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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에 '데스콜차도스'라는 권위 있는 와인 전문 가이드에서 2008년판을 내놨습니다.584종의 레드와 260종의 화이트 중에서 최고를 뽑았는데,레드 와인 중에선 하라스 와이너리의 '엘레강스 카베르네 소비뇽 2004'가 '알마비바 200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엘레강스 카쇼 2004에 대한 설명은 26일자 '주목 이 와인'란에 자세히 설명해 놨습니다.)

 

한국에 수입 안 된 것들도 있지만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레드 와인 10위 리스트와 현지 가격(달러) 올려 놓겠습니다.참고로 엘레강스 카쇼 2004의 현지 가격은 24.9달러인데 국내엔 8만5000원 가량에 수입될 예정입니다.차이가 꽤 나죠? ㅎㅎ

 

1위=Haras de Pirque Elegance Cabernet Sauvignon 2004 /24.9달러/95점('하라스 데 피르케'는 와이너리 이름이고,'엘레강스'는 브랜드명 '카베르네 소비뇽'은 포도 품종입니다)

2위=Almaviva 2004/ 60달러/95점

3위=Casa Lapostolle Clos Apalta 2005/ 60달러/94점

4위=Concha Y Toro Terrunyo Carmenere 2005/ 13달러/94점

5위=Cousino Macul Lota 2005/59.5달러/94점

6위=Haras de Pirque Alvis 2004/45달러/94점

7위=Quebrada de Macul Domus Aurea 2004/39.5달러/94점

8위=Altair 2004/62달러/93점

9위=Caliboro Erasmo 2005/15달러/93점

10위=Carmen Gold Reserve Cabernet Sauvignon 2003/41.2달러/93점

 

 


‘참 화려하다’.2006년 3월,콘차이토로 등 칠레의 와이너리를 보고 와서 든 생각이다.프랑스 앙튀르 드 메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가업을 이어 묵묵히 와인을 만들고 있는 농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칠레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다.사실 칠레의 와이너리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이주한 귀족들 소유다.프랑스가 혁명을 거치며 농부들에게 포도밭을 불하한 것과 달리,칠레의 포도밭들은 큰 굴곡없이 군부를 비롯한 상류층들의 재산으로 남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칠레의 와인 산업은 이들 대규모 토착 자본들이 장악하고 있는 덕분에 일찌감치 수출이라는 ‘광맥’을 일굴 수 있었다.칠레 사람들이 농담처럼 하는 말 중에 ‘아르헨티나가 밀면 칠레 사람들은 바다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칠레 사람들이 아르헨티나를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주는 우스갯 소리다.늘 중국에 치여 살던 우리나라와 비슷한 처지라고나 할까.
 

 칠레의 와인 수출은 아르헨티나와의 이같은 경쟁 의식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모든 산물을 자급자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아르헨티나와 달리 칠레는 뭐든 수출하고,여기에서 번 돈으로 필요한 것들을 수입해야 했다.와인도 그 중의 하나였다.
 사실 와인을 좋아하는 인구 비율로 따지자면 아르헨티나는 아마 세계 최고일 것이다.주요 와인 산지 중 하나인 멘도사는 말할 것도 없고,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 곳곳마다 와인이 넘친다.멘도사의 한 노천까페에 갔을 때의 일이다.하루 세끼 꼬박 와인을 마시는 일에 살짝 질리던 나는 메뉴에서 ‘beer’를 찾으려 수십장은 될 법한 와인 리스트를 뒤적인 적이 있다.참 놀랍게도 그 흔한 ‘버드와이저’조차 찾을 수 없었다.맥주 종류는 딱 한 종류(토종 맥주였는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뿐이었다.
 

아르헨티나인들은 식량은 기본이고,무엇하나 수입하지 않고도 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이기에 와인도 자기네끼리 즐기기 위한 존재일 뿐이었다.우리에게 유독 칠레 와인이 친숙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한·칠레 FTA 체결도 칠레 와인 전성시대의 또 다른 요인이다)
 삶의 절박함에서 나온 칠레인들의 개방성은 글로벌 와인 양조법을 배우고 익히는데서도 발휘됐다.‘샤토 무통 로쉴드’의 바롱 필립 드 로쉴드를 비롯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이탈리아의 안티노리 등 ‘글로벌 스탠다드’로 인정받은 유명 양조업체의 기술과 스타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그 결과 ‘알마비바’같은 칠레산 명품 와인들이 나올 수 있었다.
 

주변의 지인들과 와인을 주제로 얘기를 나눌 때면 으레‘그러면 어떤 와인을 마시면 좋을지 추천좀 해달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지만 난 칠레산을 자주 권한다.단일 포도 품종으로 만든 품질 좋은 와인들이 많기 때문이다.미국이나 호주산과 비교해 가격도 약간 저렴한 편이다.대륙별로 같은 품종이라도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품종별 특색을 입맛에 각인시켜두면 보르도 스타일의 블렌딩 와인(여러 품종을 섞어 만든 와인)을 즐기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카르멘 카베르네소비뇽 리제르바는 ‘와인 고수’들이 흙속의 진주로 꼽는 칠레 와인들 중 하나다.회원수 3만여 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와인 전문 카페인 ‘와인카페’같은 곳에서 카르멘 시리즈는 늘 상위권에 오르곤 한다.(보통 온라인에서 카베르네소비뇽이란 포도 품종은 ‘카쇼’ 혹은 ‘CS’로 축약해 부른다.리제르바는 숙성 기간이 2∼3년쯤 길다는 의미다.)
 1850년에 설립된 칠레 최고(最古)의 와인 회사에서 내놓은 와인인 만큼 칠레 와인의 전형성도 간직하고 있다.카르멘 시리즈는 총 60여 개국에 약 150만 상자가 수출되고 있다.와인 전문 잡지인 와인&스피릿(Wine & Spirit)에서 최근 9년간 여덟 차례 ‘올해의 칠레 와이너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예전에 신세계 이마트가 조선호텔에서 PL(private labelㆍ유통업체 자체 상표) 신상품 발표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했을 때의 일이다.간담회 끝 무렵,예정에 없던 건배 제의 요청이 들어오자 이경상 이마트 대표는 평소 즐겨 마시는 와인인 듯 칠레산(産) ‘1865’를 주문했다.

  “참 재미있는 와인입니다.18홀까지 65타를 치라는 의미로 라벨을 읽기도 합니다만 저는 18세부터 65세까지 누구나 이마트 PL 고객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1865‘를 마시고 싶습니다.”

 ‘1865’는 외우기 쉬운 이름 덕을 톡톡히 봤다.본래 ‘1865’라는 브랜드는 이 와인을 제조한 산페드로사의 설립 연도에서 따왔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제 논에 물대기’식으로 저마다의 별명을 붙이며 ‘1865’에 열광했다.‘1865’를 ‘골프 와인’이라 부르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수입사인 금양인터내셔널이 골프 클럽하우스를 집중적으로 겨냥해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고 보는 게 정확하긴 하겠지만 예상 밖으로 아마추어 골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이 ‘1865’ 마니아라는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인터넷 동호회에서 활약하는 젊은층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1865’는 단연 화젯거리다.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최대 와인 동호회인 ‘와인 카페’에서는 ‘1865와 도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한창 회자됐다.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고가 와인이 즐비한 한 와인 애호가의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없어진 것은 수백만원짜리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들이 아닌 ‘1865’뿐이었다는 것.며칠 후 그 도둑은 인터넷에 올린 글 하나로 경찰에 잡혔다.가관인 것은 그가 올린 광고 문구.“정말 비싼 와인을 조심스럽게 판매합니다.와인 라벨에 적힌 생산 연도가 오래될수록 비싼 건 아시죠? 이 와인은 무려 150년이 다 되어 갑니다.1865년도에 나왔거든요.이 와인을 정말 저렴한 가격 100만원에 판매하겠습니다.”

 그렇다고 ‘1865’의 장점이 쉬운 이름뿐인 것은 아니다.5만원에 구입할 수 있는 와인 중에서는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여러 포도 품종을 섞지 않고 한 가지 품종만으로 만든 것도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종류는 카베르네 소비뇽,쉬라,말벡,카르미네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