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천상화원 오월의 방태산 [산행]

방태산 적가리골 초입은 초록 숲길이다.

발밑으로 이제 막 꽃을 피운 야생화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숲은 아직 연초록빛이지만 금세 깊은 초록물이 들 것 같다.

나뭇가지의 새순과 여린 꽃에서 알싸한 향이 풍긴다.


숲길 옆으로 계곡 바위를 넘는 크고 작은 폭포가 있다.

다른 곳은 가뭄 탓으로 물이 졸졸졸 흐를 뿐인데

여기의 폭포는 소리가 제법이다

좁은 바위 사이에서 쏟아지는 2단 폭포는

물줄기가 마치 수줍은 처녀의 모습이다.


방태산 가는 길은 길었다. 양평에서 교통체증으로 주춤거리다가

양평을 지나면서 인제 내림천을 향해 달린다. 그것도 잠시 뿐이다.

내림천변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다.

차량 통제다. 버스가 갈 길을 막아 버린 것이다.

정상적으로 산행을 해도 시간이 빠듯한데

찻 길까지 막혀 오늘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 같다.


방태산 휴양림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다.

밥을 먹고 갈 수 없어 서둘러 오른다. 산 입구는 노란 꽃밭이다.

초록의 잡초밭에 노란 민들레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있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바위를 타고 돌며 흘러내린다. 계곡 물이 잠시 멈춰 이룬 맑은 웅덩이에는 신록의 그늘이 고요히 드리워져 온통 초록빛이다. 계곡을 가득 채우는 것은 물소리와 새소리뿐이다. 우거진 방태산은

원시림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꽃들이 산객의 발을 잡는다.

산들바람이 부는 산길은 발걸음이 가볍다.

계류 사이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이 코끝을 간질인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깊은 산으로 들어간다.

때묻지 않은 자연의 숨막힐 듯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적가리골.

갓 돋은 새순의 싱그러운 냄새와 계곡을 울리는 청아한 물소리를 들으며

이곳에 자리 깔고 쉬고 싶다.


산행 선두는 보이지 않는다. 꽃들이 너무 많아 발길이 더디다.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이 꽃 담고 나면 또 다른 꽃이 유혹한다.

하나도 놓치기 아깝다. 사진을 찍다보면 늘 골찌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적가리골과 지당골 삼거리에서 매봉령으로 간다. 이제 오르막이다.

작은 골짜기에 노란 융단이 깔려있다. 색깔이 아주 고운 황금색이다.

피나물이다. 골짜기를 따라 무리지어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한마디로 몽환적인 분위기다.


산길이 참하다. 방태산은 육산이라 편하다. 그래서 산꾼들은 산 같지 않다고 한다.

적당한 암릉이 이어져야 산행 맛이 난다. 대신에 꽃들이 만족감을 채워준다.

중턱에 이르니 엘레지가 보인다. 밑에선 엘레지 시체만 봤을 뿐이데

기대했던 대로 엘레지가 보이고 바람꽃들이 눈에 띈다.

이제 손놀림이 빨라진다.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고 담기 바쁘다.


정신없이 꽃을 담으며 오르니 매봉령이다. 이곳은 천상의 화원이다.

매봉령 안부에 노랑 하얀 그리고 연분홍색의 꽃과 막 신록이 돋기 시작해

각기 채도가 다른 나뭇잎은 다양한 초록색 물감을 한데 버무려 놓은 것 같다. 가장 아름다운 때의 숲이다. 탄성이 저절로 터진다.

이 오감만족은 산행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매봉령을 지나서 구룡덕봉으로 간다. 이제 숲과 꽃밭을 지나서 전망이 보인다.

산자락 아래는 새잎들이 초록으로 변했고 능선과 능선이 만나는 골따라 따라 절묘하게 이어지는 계곡은 이제 막 봄으로 들어선 듯 하다. 방태산은 계절의 느림이 보인다.

정상으로 가는 길목은 여릿한 새싹들이 솜털이 보송보송한 채 고개를 내밀고 진달래도 곱게 접은 꽃잎을 이제야 펼치고 있다.


방태산에 방태산이 없다. 사실 구령덕봉과 주억봉 그리고 깃대봉을 어우러

방태산이라고 부른다. 정상에 표지석이 없다. 세상에 정상석이 없는 산은 첨 본다.

헉 구룡덕봉에 올라 왔는데 기념촬영할 곳이 없네

단지 방향 표지판만 있을 뿐이다. 요상한 산이로 구나.


구룡덕봉을 지나서 주억봉으로 간다. 시계는 오후 3시가 넘었다.

워낙 늦게 출발한 산행인지라 갈길이 바쁘다. 허겁지겁 지나친다.

초록의 산능선을 말이다. 건너편의 개인산이 눈 앞에 보인다.

초록의 파도가 밀려오고 또 밀려 온다.


드디어 주억봉이다. 여기도 정상석이 없다. 세상에 이렇게 푸대접을 하다니

말이 안된다. 정상에 아무 표지판이 없다.

주억봉에서 계속가면 깃대봉이다. 깃대봉 가는 길에 참꽃이 이쁘게 피여 있다. 마눌님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다.


이제 하산이다. 삼거리를 지나 지당골로 간다. 가파른 내리막이다.

무릎이 시리다. 빨리 갈 수가 없다.숲속은 이미 어둑어둑 해진다.

갈 길이 바쁘다. 하지만 더 이상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사진도 찍을 수 없다. 빛이 확보가 안된다. 방태산의 지당골은

원시림이다. 키 큰나무가 우거져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얼음처럼 차가운 물만 흐른다. 초록물결에 눈이 맑아진다.

일시: 2009년 5월 9일 토요일

장소: 방태산(강원도 인제군) 동행: 마눌이와 함께

코스: 자연휴양림-적가리골-삼거리-매봉령-구룡덕봉(1338.4m)-삼거리-

      주억봉(1443.7m)-삼거리-지당골-자연휴양림

      (12시 산행시작 하산 오후 6시30분)


 



방태산, 구룡덕봉, 주억봉
posted at 2009/05/12 22:21: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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