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계곡따라 가는 연주암 [산행]

일자: 2009년 5월 1일 금요일 동행:마나님과 둘이

장소: 관악산 연주암

코스:서울대 공학관 입구-열녀암-제2야영장-무너미고개-학바위능선과 팔봉능선

     사이계곡- 연주암-삿갓승군-학바위능선-제4야영장-서울대 공학관

     (오전 10시 산행시작 하산 오후 3시)

계절의 여왕 5월 첫 날. 날이 후덥다.

게절의 시계는 봄에서 여름으로 들어가는 문턱을 넘나보다.

휴일답게 관악산 입구는 산객들로 붐빈다.


한적한 길을 선택하기위해 서울대 공학관 입구에서 산행 들머리로 잡았다.

옥녀암을 넘어 모자로 가는 길은 한산하다.

솔잎이 폭신하게 깔린 등산로에 들어선다.

모자로를 넘어 무너미 고개를 지나서 계류따라 연주암으로 갈 계획이다.

이 곳은 숲이 빼곡해 비밀 정원으로 들어가는 듯한 신비함을 자아낸다.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이양하 님의 수필 신록예찬 한 부분을 그대로 보여준다.


계곡은 물이 흐른다. 너럭바위를 휘감아 도는 물소리가 청아하다.

뒤퉁 거리며 바위를 넘고 지나서 숲 깊이 들어간다. 작은 폭포 그리고 소에는

떨어진 꽃잎이 둥둥 떠 있다. 파란 속에 연분홍 진달래가 한 폭의 그림이다.


숲속 계곡엔 신경안정제로 통하는 음이온이 풍부하다

음이온은 폭포 냇물등 물이 흐르는 물방울이 튀는 곳

식물의 광합성이 활발한 곳에서 많이 만들어진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 것 같다. 찬 기운이 몸을 감싸고 돌아 시원하다. 정신도 맑아진다.


오월의 초록이 짙은 계곡의 숲은 하늘도 안보인다. 더운 날인데 시원하다.

바람소리도 없다. 새들과 물소리만 들린다. 나무들이 방음을 해주고

나뭇잎이 필터 역할을 해 오염물질을 걸러줘 공기 더 맑고 깨끗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류다. 골짜기에서 합수된 지점에선 길의 흔적이 안보인다.

계류를 가로질러 암벽을 지나기도 한다. 물이끼 낀 바위는 미끄럽다.

돌틈 사이로 애기나리가 한 창이다. 아주 군락을 이루고 있다.

다른 야생화는 보이지 않느다. 중간쯤 오르니 족두리풀이 보인다.

그런데 꽃이 없다. 잎이 분명 족두리인데도 꽃이 없어 헷갈린다.


정상에 다가가니 족두리풀에 꽃이 보인다. 꽃도 있는 곳에만 있다.

족두리풀 군락지를 지나니 노란제비꽃이 많이 보인다.

꽃들도 사람처럼 끼리끼리 사는 모양이다. 하얀 매화말발도리와

노란 병꽃도 보인다.


팔봉과 학바위 사이의 계류는 한적하다. 아니 적막하다.

인적이 없고 새소리와 물소리만 있다. 산객들이 다니지 않는 곳이다.

간혹 보이는데 혼자 가는 산객이다. 중간 중간에 너럭바위가 참 좋다.

방석보다 넓은 마당바위는 수십명이 족히 쉴수 있는 곳이다.


이런 곳에 혼자 차지하고 앉아 세상을 음미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며

세상을 느끼며 새소리와 물소리를 벗 삼아 일상의 피곤을 털어버린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여유가 부럽기도 하다.


연주암에 다가간다. 가파른 길이다. 이곳에 이르면 시끄럽다.

과천이나 사당에서 올라와서 연주암을 지나 팔봉과 오봉으로 가는 산객들

그리고 학바위로 넘어가는 산객들이 겹쳐 번잡하다.


연주대 가는 길은 사람꽃이다. 말바위능선은 빈틈 없이 산객들이 줄지어 있다.

출근시간 교통체증보다 심하다. 좁은 암릉에 배낭메고 비껴가기 쉽지 않다.

멀리서 봐도 꽉 찬 느낌이 든다.

연주대 가는 길을 포기하고 학바위 능선으로 하산한다.


먼저 삿갓승군을 우회하지 않고 그냥 넘기로 했다. 암릉이 위험해 보여

늘 우회했는데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눈 앞 암봉에 산객이 매달려

쩔쩔 매고 있다. 헛발 딛거나 손 놓치면 그냥 추락이다.


붙잡고 매달려 간신히 통과한다. 위험해도 스릴 만점이다.

삿갓승군에 올라서 저 건너 팔봉은 본다. 낙타봉 같은 팔봉이 초록빛이

넘실댄다. 오월의 태양아래 연초록이 짙어지고 있다.

삼성산도 파란 파도처럼 출렁인다. 이제 여름으로 들어선가 보다.


학바위 국기봉도 지난다. 이곳도 대부분 우회로를 선택하지만

오늘은 그냥 통과하고 싶었다. 오월은 햇살아래 모험심이 발동했나보다.

학바위를 지난다. 사실 이곳이 학바위 인지 확실하지 않다

뽀쪽하게 솟은 바위가 학바위라고 짐작할 뿐이다.


학바위에서 무너미고개로 하산길은 헷갈린다. 숲은 우거져 전망이 안되는데

갈림길이 무수하게 나온다. 사람 흔적이 많은 곳으로 간다.

길을 잃고 바위 밑으로 난 희미한 길을 따라간다.

바위틈에 각시붓꽃이 이쁘다. 단 두 촉인데 색깔이 아주 곱다.


관악산에서 길을 잃어봐도 별거 아닌 것 아닌가. 지리산처럼 깊은 산중이면 몰라도.

내려가다 보면 서울대 입구 아니면 안양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들어선 능선은 산객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 아닌 듯 싶다.

길을 따라 가다보면 흔적이 없다. 다시 뒤로 돌아가다 보면 희미한 샛길이 보인다.


빙빙돌고 돈다. 모르는 길은 큰 길로 가는 것이 최고다.

빨리 가고 싶다고 가다보면 되레 시간이 더 걸리고 길도 좋지 않다.

한참 헤매다 섹소폰 소리나는 곳으로 찾아간다. 한적한 곳에서 연주를 즐기고 있다.

나무들과 나뭇잎에 관객인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관객들의 박수다.

조용히 섹소폰을 즐기다 방해꾼을 만난 듯 놀란다. 서로가 서먹해진다.

지나치면서 눈인사하고 하산한다.


물소리가 들린다. 계곡이 바로 앞에 있다.

제 4야영장 표지판이 보인다. 시간은 오후 3시에 가깝다.

계곡을 따라 다시 번잡한 곳으로 합류한다. 서울대 공학관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관악산, 연주암
posted at 2009/05/03 23:39: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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