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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끈 전문

열차는 기적소리를 내며 고향으로 달린다.
벼는 펴서 고개 숙이고 과일나무의 봉지는 밑으로 축 쳐져 있다
남도의 벌판은 벌써 누렇게 익어간다.
차창 밖의 하늘은 맑고 푸르다.
남도의 산자락마다 배롱나무가 붉게 물들였다.
마을의 돌담과 산마루에 나무 백일홍이 붉다
거기에 하얀 배롱나무가 유별나게 튄다.
따사로운 햇살에 불을 뿜는 배롱나무
거기에 하얀꽃
백일점이라고 할까
군계일학이라고 할까.
지금 고향은 나무 백일홍이 한창이다
여름이 끝나는 시간
배롱나무 꽃이 지고 가을이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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