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김종철
꽃이 지고 있습니다
한 스무 해쯤 꽃 진 자리에
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일 마음 같진 않지만
깨달음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알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 깨침에 꽃 피었다
가진 것 다 잃어버린
저기 저, 발가숭이 봄!
쯧쯧
혀끝에서 먼저 낙화합니다
***김종철(1947~ )***
입하(立夏) - 곽효환
담장 너머 다시 꽃이 피었다 지고
산 너머 봄이 머물다 가면
손톱 끝에 봉선화 꽃물
대롱대롱 매달려
아스라이 져 가는데
노을빛 고운 저녁 무렵
바람을 타고
작은 그리움이 큰 그리움을 부른다
작은 슬픔이 깊은 슬픔을 부른다
그리고 혹은 그렇게
여름이 왔다
***곽효환(1967∼ )***
담장 너머 꽃이 뚝뚝 떨어지고
무수한 햇살이 한 묶음으로 달려든다.
봄은 가고 여름이 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