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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관심분야가 있게 마련이다. 취미 때문에, 혹은 업무상.
그러면 아무래도 그 분야에 대한 책을 많이 읽게 마련이다. 자료를 수집하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아지게 된다. 그 지식과 경험을 정리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꼭 책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쓴다는 것은 그냥 정리하는 것과는 다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도 많이 든다. 그래도 책을 쓰겠다는 목표아래 책을 읽게 되면, 책읽는 것 자체가 새로운 차원으로 다가온다. 그저 종이위에 있는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문제, 핵심을 풀어가는 방법, 생각의 범위, 번역자의 문체 등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주제에 대하여 인용할 부분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그냥 읽는 책들과는 다르게 읽게 된다. 저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흔히 말하는 저자의 관점에서 책을 읽을 수가 있고, 저자와 대화를 하면서 읽게 된다. 왜냐하면 앞으로 내가 쓸 책을 풀어갈 방향과 같은 요지이면 그 내용을 더 심화시키고, 나에게 체득시켜야 하고, 다른 관점이라면 내가 이 저자를 어떻게 하면 설득시켜나갈 지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관심 분야, 특히 업무 분야에 대하여 책을 내야하는 이유를 몇 가지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1)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목표가 선다. 책을 쓰면 그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관점을 갖게 된다. 2) 원칙을 세울 수있다. 일이 맡겨진 대로, 이전에 선배들이 해오던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원칙이 세워지고, 그 원칙아래서 일을 하니 일관성이 생긴다. 남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업무 스타일이 세워진다. 3)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다양한 책을 깊이 읽었으니, 아이디어와 문제의식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4) 미래를 예측해본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점장이는 내 인생 전체나 일부분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점괘를 내놓을 수는 있지만, 앞으로 ‘발가락 양말의 세계 시장이 어떻게 바뀔 지’는 말하지 못한다. 자기 분야에 대한 예측 능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실수를 줄이고, 업무의 방향설정을 나의 원칙대로 주장할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5)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남에게 알릴 수있다. 책의 내용이 나의 능력을 말해준다. 설령 남들이 뭐라해도, 자기 분야에 대하여 책을 내지 못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더 높은 사람들이 알아준다.
그런데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나하고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을 책 속에서 찾아냈는 데, 그가 바로 피터 드러커이다. 피터 드러커는 ‘변화 리더의 조건 서문’에서 유능한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 모든 경영자는 ‘무엇을 왜 해야 하는 지’를 아는 데 필요한 기초 이론들을 습득해야만 하고, 또한 유능한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 모든 경영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아야 한다. 즉, ‘실무능력’을 몸에 익혀야 한다고 했다. 이 것은 꾸준한 독서와 연습을 통해서만 해야 한다. 기초이론은 독서를 통해서 익힐 수있다. 하지만 실무능력은 실제 경영을 통해서 익혀야 하지만, 그 것은 현재의 문제를 풀 수있을 뿐이다. 미래를 미리 연습해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미리 시나리오를 만들어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 보아야 한다.
베스트 셀러가 아니어도 좋다. 일단 책을 내겠다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를 정하고, 책을 읽고, 목차를 정하고, 책을 읽고, 세부 목차를 정하고, 그리고 첫 페이지를 쓰는 데 한 달을 잡자. 나머지를 완성하는 데 또 넉넉하게 1년 11개월, 총 2년이면 된다.
글을 쓴다는 것, 좀더 발전시켜 책을 쓴다는 것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남에게 설득하기 위한 과정이다. 남을 설득하려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행방안 중에서 나의 생각이 가장 좋은 것임을 주장할 수있어야 한다. 그래서 모순되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보아야 한다. 어떤 책을 보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저자의 생각만을 서술하면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다. 모든 책의 저자들은 자기 생각과 모순되는 여러 가지를 제시하고, 그들의 생각이 잘못된 이유와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 저자가 옳은 지, 틀리는 지를 판단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내 책을 읽어줄 사람(서점에서 책을 사는 사람이든, 나의 사업 파트너이든 간에)을 상상하면서 책을 쓰는 것을 가정한다면, 굉장히 신중해지고 모든 문구에 신경을 쓰게 되고, 지식과 사실을 체계적으로 내 몸에 체화시켜나가게 된다. 그리고 글로 정리하다보면 우선 자신이 알고 있는 보잘것없는 지식의 한계가 느껴지고, 그나마라도 잘 정리하려다보면 실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자료와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독자들도 우선 책의 주제를 정해보자. 그리고 목차를 우선 써보자. 처음에는 목차를 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일단 목차가 정해지면 그에 따라 읽어야 할 책들이 떠오른다. 책을 쓴다는 것은 또 다른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것을 의미한다. 일단 목차가 정해지면 가능한 한 빨리 첫 장이라도 쓰는 것이 전체적인 흐름을 빨리한다. 쓰다보면 자신이 부족한 점, 현재 목차의 문제점, 대략적인 일정이 나오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처음 책(박람회와 마케팅)을 쓸 때 무작정 자료부터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작정 책을 읽다가 목차를 정하고, 또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하다보니 첫 장을 마무리하는 데만 1년이 넘게 걸렸다. 책을 쓰는 게 전업이 아니고, 직장 초년병에다 막 결혼했을 때라서 좌충우돌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 것같다. 그리고 10여년이 넘은 뒤에 다시 책을 쓰는 데 또 2년이 걸렸다. 첫 번째는 자비로 출판했었고, 2번째는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3번째 ‘무역 & 오퍼상 무작정따라하기’는 1년 조금 덜 걸렸다. 이 책도 1년이 넘게 걸렸다. 그러니 독자들도 일단 심호흡을 길게 하고 시작하면 된다.
분명한 것은 글재주가 없고, 똑똑하지 못한 것은 끈기로 해결하면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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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이런 책을
우선 책방에 가면 책을 쓰는 것에 대한 책이 몇 권있다. 이런 책을 우선 한 두권정도 읽자.
그리고 제레미 러프킨을 책을 한권정도는 읽기 바란다. 내용은 둘 째치고 그 풍부한 사례들을 본받으라는 말이다. 그의 글은 90%가 사례로 사례 중간 중간에 자신의 생각을 넣었다. 책을 쓴다는 것이 자신이 생각으로 100%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실제로 행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풍부한 사례와 쉬운 설명, 이 것이 미국 책들의 강점이다.
‘블루오션’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사람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흥분했지만,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를 보면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바퀴를 개발해서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오션’이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은 적절한 사례와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은 너무나 독특하여 아직 이 세상에 사례가 없다? 그렇다면 아마 글로서 표현할 말도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우선 자신의 유식하지 못함을 탓하자. 그래도 정 자신의 독특한 생각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확신한다면, 책방에 가서 책 제목들을 둘러보기 바란다. ‘과학의 종말, 평행우주, 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하여, 세계는 평평하다’...... 어느 책 한권도 평범하지 않다. 그래도 다 나름대로 독특한 생각들을 풀어낸 책들이 보통 200페이지는 넘는다.
2년의 각고 끝에 원고를 완성했다. 그럼 출판을 해야한다? 누가? 출판사가? 내가? 이 책도 이미 10번이상의 문전박대 끝에, 거의 다시 쓰다시피해서 여러 분을 만났다. 내가 좋아서 쓰고, 독자를 위해서 수정하고. 그 것은 또 다른 긴 여정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미 독자 여러분은 그 과정 자체가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훌륭한 경험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