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설악산 가는 길 [여백]

설악으로 가는 길


나는 산이 좋더라

파란 하늘을 통째로 호흡하는

나는 산이 좋더라

멀리 동해가 보이는

설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


2

산에는 물, 나무, 돌……

아무런 오해도

법률도 없어

네 발로 뛸 수도 있는

원상 그대로의 자유가 있다

고래고래 고함을 쳤다. 나는

고래고래 고함을 치러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모른다


3

산에는

파아란 하늘과 사이에

아무런 장애도 없고

멀리 동해가 바라 뵈는 곳

무한대처럼 가을 하늘처럼

마구 부풀어 질 수도 있는 것을……

정말 160센티미터라는 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이는 것을……


4

도토리를 까먹으며

설악산 오솔길을 다리쉼 하노라면

내게 한껏 남는 건

마루 다래를 싫건 먹고픈

소박한 욕망일 수도 있는 것을……

자유를 꼭 깨물고

차라리 잠들어 버리고 싶은가


5

깨어진 기왓장처럼

오세암 전설이 흩어진 곳에

금방 어둠이 내리면

종이 뭉치로 문구멍을 틀어막은

조그만 움막에는

뜬 숯이 뻐얼건 탄환통을 둘러 앉아

갈가지가 멧돼지를 쫓아간다는

포수의 이야기가 익어간다

이런 밤엔

칡 감자라도 구어 먹었으면 더욱 좋을 것을



6

백담사 내려가는 길에 해골이 있다고 했다

해골을 주워다가 술잔을 만들자고 했다

해골에 술을 부어 마시던 빠이론이

한 개의 해골이 되어버린 것처럼

철학을 부어서 마시자고 했다

해. 골. 에. 다. 가……


7

나는 산이 좋더라

영원한 휴식처럼 말이 없는

나는 산이 좋더라

꿈을 꾸는 듯

멀리 동해가 보이는

설. 설악. 설악산이 좋더라


****진교준의 시*** 1958년 가을 고교생때 지음

 

설악산, 진교준
posted at 2008/09/11 12:52: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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