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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돌뱅이와 마케터 [시장의 모순]
 

 

장돌뱅이와 마케터

                                (메밀꽃 필 무렵, 소비의 미래)


어찌하다보니 현대판 5일장이라고 할 수있는 외국의 전시장을 돌아다니게 된, 나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나오는 허생원을 나와 비교하면서, 스스로도 낭만파 장사임을 자처 한다. 그래서 나는 소금뿌린 듯이 허여스름한 메밀꽃 사이를 달밤에 나귀와 거닐면서, 십 수년전의 낭만을 되씹을 수있는 그런 장돌뱅이가 되고 싶다. 그러나 불행히도 세상은 허생원이 누릴 수있는 그런 낭만을 나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보다 치밀한 전략들을 요구하고 있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장판에서 나는 뒹굴고 있다. ‘소비의 미래’를 지은 다비트 보스하르트는 나보고 세상을 앞서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마케터’가 되기를 강권하지만, 난 과거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장돌뱅이 홍서방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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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 소비의 미래

저자 : 다비트 보스하르트


좋은 책이 항상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카오스’ ‘링크’만큼이나 흥미진진하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절판되었다. 사실 그렇게 딱딱하게 씌여진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왠만한 미래학 서적이나 마케팅 서적보다 새로운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지만, 이 책은 별로 많은 사람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왜 그럴까?


이 책의 키워드는 소비의 다양한 현상 체계 속에서 소비의 의미를 읽어내는 능력인 ‘소비자 독해력’,  우리의 일상을 뚫고 들어오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매체와 그 것의 상징성 그리고 메시지를 파악하는 ‘미디어 독해력’ 그리고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실제 소비생활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마케터’이다. 소비자는 어떻게 변하는 지 스스로 알지 못한다.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하는 소비자에 대하여 마케터는 현대의 전지전능한 해결사임을 자처한다. 법앞에서가 아니라, 소비앞에서 평등하고, 소비를 통하여 민주사회의 시민권자 임을 인정받고자 하는 사회,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 표현되는 현대 사회, 마케터를 통하여 삶의 고난함을 위로받으려는 사회, 한마디로 말해서 ‘마케팅 광기에 빠진 사회’, 우리는 그런 사회에 지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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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돌뱅이는 각 지방에서 벌어지는 장판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고, 마케터는 소비자의 심리의 흐름을 파악해서 자신들의 제품을 사도록 하는 사람이다.


장돌뱅이는 소비자가 필요한 물건을 팔려고 하지만, 마케터는 팔고자하는 물건을 소비자에게 알리려고 노력한다.


장돌뱅이는 자기 물건을 사는 사람이 누군지 알지만, 마케터에게 소비자는 추상적인 존재이다.


장돌뱅이에게 소비자는 인간 그 자체이지만, 마케터에게 소비자는 조정해야 하는 객체이다.


장돌뱅이는 나귀를 끌고 다니며 달 밤에 걸어다니지만, 마케터는 제트기를 타고 밤낮없이 여행한다.


장돌뱅이는 물건을 팔면 그만이지만, 마케터는 추가구매를 유도한다.


장돌뱅이는 물건 자체를 팔지만, 마케터는 꿈을 팔면서 물건을 덤으로 판다.


장돌뱅이에게는 물레방앗간의 낭만이 있고, 마케터는 소비자의 낭만을 만들어 판다.


장돌뱅이에게 소비자와 상품은 별개의 개념이지만, 마케터는 소비자를 상품에 일치시키려 한다.


장돌뱅이는 소비자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지만, 마케터는 소비자의 행복한 생활을 원한다. (단, 자사의 상품을 통해서)


장돌뱅이는 소비자가 외로운지 아닌 지 모르지만, 마케터는 소비자가 외로움을 상품을 통해서 해소하도록 한다.


장돌뱅이의 물건은 계절에 따라 순환하지만, 마케터의 상품은 유행에 따라 변하고, 순환하지 않는다.


장돌뱅이는 소비자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마케터는 소비자를 감성적으로 만들려고 한다.


장돌뱅이는 물건 값 그 자체가 중요하지만, 마케터는 물건에 포함된 서비스료가 더 중요하다.


장돌뱅이는 “애들은 가라”고 외치지만, 마케터는 “애들은 TV와 인터넷 앞으로 와라”하고 외친다.


장돌뱅이는 “노인네는 쉬세요”하고 외치지만, 마케터는 “멋있는 제 2의 인생을 살라”고 외친다.


장돌뱅이는 손님의 현재 주머니에 얼마나 현금이 있는 지가 중요하지만, 마케터는 소비자의 신용카드의 사용한도가 중요하다.


장돌뱅이의 소비자는 항상 같은 곳에서 살지만, 마케터의 소비자는 매번 바뀔 수있다.


장돌뱅이는 소비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궁금하지 않지만, 마케터는 고객의 마음에 누구보다 먼저 흔적을 남기고 싶어한다.


장돌뱅이의 경쟁자는 같은 장판에 있는 2-3명의 다른 장돌뱅이지만, 마케터의 경쟁자는 전 세계에 퍼져있지만 보이지 않는 엄청난 수의 다른 마케터들이다.


장돌뱅이는 시장판에서만 팔지만, 마케터는 할인점, 백화점, 인터넷등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장돌뱅이는 장사꾼이고, 마케터는 커뮤니케이터이다.


장돌뱅이는 재력으로 시장을 구분하고, 마케터는 소비자의 감성에 따라 시장을 세분한다.


장돌뱅이는 메밀밭을 거닐고, 마케터는 공항을 거닌다.


장돌뱅이는 부자에게 사치품을 팔고, 마케터는 부자를 닮고 싶은 사람에게 사치품을 판다.


장돌뱅이 최고의 사치품은 우아함이지만, 마케터 최고의 사치품은 시간이다.


장돌뱅이는 나귀의 등에 실린 만큼만 팔 수있지만, 마케터는 전 세계에 무한정 상품을 팔 수있다.


장돌뱅이는 손님과 싸울 수있지만, 마케터는 소비자와 싸우면 ‘비도덕적’이라는 멍에를 쓸 수있다.


장돌뱅이는 상품의 효율성과 내구성을 약속하지만, 마케터는 복잡하고 힘들어지는 삶에서 ‘단순함의 환상’을 약속한다.


장돌뱅이는 상품에 내재한 본질적 가치를 팔고, 마케터는 소비자가 상품에 기대하는 가치를 판다.


장돌뱅이는 사용처가 명확한 상품을 팔고, 마케터는 이미 만들어진 상품의 사용가능성을 고안한다.


장돌뱅이는 소품종,소량, 무개성의 제품을 팔고, 마케터는 다품종, 유개성의 제품을 다량,소량 구분없이 판다.


장돌뱅이는 지역전문가이지만, 마케터는 제품전문가이다.


장돌뱅이는 현금을 받고 팔지만, 마케터에게 판매대금이란 통장에서 통장으로 움직이는 추상적 숫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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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at 2008/03/10 22:29:00 댓글(1)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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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 2008/03/12 17:00 | DEL | REPLY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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