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청련사에 봄이 오는 소리 [여행]

강화도 고려산의 청련사

실바람이 불어온다.

300년 거목의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며

청련사의 풍경을 흔든다.


남도의 봄은 아직 당도 안했지만

봄시샘 바람은

해마다 이맘때 장난을 친다.

산사의 풍경을 속절없이 흔든다.


거목은 전세를 내주고 있다.

수 많은 가지에 딱 하나

까치에만 세를 놓았다.

까치는 출타중인가 보다.


어제의 바람이 또 흔든다

까치집도 덩달아 흔들린다

거목은 말이 없다

다만 빙그레 웃기만 한다.

절집의 곳간도 비워간다.

지난 가을에 채워둔 항아리

하나씩 비워 가고

새봄에 다시 채워야 한다.


일렬종대의 장독대

절간 살림꾼이 깐깐한가 보다

정리정돈 잘 된 독

흐트러짐 없이 깔끔하다.


세상을 떠나지 못한 열매

질긴 인연을 끊지 못하고

봄이 되도록

지난날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몸은 야위고 말라 비틀어지고

얼굴은 주름 투성이

벌써 싹이 올라오는데… 떠나지 못했다.

바람이 불어야 시집 가는 신나무 씨앗

모진 칼바람에 실려 정든 곳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떠나지 못했다.

때를 잘 못 만나 노처녀 신세가 됐다.


새들도 만나지 못했다.

새들의 먹이가 되어

땅 좋은 곳에 떨어지면 싹을 띄우는데

봄이 오는데… 인연이 없나 보다.

솔밭의 덤불 속

파란 싹이 돋아 난다.

낙엽을 벗삼아 숨쉬는 노루발

넓은 잎이 모진 바람을 이기고 꿋꿋하다.


봄이 되면

꽃대가 오른다.

잎보다 더 큰 꽃대

노루발을 보고 싶다.


부풀어 오른 가슴

만지면 떠질 듯 부풀어 올랐다

보송보송한 솜털

벌써 봄맞이가 한창이다.


고려산 정상자락

버들강아지의 봄맞이

꽃샘추위가 엄습해도

버들강아지는 익어만 간다.

가뭄에 움츠러든 몸

봄을 빨리 알리는 초록의 이끼

나무에 의지하여 살지만

가뭄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다.


이파리도 없이 나무에 붙어

한평생 낮은 삶을 산다.

비가 안내려 힘이 없어도

초록의 세상을 알리는 전령사다.


지금은 낙엽속에 있지만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만화방창 봄이 온다.

그땐 노란 옷을 입고

온갖 봄의 전령들과 함께 한다.


고려산의 진달래꽃 필 때면

여기 저기서 양지꽃도 핀다.

봄날이 간다고 후회하지 말고

어서들 봄맞이 오라.


청련사에 국화지로 가는 길

거목들에 주눅이 들어

낮고 낮은 자세로

봄날을 맞는다.


잎이 없는 나무 덕분에

봄볕을 독차지한다

잎은 넓고 튼실하다.

귀여운 너의 이름을 모르겠구나.


 



강화도, 청련사, 고려산
posted at 2009/02/26 21:40: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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