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나는 책 만들면 잠이 와’ 그런다. 하지만 책도 책 나름이다. 자고 싶을 때는 적당히 재미있는 책을 골라야 한다. 읽기 힘든 책을 억지로 읽으려고 하면 오히려 신경질만 나고, 잠은 깨버린다. 자려고 노력할 때 읽는 책은 스토리가 있는 책보다는 내용을 가볍게 읽어갈 수있는 책이 좋다. 스토리가 있는 책들은 다음이 궁금해져서 자칫하면 밤새기 쉽다. 읽어가면서도 다음 스토리가 궁금하지 않은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러니까 조정래의 ‘태백산맥’같은 책을 잠들기 전에 보겠다고 침대에서 손에 잡았다가는 날밤을 꼬박새울 것이다. 왜, 너무 재미있으니까.
난 이 책을 최근에야 ‘태백산맥’을 읽었다. 남들은 이미 10년전 대학에 다닐 때 읽었던 책을 얼마 전에야 읽었으니, 시대의 독서 흐름에 꽤나 둔감하다. 전집 10권으로 된 책을 짬짬이 틈을 내서 읽다가 마지막 10권을 손에 잡았는데, 그만 홀딱 밤을 새버렸다. 다음 날 아침에 은행에도 가야할 일도 있고 볼 일도 있어 게으름을 필 수 있는 날이 아닌 데 말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새벽 5시 반이다. 읽으면서 나는 그 다음에 사건 전개가 어떻게 될 까하는 궁금증보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글을 잘 쓸 수있을 까하는 부러움이 더 앞섰다. 예를 들면 밤하늘을 묘사하는 데도 나는 기껏해야 서너줄이면 갖고 있는 밑천이 바닥이 나는 데, 조정래는 밤하늘을 묘사하는 장면만도 서너장이 나온다. 페이지를 넘기면서 '아하! 이래서 작가가 따로 있구나!'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전라도 사투리는 마치 내가 전라도에서 자란 사람처럼 부담없이 가슴에 들어왔다. 전편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마치 내가 당한 것처럼 억울하게 느껴지도록 쓰는 그 놀라운 능력이 나로서는 그저 존경스러울 뿐이다.
불면증 환자들에게는 절대로 권해서는 안될 책이다. 아주 위험하다.
또 잠이 오지 않는 데 침대에 가져가서는 절대로 안될 책은 바로 업무에 관한 책이다. 업무에 관한 책을 읽으면 침대가 낮에 있었던 회사 일의 연장이 된다.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나 봉착된 문제점의 해결책이 나올 수있기는 하지만, 떠오르는 회사 일이나 내일 해야할 일등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다보면 잠을 자면서도 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자는 둥, 마는 둥하게되고,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다. 잠이 잘오는 사람이라면 무슨 책을 읽어도 상관이 없지만, 잠이 잘 오지 않는 사람은 일단 몸과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한다.
잠자리에 들고 갈 책은 비교적 이해하기 쉬우면서, 계속해서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 좋다. 예를 들면 울리히 벡이 지은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같은 책이 좋다. 모든 사람은 사랑에 관심이 많다. 그 사랑의 현대적 현상학이라고 할 수있고, 제법 생각하게 하면서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실감이 오는 책이다. 사실 이 책도 아직 결혼하지 않은 청춘들에게 권하기에는 약간 위험하기는 하다. 현대적 사랑이 너무 어려워지는 것을 알게 되면, 현재의 사랑을 밤새 되씹어야 할 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나같이 이미 결혼해서 사랑에 무디지만, 가족과의 사랑을 좀더 깊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좋은 책이다. 사랑도 공부가 필요하다. 아무튼 이런 책은 침대에서 읽다보면 어느 새 잠이 들게 마련이다.
차라리 자기 전에 텔레비전을 보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것은 정말 말려야 할 일이다. 우선 텔레비전은 자기가 생각하면서 보는 게 아니기 때문에 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칫 드라마나 영화라도 보기 시작하면 잠을 자야할 시간을 놓쳐버린다. 사람이란 이상한 것이 아무리 졸리다가도, 일단 자야할 시간을 놓치거나, 몸이 풀리면 오히려 잠이 달아난다. 요즘 채널이 수 십개되는 케이블 테레비라면 더욱 위험하다. 리모콘을 돌리다보면 어느 새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흘러간다. 기억하자. 테레비나 컴퓨터의 반짝이는 스크린은 잠의 천적이다.
하여간에 자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책을 읽는 게 훨씬 빨리 잠을 들 수 있는 방법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눈감고 자려고 하면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천진난만한 아이가 아닌 바에야 어째 생각거리가 한둘뿐이겠나. 낮에 회사에서 있었던 직장 상사와의 개운치 않은 언쟁이 생각나서 후환이 걱정되고,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이 떠오르고, 내일 당장해야 하는 데 미처 준비가 되지 못한 일이 떠오르면, 눈은 감았지만, 머리는 오히려 팽팽 돌아가게 마련이다. 몸이 피곤하더라도 책을 보는 편이 잡생각을 떨치고 개운하게 잠이 들려면 머리가 깨끗해야 한다. 한 밤중에 침대에서 보는 책은 아무리 길어도 30분내지 1시간이면 충분하다. 그 정도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천장을 보면서 지나가는 양의 수를 세는 시간보다 훨씬 짧다.
혹시라도 이런 불평을 들으면 어쩌지!
잠을 자기 위하여 잡은 책이 정말 재미있어서 밤을 새면 어쩌냐고?
사람의 취향도 가지 가지인만큼, 각자가 졸릴만한 책을 잘 고르고 볼 일이다. 내가 너무 책임감없이 말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나는 제대로 잠잘 수 있는 방법을 말해 주었는지만, 이 책의 독자들이 잠을 쫒는 책을 잘못 골라서 밤샜다고 하면 그만이기는 하다. 설령 그렇더라도, 그게 무슨 걱정인가? 그만큼 보람있게 지낼 밤이 인생에서 얼마나 되겠나. 그런 것으로 나에게 불평할 이 책의 독자는 없다. 나도 그런 불평을 듣고 싶다. 네 말을 듣고 책을 잡았다가 잠을 못자고 꼬박 새웠다고,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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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이런 책을
잠자리에서 권할 만한 책은 비교적 가벼운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책이 좋다. 꿈을 꾸어도 즐거운 꿈을 유도할 만한 내용이어야 한다.
운율이 있으면서 서정성이 풍부한 시집을 읽어보자. 서정시는 상상을 자극하면서도 마음을 한없이 풀어준다. 시낭송 테이프를 들어보는 것도 상당히 좋다. 시낭송은 배경음악이 아른함을 줄 정도로 편한 게 많은 데다, 낭송자의 목소리도 낮은 음으로 조용히 읽기 때문에 굳이 책을 들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딱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낭송자는 ‘이종환’이다. 라디오로 많이 듣던 익숙한 목소리에다, 배경음악과 시가 참 잘 어울리게 선택한다.
시집이 아니라면 사진이 적당히 곁들여진 여행서적도 가벼운 상상을 하기에는 제격이다. ‘여행작가 12인이 적극 추천하는 잊지못할 가족 여행지 48’같은 책도 잠들기에 딱 좋은 책이다.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약간 무거운 듯한 책을 펼치고는, 책에서 보여주는 여행지의 그림을 가볍게 넘기다 보면, 눈은 서서히 감기면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이제 다 큰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숲을 거닐면서 꽃을 꺽어가면서 놀고, 어리광을 한참 부리는 막내와 나와 아내는 손을 잡고 천천히 산보를 하는 상상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책을 떨어뜨리고 잠이 들 것이다. 이런 책을 읽다 잠들면 꿈도 즐거운 꿈을 꾸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이 책도 약간 위험하다. 갑자기 일어나서 책에서 나오는 여행지를 가보고 싶은 마음에 애인한테 전화하고, 친구한테 전화하다가 잠이 홀딱 깨서는 전화로 둘이서 여행계획을 만들다 보니 밤을 샐 일이 생길 수도 있다.그러고 보니 함부로 잠자리용 책을 권할 만한 일이 아닌 성싶다. 나는 잠이 올거라고 생각해서 권했는 데, 이 책의 독자 여러분에게는 잠깨는 책이 되버릴 수도 있으니까.
사전도 괜찮다. 사전에 있는 단어를 일일이 외우려고 하지 말고, 이 단어는 아는 단어구나, 어제 길거리에서 본 간판이 이런 뜻이었구나, 이 단어는 모르네 하면서 술술 페이지를 넘겨보자. 사전은 정말로 다른 생각을 막아주는 기능이 있다. 온갖 잡생각을 깨끗하게 없애고, 단어 자체에 몰입하게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잠이 든다.
잠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 새 나도 졸려진다. 아~~~ 하~~~암
여러 분 꿈속에서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