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의 와인 담당 기자 2명이 뭉쳤습니다.2007년까지 3년간 와인 시장을 취재하며 자칭 마니아가 되버린 박동휘 기자와 와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푹 빠져버린 최진석 기자입니다.현장 구석구석을 돌며,보고 배운 것들을 와인 아일랜드에 가감없이 심겠습니다.와인으로 가득찬 아름다운 섬으로 꾸며보겠습니다.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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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드라마에 얼굴 비쳤을 뿐이고!” - 드라마 나와 회자되는 와인들 [우리가 만난 와인]

‘국내 최초의 와인 소재 드라마’를 표방하며 방영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던 ‘떼루아’.김주혁과 한혜진이라는 쟁쟁한 배우들을 내세우고도 시청률 성적은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아직 한국에 와인문화가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한 까닭도 있지만 와인 실명을 쓰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도 한 몫하고 있다고 봅니다.(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스토리 전개겠죠?)최근 두자리 시청률을 보이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하니 좀 더 지켜보시죠 모.

 

그래도 와인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우리가 언제부터 와인을 홀짝였습니까? 본격적으로 마신 건 8년도 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이젠 왠만한 드라마에서 와인 한 병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오늘은 한국의 드라마 속에 등장한 와인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 번 알아보시죠.

 

드라마 ‘떼루아’에서 첫 회에 등장한 1억5000만원짜리 와인 ‘샤토 무통 마이어’.이 와인의 진짜 이름은 ‘샤토 무통 로쉴드’입니다.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만 왠만한 사람들은 맛보지 못하는 초고가 와인입니다.한 와인업체 사장님은 “초반부터 비싼 와인을 등장시키다니 와인을 마시란 얘긴가 입맛만 다시란 얘긴가!”하고 안타까워 하셨죠.어쨋든...

 자신이 마셔버린 와인이 태민(김주혁)이 찾아 헤매던 1억원이 넘는 ‘샤토 무통 마이어’란 사실을 알게 된 우주(한혜진)는 와인병을 곰인형 속에 숨기는가 하면,태민에 대한 분노로 이 고가의 와인을 태민 눈 앞에서 쏟아 붓기도 했습니다.드라마니까 가능한 얘기죠...저라면 가만 안뒀을 겁니다.아무튼 이 와인은 주인공들의 갈등이 깊어지게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꼽히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도 와인과 관계가 깊습니다.김명민씨는 연기대상을 받았죠.축하드립니다.송승헌씨와 공동수상하셔서 기분이 크게 좋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아무튼 김명민씨는 실제로도 소문난 와인 매니아로 알려져 있습니다.당근 드라마에서도 여러 차례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나오죠.‘강마에’ 김명민이 마시던 와인은 프랑스의 와인명가 바롱 필립 드 로칠드 사의 에스쿠도 로호.이 회사는 샤토 무통 로칠드를 생산하는 와이너리입니다.에스쿠도 로호는 이 회사가 칠레에서 생산한 와인으로 스페인어로 ‘붉은 방패’라는 뜻입니다.라벨을 보시면 방패 문양이 그려져 있죠.한 와인업계 관계자는 “깐깐한 완벽주의자인 동시에 정열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마에스트로의 이미지를 담아내기에 적합한 와인이라는 제작진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설마... 진정 그런 의도라면 샤토 무통 로칠드를 등장시켰겠죠.

싸구려 무릎이 기억에 남는 드라마 ‘온에어’에서도 와인이 나옵니다.이범수는 호텔에서 와인 한 병을 내놓고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와인이라며 김하늘 앞에서 거드름을 피웁니다.이 때 등장한 와인은 과거 소련의 유명한 와인 산지였던 그루지야의 ‘오카미 레드 드라이’.그러나 이범수는 ‘그루지야(Goergia)’가 아닌 ‘조지아’산 와인이라고 발음해 오히려 김하늘에게 망신을 당합니다.김하늘은 세월이 흐른 뒤 이범수에게 “조지아산 와인 한 잔 하자”고 제안합니다.두 번 죽이는 거죠.그런데 그루지야 와인...세월이 흘러도 맛이 잊혀지지 않는 건 맞지만 ‘참으로 지린’ 맛으로 기억되는 게 문제입니다.경험이 중요하니 기회가 닿으면 마셔보세요.

 

박진희와 심혜진의 영혼과 육체가 뒤바뀐 소재로 꽤 재미있게 봤던(특히 윤다훈의 연기)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에서도 와인이 등장합니다.겉모습은 아줌마 심혜진이지만 실상은 소믈리에를 꿈꾸던 20대 승무원 박진희의 영혼을 가진 순애씨.그녀는 옛 연인과 만난 자리에서 “이 와인은 피안 델레 비네,이탈리아 몬탈치노 지방 최고급 와인이에요.한 모금 마시면 입 안 가득 장미향이 번져서 마치 장미정원에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죠”라며 두 사람의 추억이 얽힌 와인에 대해 설명해 옛 연인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정식 명칭이 ‘피안 델레 비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인 이 와인은 그 전에 고현정 주연의 ‘여우야 뭐하니’에 이미 등장했었습니다.‘수확 후 5년 후 출시’는 규정을 엄격하게 지켜 ‘변치 않는 약속’을 상징하기도 한답니다.‘여우야 뭐하니’에서도 천정명이 고현정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 등장해 일부에선 ‘연인들의 와인’으로 부르기도 한답니다.

 

예전에 고급스러운 술하면 양주,서민의 술하면 소주가 등장했지만 드라마에 점점 와인이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지는 건 사실입니다.앞으로는 또 어떤 와인이 등장할지 기대가 되네요.바라는 점이 있다면 1만~2만원대의 맛 좋은 와인을 제작진들이 발굴해 등장시키는 겁니다.경기도 안좋은데 말이죠.(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박동휘 최진석 기자의 와인 아일랜드

드라마, 떼루아, 김주혁, 한혜진, 샤또 무똥 마이어, 에스쿠도 로호, 박진희, 심혜진
posted at 2009/01/02 09:11:00 댓글(1)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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