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서적에 관한 독후감과 무역을 하면서 느끼는 점을 주제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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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정과 토플러 [시장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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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정과 토플러

 

점보러 가자!

어제 오후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회에 만난 그 친구와는 인연이 꽤 오래되어 서로 막역한데다, 얼마 전까지는 사무실도 같은 건물에 있었던 친구이다. 나이도 같고, 하는 일도 비슷하여 마음이 잘 맞는 친구이다. 처음 점을 보러 간 것도 이 친구하고 이고, 지금도 가끔은 같이 간다. 점이라는 것이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전혀 보지도 않고, 보는 사람들을 타박하기도 하였는 데, 보다보니 재미도 있고, 또 그런대로 맞추는 것같기도 하고, 같이 간 친구들하고 서로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도 즐거워 심심풀이로 가곤 한다. 점보러가는 것은 사실 기분풀이 삼아 가는 것이다. 가면은 언제나 좋은 말을 해주니까, 나도 기분으로 꼭 한 푼이라도 더 놓곤 한다. 누가 들으면 사이비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럼 어떤가. 점장이의 말이 틀린 것으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사실로 믿으면 되니까. 사실 점장이의 말이 씨가 되어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자기실현적 예언이라고나 할까.


사실 경영을 하다보면 참 막막하고 답답할 때가 많다. 그리고 한치앞을 내다보기도 어렵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전혀 감도 오지 않는데, 돈을 들여야 할 때가 많다. 자칫하면 적지 않은 돈이 날라가고, 잘해야 본전일 때를 접하면, 단 하루만이라도 미리 알면 도움이 될 텐데 하는 기분이 든다. 특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금이나 회사운영계획을 세워야 하는 경영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직장인보다 점술가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경영하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직장인에 비하여 훨씬 자주있고, 그로 인한 부담도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기사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도 가장 유망한 직종으로 점술가가 꼽혔다고 적힌 기사도 있었으니,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마음은 세계 어느 나라나 차이가 없나보다. 이런 경영자들의 고충을 쬐끔이나마 덜어주기 위하여 두 권의 책을 권하고자 한다. 우연히도 두 책의 저자 모두 ‘토’씨성을 가졌다. 토정의 ‘토정비결’과 토플러의 ‘부의 미래’이다.


아마도 ‘토’씨 집안의 가문내력은 미래에 대한 관심에 있는 듯하다. 토정의 토정비결은 이미 1500년대부터 수백년에 걸쳐 한국인의 미래 참고서가 되어왔다. 미래를 미리 엿보는 책치고는 보는 법도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저 생년월일만 알면된다. 생년월일을 토정이 상수(태세수-나이), 중수(월건수-태어난 달) 그리고 하수(일진수-태어난 날)를 찾아내어 3숫자를 조합만 하면 그 수에 맞는 그 해의 운수를 알 수있다. 토정비결은 태세(太,歲).월건(月建).일진(日辰)을 숫자적으로 따져서 상.중.하의 세 궤를 만들고, 이를 ‘주역’의 음양설에 비추어 인간의 1년을 길흉화복(신수)을 설명하는 예언서로서 모두 144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은 매년의 신수가 되는 것이다.


내가 토정비결 책을 사서 보게된 것은 아마도 호기심이 많이 작용한 듯하다. 어느 날인가 서점을 어슬렁거리면서 유람하는 데, 유독 한 쪽 서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가보았더니 점술책을 진열되어 있는 곳에서 예비 점술가들(아마 무슨 시험을 보는 것같았다.)이 어느 책이 좋다고 서로 추천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호기심에 주역책을 볼 까하고 여러 권들 꺼내보았지만, 꽤나 복잡해보여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토정비결 책을 보니 생각보다 간단해서 일단 사고 보았다. 그런데 책으로 나의 운세를 볼려니까 가장 어려운 점은 다름이 아닌 나의 나이였다. 내가 몇 살이지? 한국 나이라는 것이 음력.양력에 따라 다를 수있는데다, 음력으로 나이를 따지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나이를 세기에는 너무 많은 수가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인터넷의 만세력을 이용해서 내 나이를 겨우 계산하였다. 그리고는 일사천리로 내가 살만큼의 나이대로 토정비결을 보았다.


이에 비하여 같은 ‘토’씨인 토플러의 ‘부의 미래’는 개인적인 삶을 매 해년의 운수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본 미래이다. 토플러는 ‘미래쇼크’, ‘제3의물결’, ‘권력이동’등 여러 권의 미래학 도서를 통하여 그의 뛰어난 미래예측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70년, 80년대에 책들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을 만큼 2000년대인 지금에 상당히 많은 현상들이 실현되었거나, 되고 있다. 아마도 그의 예지능력은 ‘토정’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모양이다. 토플러의 책은 아직 토정할아버지의 책만한 역사성을 갖지는 못하지만, 토플러를 인정하는 범위는 전 세계적이어서 한국에서만 인정받는 토정할아버지를 능가하고 있다. 그의 유명세만큼이나 ‘부의 미래도’ 아주 거창하게 서점에 나타났다. 우선 나오지도 않은 책을 미리 예약을 받는 출판사의 배짱도 배짱이었지만, 세상에 갓 태어난 놈이 이미 서가에 자리잡고 있는 기라성같은 선배 책들을 물리치고 넓은 자리에 큰 대자로 여러 곳에 누워서 호령하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꽤나 오랜 기간동안 서점내의 다른 책을 구석으로 몰아내면서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구매의욕을 북돋았고, 그만큼 많은 사람이 ‘부의 미래’를 손에 잡았다.


그렇지만 토플러는 역시 토씨 성을 가진 토정의 후손이었나보다. 토정은 태세.월건.일진 세 가지로 인생을 풀어갔고, 토플러는 시간의 비동시성(동시에 일어나야 할 것들이 시간차이를 두고 일어나는 데, 이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추세).공간(부의 중심이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동할 것임) 그리고 지식(아주 빠른 속도로 확장하면서 과거의 지식을 쓸모없이 만들어 버리는 지식의 변화)으로 미래를 풀어갔다. 토정은 세가지 숫자의 조화를 토대로 세상을 풀었지만, 토플러는 세 가지 요소에 내재된 불안정성을 미래를 풀어갔다.


토정비결을 비과학적이라고 폄하하기엔 이미 너무 오랜 시간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믿어왔다. 그 것은 마치 성경의 천지창조설을 수천년동안 많은 사람들이 믿어왔음에도 비과학적이라고 부정하는 것과 같다. 토정비결을 부정하는 것에 대비하여 토플러는 진실을 가려내는 6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사회적 합의가 있거나, 다른 사실들과 부합되는 일관성이 있거나, 권위가 있거나, 계시가 있다고 믿거나, 오랜 세월의 시험을 견딘 내구성이 있거나, 과학적으로  진실이 검증되어 있을 때 우리는 진실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보면 토정비결은 최소한 6가지중 시간의 검증은 거쳤다. 나머지 5가지에 대하여는 서로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토정비결을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실제 경영에 까지 적용하기에는 토정비결의 기반에 대하는 너무 알려진 것이 없다. 주역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주역조차도 이론적,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기사 세상의 모든 점성술이 그렇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점성술에 대한 나의 생각은 좋으면 믿고, 나쁘면 믿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점술가를 찾을 때도 유명하면서 못된 소리하는 사람보다, 유명하지 않더라도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에게 가야한다. 운명이란 개척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듣는 사람 기죽이는 점술가보다야, 용기백배하게 해주는 점술가가 훨씬 긍정적인 기분을 생기게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점이 인생을 결정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토플러의 말을 믿던, 안 믿던 그 것은 독자의 마음이다. 토플러의 미래학은 비교적 논리적이고 현실에 기반을 두었지만, 그에 대한 반박도 얼마든지 가능하거나, 폄하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토플러는 미래는 이렇게 된다고 확정해서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식으로 되지 않을까하고 하면서 결국 결론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는다. 이에 반하여 토정은 ‘앞으로 1년 운세는 이러하다’라고 똑 부러지게 정의한다. 그렇지만 토플러의 ‘부의 미래’는 선풍적인 관심을 끌며 날개돛힌 듯이 팔렸다. 왜? 우선 그의 이전 저서가 보여준 정확도이다. 토정비결은 경영에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어떤 일관성을 갖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즉 금년에 경영은 이렇게 했고, 실적은 이러했고, 경영환경은 이러하니, 내년에는 이러하게 경영을 하겠다는 것이 일반적인 경영계획이다. 그런데 토정비결은 과거.현재.미래의 인과관계 파악이 전혀 불가능하다.


이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토정비결이나 부의 미래는 앞으로도 오랜 세월 독자들의 손을 떠날 것같지 않다. 토플러가 말하는 미래가 모두 달성된 미래의 어느 날, 한국에서 살고있는 많은 사람들은 토플러가 쓴 책들 보다는 토정비결을 더 많이 보고 있을 것이다. 토플러는 미래의 변화방향을 제시하고 어느 시점이 되면 그의 실현여부가 확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정비결은 여전히 144개 사주속에서 개별적인 한국인들의 미래를 풀어가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두 권의 책은 모두 미래에 관한 것이지만, 용도는 다르다. 토정비결은 확신을 갖기 위한 것(좋으면 믿고, 않 좋으면 안믿으면 그만)이고, 토플러는 가까운 10년내외에 대한 미래학의 트렌드를 알기 위하여 보는 것이다.


혹시나 궁금하실 분들이 많을 것같아서 토정비결에 나오는 나의 2020년 운세를 미리 알려드리니, 나중에 토정할아버지의 틀림없는 에언능력을 확인하기 바란다.


초목개화지의 (草木開花之意)


따듯한 봄바람이 부니 녹음방초가 가히 눈부시다.

일신이 편안하니 이 밖에 또 무엇을 바라리요.

순풍에 돛을 올리니 하는 일마다 쉽게 이루리다.


재물도 있고 권리도 있으니 위아래에 근심이 없다.

말을 타고 문을 나서니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

높은 루에 올라 한가로이 술잔을 기울이니

술잔 속에 꽃이 떨어져 흥을 돋우는구나.


제비가 동풍에 지저귀니 새끼가 이에 화답한다.

귀인이 와서 도와주니 재물과 녹을 얻게 되리라.

높은 벼슬에 있는 벗이 많으니 술잔이 항상 가득하다.


토정비결, 부의미래, 이지함, 앨빈토플러, , 경영, 필맥스, feelmax
posted at 2008/04/28 11:06:00 댓글(0) l 트랙백(0) l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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