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부 박해영 기자
하나대투 사장이 폭음한 이유 [증권가 이야기]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건강 챙기는 CEO로 유명합니다.

올해 2월 하나대투증권 수장에 취임한 직후 임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가장 먼저 건강을 챙기라는 주문을 했습니다.임원들에게는 담배를 끊지 않으면 내년에 재계약은 생각지도 말라고 엄포를 놨지요.매년 한여름 삼복 더위에 무박 2일로 강행하는 '불수도북'(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을 순서대로 일주하는 산행)은 과거 현대증권 사장 시절부터 김 사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 했습니다.김 사장이 연초 하나대투증권으로 온다는 얘기를 듣고 하나대투 직원들이 제일 먼저 챙긴 것이 산행도구였다는 우스개까지 있을 정도입니다.김 사장은 지역 본부장과의 간담회때면 본부장들과 산을 오르거나 새벽에 함께 조깅을 합니다. 

 

그런 김 사장이 지난 10월 밤새 소주로 폭음을 했습니다.바로 10월 10일 주가 급락으로 코스피지수가 장중 1178까지 추락한 날이었습니다.작년말 담석증으로 담낭 제거 수술까지 받은 그가 평소 자제하던 소주를 입에 댄 사연은 이렇습니다.

 

김 사장은 올해 하나대투 사령탑을 맡은 직후 주가연계펀드(ELF) 영업을 강력하게 추진했습니다.올해 시장을 다소 보수적으로 본 김 사장은 개별 종목 위주의 ELS 보다는 코스피200지수에 연계된 ELF에 승부수를 띄웠습니다.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연 10% 안팎의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로 만들어진 하나대투의 ELF는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올해 하나대투는 ELF만 1조2000억원 이상을 팔아 수익에 톡톡히 기여했습니다.상반기에 내놓은 상당수 상품들은 증시 호조로 3개월만에 조기상환되기도 하면서 입소문도 제법 났습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증시가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지수가 생각보다 더 빨리,그리고 더 가파르게 하락했기 때문입니다.하나대투의 ELF들은 대부분 코스피지수가 1200 이상만 유지하면 수익이 나는 상품들이었는데 10월 10일 장중 지수가 1200 아래로 떨어져 버렸습니다.손실 구간에 진입한 이른바 '녹 인(Knock in)' 상태가 돼 버린 겁니다.이날 퇴근 길에 김 사장은 임직원들과 쓰린 소주를 들이켜야 했습니다.

 

김 사장은 기자를 만나 "예전 현대증권 시절에는 개별 종목 2개를 연계한 ELS를 많이 팔았는데 올해 증시가 작년만 못할 것으로 보고 개별 종목보다는 안전한 지수 연계 상품에 주력했다"며 "나름대로 보수적으로 상품을 짰는데도 이 정도로 시장이 나빠질 지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하나대투증권은 증권가의 유명한 이코노미스트인 김영익 부사장이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김 부사장을 비롯한 리서치센터내 전문가들의 전망과 조언을 늘 듣는 김 사장 조차도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미리 감지하지 못한 것입니다.시장 꽤나 본다는 '선수'들도 이 정도니 정보가 제한적인 개미들이 대처하기에는 요즘 장세는 너무나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at 2008/12/01 14:12: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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