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에스쿠도 로호 18억원
프랑스의 전설적인 와인 명가 바롱 필립 드 로칠드가 칠레에서 생산한 와인이다.알마비바의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생산한 대중용이다.100% 프렌치 오크 통에서 1년간 숙성시켰다.에스쿠도 로호는 로칠드를 칠레에서 사용하는 스페인어로 풀어낸 것으로 ‘붉은 방패’를 의미한다.칠레의 ‘무통 까데’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바롱 필립 드 로칠드사의 계획을 담고 있는 와인이다.

 

◆10위=샤토 딸보
‘샤토 딸보’는 프랑스 와인 중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다.보르도 메독 지방의 그랑 크뤼(5개 등급으로 분류하며 총 61개가 있다) 와인 가운데 기준으로 한국에 가장 많이 팔린 와인이라는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샤토 딸보’가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발음하고 외우기 쉬운 이름 덕분이었다.일례로 와인이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기 이전인 1970년대에도 ‘샤토 딸보’는 한국의 수출 역군들 사이에서 이미 인기를 끌고 있었다고 한다.해외 바이어들과 와인을 마실 일이 많았던 이들에게

 

‘샤토 딸보’는 고급 와인이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고,발음하기 쉬운 와인이었던 것.
 이런 이유에서인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생전에 ‘샤토 딸보’를 즐겨 마셨다.한창 대북 사업을 활발히 할 무렵,금강산 관광용 여객선을 끌고 북한을 방문할 때면 항상 ‘샤토 딸보’를 몇 박스씩 싣고 갔다는 게 당시 여객선에 싣고 갈 소모품 구매를 담당했던 관계자의 회고다.여담이긴 하지만 작고한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도 같은 프랑스 와인 마니아였다.즐겨마시는 와인은 아버지와 달랐다.한 병당 수십만원을 훌쩍 넘는 ‘샤토 마고’를 주로 마셨다고 한다.

 한때 ‘샤토 딸보’는 히딩크 감독의 와인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2002년 월드컵 당시 16강 진출을 확정짓고 ‘오늘은 와인 한 잔 마시고 푹 자고 싶다’고 했는데 그 와인이 ‘샤토 딸보 1998’이었던 것.

 일본의 와인 만화책인 ‘신의 물방울’에선 이 와인을 ‘군신(軍神)’이라고 표현했다.‘딸보’라는 이름이 영국과 프랑스 간 100년 전쟁 당시 보르도를 사수하던 영국 측 장군 이름인 존 탈봇(Talbot)에서 유래한 점에 착안한 표현이다. 탈봇 장군은 잔다르크와 맞닥뜨려 싸운 노(老)장군으로 유명한 인물이다.80세의 이 노장은 잔다크르가 단신으로 달려와 ‘피를 보고 싶지 않다.그냥 물러가라’ 고 하자 고뇌끝에 퇴각했다고 한다.

 보도르는 와인으로 수많은 돈을 벌어다 주는 프랑스의 ‘보배’지만 100년 전쟁 무렵인 15세기엔 헨리2세가 통치하던 영국령이었다.이런 역사적 배경 탓인지 보르도는 프랑스 안에서도 고립된 섬 취급을 받았다.오랜 프랑스와 영국간 앙숙 탓일게다.보르도 사람들 역시 지금까지도 ‘파리지앵(파리에 사는 이들을 일컫는 말)’들을 멸시하곤 한다.

칠레에 '데스콜차도스'라는 권위 있는 와인 전문 가이드에서 2008년판을 내놨습니다.584종의 레드와 260종의 화이트 중에서 최고를 뽑았는데,레드 와인 중에선 하라스 와이너리의 '엘레강스 카베르네 소비뇽 2004'가 '알마비바 200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엘레강스 카쇼 2004에 대한 설명은 26일자 '주목 이 와인'란에 자세히 설명해 놨습니다.)

 

한국에 수입 안 된 것들도 있지만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레드 와인 10위 리스트와 현지 가격(달러) 올려 놓겠습니다.참고로 엘레강스 카쇼 2004의 현지 가격은 24.9달러인데 국내엔 8만5000원 가량에 수입될 예정입니다.차이가 꽤 나죠? ㅎㅎ

 

1위=Haras de Pirque Elegance Cabernet Sauvignon 2004 /24.9달러/95점('하라스 데 피르케'는 와이너리 이름이고,'엘레강스'는 브랜드명 '카베르네 소비뇽'은 포도 품종입니다)

2위=Almaviva 2004/ 60달러/95점

3위=Casa Lapostolle Clos Apalta 2005/ 60달러/94점

4위=Concha Y Toro Terrunyo Carmenere 2005/ 13달러/94점

5위=Cousino Macul Lota 2005/59.5달러/94점

6위=Haras de Pirque Alvis 2004/45달러/94점

7위=Quebrada de Macul Domus Aurea 2004/39.5달러/94점

8위=Altair 2004/62달러/93점

9위=Caliboro Erasmo 2005/15달러/93점

10위=Carmen Gold Reserve Cabernet Sauvignon 2003/41.2달러/93점

 

 


‘참 화려하다’.2006년 3월,콘차이토로 등 칠레의 와이너리를 보고 와서 든 생각이다.프랑스 앙튀르 드 메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가업을 이어 묵묵히 와인을 만들고 있는 농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칠레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다.사실 칠레의 와이너리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이주한 귀족들 소유다.프랑스가 혁명을 거치며 농부들에게 포도밭을 불하한 것과 달리,칠레의 포도밭들은 큰 굴곡없이 군부를 비롯한 상류층들의 재산으로 남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칠레의 와인 산업은 이들 대규모 토착 자본들이 장악하고 있는 덕분에 일찌감치 수출이라는 ‘광맥’을 일굴 수 있었다.칠레 사람들이 농담처럼 하는 말 중에 ‘아르헨티나가 밀면 칠레 사람들은 바다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칠레 사람들이 아르헨티나를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주는 우스갯 소리다.늘 중국에 치여 살던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라고나 할까.
 

 칠레의 와인 수출은 아르헨티나와의 이같은 경쟁 의식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모든 산물을 자급자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와 달리 칠레는 뭐든 수출하고,여기에서 번 돈으로 필요한 것들을 수입해야 했다.와인도 그 중의 하나였다.
 사실 와인을 좋아하는 인구 비율로 따지자면 아르헨티나는 아마 세계 최고일 것이다.주요 와인 산지 중 하나인 멘도사는 말할 것도 없고,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 곳곳마다 와인이 넘친다.멘도사의 한 노천까페에 갔을 때의 일이다.하루 세끼 꼬박 와인을 마시는 일에 살짝 질리던 나는 메뉴에서 ‘beer’를 찾으려 수십장은 될 법한 와인 리스트를 뒤적인 적이 있다.참 놀랍게도 그 흔한 ‘버드와이저’조차 찾을 수 없었다.맥주 종류는 딱 한 종류(토종 맥주였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뿐이었다.
 

아르헨티나인들은 식량은 기본이고,무엇하나 수입하지 않고도 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이기에 와인도 자기네끼리 즐기기 위한 존재일 뿐이었다.우리에게 유독 칠레 와인이 친숙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한·칠레 FTA 체결도 칠레 와인 전성시대의 또 다른 요인이다)
 삶의 절박함에서 나온 칠레인들의 개방성은 글로벌 와인 양조법을 배우고 익히는데서도 발휘됐다.‘샤토 무통 로쉴드’의 바롱 필립 드 로쉴드를 비롯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이탈리아의 안티노리 등 ‘글로벌 스탠다드’로 인정받은 유명 양조업체의 기술과 스타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그 결과 ‘알마비바’같은 칠레산 명품 와인들이 나올 수 있었다.
 

주변의 지인들과 와인을 주제로 얘기를 나눌 때면 으레‘그러면 어떤 와인을 마시면 좋을지 추천좀 해달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지만 난 칠레산을 자주 권한다.단일 포도 품종으로 만든 품질 좋은 와인들이 많기 때문이다.미국이나 호주산과 비교해 가격도 약간 저렴한 편이다.대륙별로 같은 품종이라도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품종별 특색을 입맛에 각인시켜두면 보르도 스타일의 블렌딩 와인(여러 품종을 섞어 만든 와인)을 즐기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카르멘 카베르네소비뇽 리제르바는 ‘와인 고수’들이 흙속의 진주로 꼽는 칠레 와인들 중 하나다.회원수 3만여 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와인 전문 카페인 ‘와인카페’같은 곳에서 카르멘 시리즈는 늘 상위권에 오르곤 한다.(보통 온라인에서 카베르네소비뇽이란 포도 품종은 ‘카쇼’ 혹은 ‘CS’로 축약해 부른다.리제르바는 숙성 기간이 2∼3년쯤 길다는 의미다.)
 1850년에 설립된 칠레 최고(最古)의 와인 회사에서 내놓은 와인인 만큼 칠레 와인의 전형성도 간직하고 있다.카르멘 시리즈는 총 60여 개국에 약 150만 상자가 수출되고 있다.와인 전문 잡지인 와인&스피릿(Wine & Spirit)에서 최근 9년간 여덟 차례 ‘올해의 칠레 와이너리’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