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조용하고 벽난로만이 유일하게 나의 눈을 밝게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랄까.
비록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지만, 이 세상에 나만 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시간의 흐름마저 멈춰진 순간이 갑자기 찾아왔다.
시계 소리의 똑딱임으로부터 자유로운 때가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비록 실수로 시계를 집에 놔두고 떠났고, 이번 여행을 불안하게 했지만,
이제 시계가 없어도 불안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
페치카의 춤추는 불꽃을 쳐다보니 나의 영혼도 춤을 춘다.
언제나 생에 대한 불안감에 굳어있는 영혼에 박카스신이 포도주라도 부은 듯이 내 영혼은 육신을 떠나 정처없이 어두운 숲속과 호숫가를 거닌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있는 나무위를 지나 북두칠성을 거쳐서 은하계로 들어가서 다시 내가 있는 이 땅을 돌아본다.
그런데 이 지구가 이상해졌다. 분명 바다가 있고 땅이 있어서, 그 땅을 딛고 살아와 바다의 파란색과 땅의 녹색의 구분이 분명했지만, 여기서 보니 그런 구분이 없다.
그저 아주 작은 불빛에 불과하다.
좀더 은하계로부터 멀어지니, 이제는 지구가 어디인지조차 못찾겠다.
불현듯 겁이 났다.
어쩌면 집에 다시 못갈 수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난 다시 허겁지겁 서둘러서 지구로 돌아왔다.
그런데 역시 바다와 땅과 호수의 구별이 힘들었다.
구름이 달을 가리니 빛이 사라졌고, 그 어둠속에서 모든 것은 미세한 차이마저 찾을 수가 없었다.
인공적 불빛은 물론이고, 별빛이 없는 밤은 또 언제 마지막으로 가졌었던가?
내 영혼은 페치카의 불빛 속으로 돌아와서야 그 따뜻한 불빛에 안정을 되찾았다.
그 불빛위에 앉아서 비로소 형태를 되찾은 세계를 보았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나를 위하여 스스로를 태우고 있는 장작을 보았고, 세상을 보았다.
이제 모든 것은 내가 부여하고자 하는 대로 의미를 가지리라.
그제서야 주변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거기에는 컴퓨터가 있고, 여행 가방이 있고, 컵라면이 보였다.
잠시나마 모든 번뇌를 잊은 채 머나먼 은하계를 다녀오고,
어둠 속에서 산이 되고, 호수도 되어보았지만,
갈 곳을 잃을까봐 걱정하는 내 영혼이여!
무엇이 있길래 이 낮은 곳에서 안심하는 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