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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6일 방한했습니다.6년7개월여만에 한국을 찾은 데다 대통령을 비롯 각계 주요 인사를 만나는 자리라 언론을 비롯 꽤 관심이 많았습니다.워낙 중요한 사안인지라 취재 과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청와대와 MS가 사전 조율을 하면서 철저하게 정보를 통제할 정도였습니다.

 

어쨌든 빌 게이츠는 단 5시간 한국에 머물렀습니다.현대차랑 MOU도 맺고,1500억원 가량의 투자 계획도 발표했습니다.향후 5년간이니까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한국 IT 산업에 글로벌 기업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취재기자로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론 게이츠 회장의 연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그가 쏟아내는 말들은 늘 미래를 과학적인 논리로 예측해 왔기 때문입니다.과연 한국인에겐 어떤 메세지를 던져줄까 궁금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30분간 어쩌면 그렇게 말을 빨리 할까 놀라울 정도로 많은 말들을 쏟아내긴 했지만 이미 제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저같은 문외한이 어떻게 알았을까요.

 

게이츠 회장이 연설을 한다길래 사전 정보 수집 차원에서 그가 지금껏 해왔던 연설문들을 MS홈페이지에서 읽어봤습니다.그 중 4월 중순께 워싱턴 대학에서 한 연설이 있습니다.처음 10분 정도는 워싱턴 대학과 자기와의 인연에 대한 얘기고,나머지 이야기들은 어쩌면 그리 토시하나 틀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에서 한 연설과 똑같았습니다.

 

저도 가끔 기고를 하거나 강의를 한 일이 있기 때문에 게이츠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긴 했습니다.매번 나올 때마다 새로운 내용을 말할 수는 없겠지요.게다가 저처럼 게이츠의 예전 연설문을 읽어본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이런 이유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기사를 쓰긴 했지만요.

 

그렇긴 하더라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야후 인수 실패에 대한 허심탄회한 입장이나 검색 시장에 대한 MS의 견해 등 할만한 얘기야 많았을텐데요...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올려놓으면 좋을 것 같은 사진들입니다.첫번째 고기 덩어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사진은 멘도사의 한 식당에 갔을 때 하몽 저장고를 들어가서 찍은 겁니다.하몽은 돼지고기 뒷다리살을 염장해 석달 이상 자연 건조시켜 만드는 저장식품이라고 하네요.

 

이때 주인장의 말이 기억납니다.동양인은 처음이랍니다.게다가 한국인이 이런데까지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나요.2006년 3월쯤이었는데,주인장이 부탁해서 방명록에 싸인도 하고 왔답니다.지구 한바퀴를 돌아서 찾아갈 수 있는 아르헨티나라는 곳이 이렇게 먼 곳인 줄 새삼스럽게 깨달았더랬습니다.

 

하몽은 꽤 맛있었습니다.기름진 음식에 지쳐있던 차에 짭짤하면서도 빵과 무척 잘 어울려 정신없이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당시 하몽 말고도 한국의 전통 순대랑 정말 100% 똑같은 음식이 나왔었는데 이름은 생각이 안 나네요. 와인은 역시 말벡을 먹었지요..ㅋㅋ

 

아른헨티나에서 특히 기억나는 것은 아주 맛있는 등심 스테이크였습니다.팜파스 초원이라고 혹시 지리시간에 다들 배우셨을 줄 압니다.거기서 잡은 소라고 하는데요,원래 미국 얘들이 이쪽 소를 너무 좋아해서 거의 독점하다시피 수입을 해갔다고 하네요.

 

아르헨티나는 소고기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갖춘 곳이라 자급자족이 가능한 나라입니다.부럽기도 했지만,그 완벽성 탓에 요즘 고전하고 있다고 하니 꼭 부러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되는군요.첨부파일에 있는 사진은 식당에 들어가서 찍었던 와인 리스트와 멘도사의 전형적인 포도밭 모습입니다.보르도 등 유럽과 달리 포도나무의 키가 꽤 큰 게 인상적이었습니다.유럽은 보통 허리를 굽혀야 포도송이를 볼 수 있을만큼 키가 작거든요.

 

1일자에 직장 어린이집에도 '규제 대못'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더니 네이버에서 하루만에 60개의 댓글이 달렸더군요.응원하는 분도 많았지만 좁은 지면에 많은 얘기를 하려한 탓인지 오해를 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오해는 '기업들이 돈 덜 들이려고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보육환경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는 반론들이었습니다.

 

사실 정부에 민원을 제기하고 이 문제를 제게 제보한 SK C&C의 내용은 이렇습니다.현재 직장 어린이집의 정원은 49명인데 증원을 하려면 기본면적 40평에다 한 명 증원할 때마다 0.76평씩 추가해 놀이터를 지어야 합니다.기업들의 요구는 이것을 완화해달라는 것이고,완화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겁니다.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1-3층에 두도록 못박은 놀이터 위치 규정을 4층으로 확대할 수 없냐는 겁니다.그러나 이 문제는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소방 안전 등 위험성이 있으니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외부에라도 만들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현행 법규는 어린이집 현관에서부터 100m 이내에 차도를 건너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놀이터를 만들도록 해놨습니다.도심에서 이런 곳을 찾을 수 있을까요? 게다가 SK C&C같은 큰 건물의 경우 건물 초입에서부터 어린이집 현관까지 거리가 100m는 족히 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놀이터 규모도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주장입니다.현행 규정은 아이들 전체가 놀 수 있는 규모의 놀이터를 만들라고 돼 있는데 보통 반별로 혹은 연령별로 놀이터를 이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정보다 절반짜리 놀이터를 만들어도 아무 문제 없다는 주장입니다.

 

아예 어린이집을 하나 더 지을려고 해도 난관이 많습니다.어린이집을 위해 자가 건물을 하나 더 구입하지 않는 이상,임대 건물에 두려면 무조건 1층에 어린이집을 둬야 합니다.가까운 아파트 단지에 하려면 사설 보육 시설의 반대와 아파트 주민들의 텃세에 가로막힙니다.

 

결국 증원,증설 모두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얘기지요.규제 완화에 대한 반론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어린이집을 무조건 늘리는 것보다 보육 환경이 중요하다는 논리입니다.이 부분에 관해 SK C&C측도 할 말이 많아 보였습니다.연간 1억원의 보육료를 부모한테 받는다고 치면 회사는 3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이지요.기업 특성을 살려 각종 산업 현장에도 가고,수영장 경찰서 소방서 등 놀이터가 없는 대신에 다양한 실외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규제 대못'이란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정부를 비판한 것은 실사 한번도 없이 민원인의 의견을 두달 가량 '검토하겠다'는 답변만으로 얼버무린 점입니다. 사실 같은 부모 입장에서 저 역시 아무리 좋은 환경을 가진 어린이집보다는 직장 내 보육 시설에 보내고 싶은 심정입니다.많은 여성들이 사회활동과 가정활동을 병행하지 못해 직장을 그만두곤 합니다.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현실에 맞지 않고,법의 지배를 받는 다수의 사람들이 다른 방향을 원한다면 한번쯤 귀기울이는 게 공무원의 도리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