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봄날은 간다 [여백]

봄날은 간다- 김종철


꽃이 지고 있습니다

한 스무 해쯤 꽃 진 자리에

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일 마음 같진 않지만

깨달음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알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 깨침에 꽃 피었다

가진 것 다 잃어버린

저기 저, 발가숭이 봄!

쯧쯧

혀끝에서 먼저 낙화합니다



***김종철(1947~ )***

 

입하(立夏) - 곽효환



담장 너머 다시 꽃이 피었다 지고

산 너머 봄이 머물다 가면

손톱 끝에 봉선화 꽃물

대롱대롱 매달려

아스라이 져 가는데

노을빛 고운 저녁 무렵

바람을 타고

작은 그리움이 큰 그리움을 부른다

작은 슬픔이 깊은 슬픔을 부른다


그리고 혹은 그렇게

여름이 왔다



***곽효환(1967∼ )***

 

담장 너머 꽃이 뚝뚝 떨어지고

무수한 햇살이 한 묶음으로 달려든다.

봄은 가고 여름이 오나 보다.



 

 



봄날은 간다, 김종철
posted at 2009/05/06 23:00: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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