 전체 와인 시장 규모가 5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몬테스’의 위력을 실감할 만하다.이 시장 규모라는 것도 최종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기 때문에 ‘몬테스’ 한 브랜드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오죽했으면 ‘국민 와인’이란 얘기까지 등장했을까.특정 와인을 향한 ‘쏠림 현상’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후진국형이라고 입방아를 찧기도 한다.하지만 한 번 유행을 탔다 하면 무서운 속도로 몰리기 시작하는 한국인들의 소비 성향을 반영했거니 생각하면 그리 탓할 일도 아닐 것이다.
‘몬테스’가 한국의 와인 시장에 끼친 영향은 깊고 넓다.가장 큰 공헌은 ‘와인은 어렵다’는 공식을 깨버린 점이다.1998년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CS)’을 앞세워 ‘몬테스’ 시리즈가 한국에 상륙했을 때만해도 와인 문화는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다.게다가 ‘샤토’로 시작하는 프랑스 와인들은 비싸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텁텁한 맛(탄닌)이 초보자들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몬테스 알파’ 시리즈는 달랐다.코끝을 자극하는 농익은 과일향과 부드러운 목넘김,아련하게 남는 탄닌은 와인 마니아들까지도 열광하게 만들었다.예컨대 지난해 롯데호텔의 와인 레스토랑인 ‘바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와인으로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이 선정되기도 했다.3만4000원(나중에 출시된 쉬라 품종은 4만9000원)이란 저렴한 가격도 와인의 문턱을 한단계 낮췄다.이로써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일반인들에게 열린 셈이다.달리 말하면 ‘몬테스’가 와인을 대중화시키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몬테스’를 통해 칠레라는,한국과 12시간의 시차를 두고 있는 먼 이국(異國)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칠레를 방문했을 당시,‘몬테스 알파 M’이 만찬주로 등장,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이란 호재까지 겹치면서 칠레 와인은 국내 와인 시장에서 프랑스에 이어 2위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몬테스’의 성공 신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품질이 뒷받침됐기 덕분이겠지만 사실 잇따라 찾아온 행운도 큰 몫을 했다.1998년 나라식품을 통해 수입되기 이전인 1994년, ‘몬테스’ 와인들은 한 작은 와인 수입상을 통해 한차례 한국 시장을 공략했었다.하지만 시기 상조였을까,당시 이렇다할 호응을 얻지 못하고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몬테스’가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은 1997년 열린 칠레 와인 전시회를 통해서였다.국내 최고의 와인 마니아로 꼽히는 이희상 동아제분 회장이 세운 나라식품이 이 전시회에서 ‘몬테스’의 가능성을 엿보고 수입을 결정한 것.소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 것은 이듬해로 포도 품종별로 카베르네소비뇽,메를로,샤르도네 등 3가지의 ‘몬테스 알파’ 시리즈가 등장했다.
이희상 회장이 호텔 레스토랑을 갈 때마다 자사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린 덕분에 꽤 잘 팔리긴 했지만 2000년 초 까지만해도 두드러진 성적을 내진 못했다.그러런 차에 2001년 월드컵 조 추첨행사를 통해 첫 행운이 찾아왔다.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자리에서 기라성같은 와인들을 제치고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이 공식 와인으로 선정된 것이다.이 일은 나라식품조차 “전화로 결과를 통보받고 깜짝 놀랐다”고 했을 정도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나라식품 관계자는 “1등 공신은 당시 행사장으로 쓰인 부산 롯데호텔의 김의겸 지배인”이라고 귀띔해줬다.사정은 이랬다.월드컵 운영위원회는 공식 와인을 선정하기 위해 롯데호텔측에 10개의 와인을 선정해달라고 요청한다.이 간택 작업을 맡은 이가 바로 김의겸 지배인.그는 가격과 품질을 고려해 적당한 와인을 골라야 했는데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이 적합하다고 생각해 10개 목록 중에 이 와인을 집어 넣었다.우연인지 필연인지 김 지배인의 선택은 적중,공식 와인의 영예를 ‘몬테스’에 안겨줬다.
행운은 2003년 APEC 정상회담 때도 이어졌다.행사 장소가 2001년과 똑같은 부산 롯데호텔이었던 것.이 때 공식 와인으로 등장한 ‘몬테스’는 2001년 때보다 한단계 격상된 프리미엄급 ‘몬테스 알파 M’이었다.각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면서 ‘몬테스’의 명성은 삽시간에 와인 애호가들을 파고 들었다.
한 번 황금알을 낳기 시작한 닭은 계속해서 황금을 낳았다.내로라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좋아하는 와인으로 신문 지상을 오르내리기 시작했다.국내 최대 와인 컬렉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등장했다.대한항공을 통해 일찌감치 와인 전문가의 길로 들어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몬테스 알파 M’의 애호가로 알려졌다.실제 한진그룹의 한 관계자가 들려준 얘기에 따르면 몇해 전 그룹 전체 행사를 할 때 ‘회장님이 어떤 와인을 좋아하시냐?’고 묻자 음식을 준비한 조리장이 프랑스 보르도 와인인 ‘샤토 린쉬바쥬 1997’과 이 와인을 꼽았다고 한다.
APEC 정상 회담 이후 노 대통령이 ‘몬테스 알파’를 즐겨 마셨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청와대나 정부 주최 행사엔 으레 ‘몬테스 알파’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당시 정부 요인 중에선 강금실 법부 장관이 호텔에 갈 때마다 ‘몬테스 알파’를 주문한 것으로 유명하다.
‘몬테스’는 ‘3음절’ 와인이 인기를 끈다는 법칙을 만들기도 했다.‘카르멘’,‘빌라M’ 등이 뒤이어 히트를 친 것도 ‘몬테스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게 업계의 후문이다.행운을 통해 창출된 ‘몬테스’의 성공은 품질력 또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신화’로 이어졌다.‘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은’은 2000년과 2002년에 미국 전역의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칠레 와인 1위로 선정됐음은 ‘몬테스’의 품질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몬테스’의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런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행운이 밀물처럼 몰려왔듯이 불행 또한 썰물처럼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분명한 것은 많은 대중이 ‘몬테스’의 맛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그 어떤 전문가들의 추천도 내용이 어떻든 모두 개인적인 선호에 근거한 것일 게다.일본의 ‘와인 오타구’가 만화를 통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와인들을 따라 마시기 보다는 차라리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선택한 와인에 더 신뢰가 가는 이유다.
◆몬테스 와이너리의 와인들=크게 세가지 시리즈로 나뉜다.프리미엄급으로는 몬테스 알파 M(15만5000원,이하 권장 소비자 가격)과 폴리 쉬라(15만5000원),퍼플 엔젤(11만원)이 있다.브랜드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알파 시리즈는 품종별로 쉬라(4만9000원),카베르네 소비뇽,메를로,샤르도네(이상 3만8000원) 등 네 가지다.대중용으로는 빌라몬테스 카베르네 소비뇽,샤르도네(1만5000원)와 클래식 시리즈 4개(1만9000원),리미티드 셀렉션 2개(2만6000원),몬테스 레이타비스트(2만9000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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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병 사진이라도 함께 올렸으면 더 좋을 듯 합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저도 100대 와인의 향기와 맛을 함께 즐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