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주흘산 꽃길따라 물길따라 [산행]

 

새도 날아 넘기 힘들다는 문경새재. 문경에서 뽀쪽 솟은 주흘산.

잔뜩 찌푸린 날이다. 곧 한바탕 쏟아질 것처럼 겁을 주고 있다.

제1관문을 지나서 바로 우측 산길로 들어선다.

어제 내린 비로 계류의 물소리가 요란하다.

길은 촉촉하게 젖어 촉감이 좋다.


험준한 능선과 능선이 만나 이룬 계곡 속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간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바위를 타고 돌며 흘러 내려며 거친 소리를 토해낸다. 계곡 물이 잠시 멈춰 이룬 맑은 소에 발 담그고 마당바위에 잠시 쉬고 싶다. 계곡을 가득 채우는 것은 물소리와 새소리 뿐이다. 발걸음은 가볍다. 협곡 사이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으로 가슴까지 시원하다.


계류의 물줄기가 바위 사이로 자그마한 폭포를 이뤄 흘러내린다. 이 계류의 작은 폭포소리는 혜국사를 지날때까지 계속 된다. 청아한 물소리와 진초록의 가지를 흔들고 지나는 바람소리가 그윽하다.


20분동안 울창한 나무숲을 지나다 보면 물소리가 우르르 쾅쾅 거린다.

여궁폭포의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모두 감탄사를 연발한다.

분수처럼 쏟아지는 물줄기에서 물안개가 날린다. 이곳에서 모두 발을 멈추고

자연의 힘에 경외함을 느낀다.


여궁폭포를 지나면 혜국사로 오르는 길이다. 이제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한다.

깍아지른 바위를 우회하여 폭포 위를 지나간다. 위에서 들리는 물소리는

대단하다. 등산로가 흔들리는 것 같다.


나무에 가려 좁은 등산로만 보인다. 하늘도 안보인다. 물소리만 들린다.

다시 계류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좁고 미끄럽다. 계곡에 야생화가 많을 듯 한데

하나도 안보인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이라 그런지 나무의 꽃들이 많다. 대부분 흰색이다.

물참대가 청초롬하다. 하얀색이 아주 곱다. 산중에 핀 꽃이라 티가 하나도 없다.

벌들만 날아들 뿐이다.


드디어 혜국사와 정상으로 오르는 갈림길. 여기까지 왔는데 혜국사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잠시 올라 혜국사를 조망하니 기대이하이다.

물론 겉모습은 그렇다. 멀리서 보고 발길을 돌린다. 이제 정상으로 간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한데 어우러진 소나무 거목들이 시간의 깊이를 말해준다.

찾아드는 이 드문 산길은 물소리와 이따금 흔들고 가는 바람소리뿐 고즈넉하다.

주흘산의 오월 후반기는 꽃길보다 물길따라 가는 길이다.


주흘산은 육산이다. 비에 젖은 길이 미끄럽다. 발에 힘이 들어간다.

발걸음이 급방 무거워진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게 만든다.

고려시대 공민왕이 거란 침입때 피신 왔다는 대궐터가 나온다.

약수터만 남아있는 아주 볼품없다.


빗방울이 굵어진다. 다행이 나무숲이라 비를 맞지는 않는다.

오르막길이 진흙탕으로 변한다. 길은 미끄럼틀이다.

하얀 풀솜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빛이 없어 사진을 담을 수가 없다. 조리개를 조절해도 셔터스피드가 안맞다.

귀한 꽃 사진이 모두 흔들린다.


대궐터를 지나면 안부가 나온다. 소나무 숲에 안개가 밀려든다.

갈수록 등산로는 안개에 파묻힌다. 신비스런 안개터널이다.

풀섶에 작은 노란 꽃이 보인다. 감자난이다. 그것도 딱 한 촉뿐이다.

이것도 흔들렸다. 여러 컷 담았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나무와 나무사이를 안개가 감싼다. 아주 짙은 안개다.

몇미터 앞선 등산객이 안보일 정도이다. 안개속에 빨간 큰앵초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비를 맞아 꽃들이 모두 땅바닥을 처다보고 있다.

야생화는 빛이 들어와야 예쁘게 핀다. 햇빛이 없으면 꽃잎을 닫는다.


우두둑 빗방울이 넓은 초록을 때린다. 큰앵초는 빗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을 찍지만 역시 흔들린다.

라이트를 떠뜨리면 꽃의 맛이 떨어져 그냥 찍는다.


주흘산 주봉으로 가는 길목의 삼거리가 나온다. 우뚝 솟은 주봉과 능선이 안보인다.

짙은 안개가 세상을 삼켜 버렸다. 아무것도 안보이는 하얀세상이다.

주흘산의 주봉으로 오른다. 이곳은 이제야 철쭉이 피고 있다.


드디어 주봉이다. 안개와 빗방울이 뒤섞여 세상이 하얀색이다.

거기다가 정상에 핀 꽃도 흰색이다. 하얀색 무리에 붉은 병꽃이 분위기를 살려준다.

정상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기념사진 촬영하고 바로 하산하다.


12시가 지났다. 배도 슬슬 고파진다. 적당한 곳에서 민생고를 해결해야 한다.

비가 쏟아져 점심 먹기도 쉽지 않다. 삼거리 나무숲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한다.


내리막길은 작은 너덜지대다. 나뭇잎을 스치는 빗 소리가 커진다.

나무들이 우산역할을 해줘 다행이다. 내리막길에 풀솜대가 아주 많다.

거기에 노란 산괴불주머니와 보라색 벌깨덩굴이 구색을 맞춘다.


내려갈수록 계류의 물소리가 시원하다. 새들의 노래소리도 폭포소리에

잠들어 버린다. 아주 고운 새소리가 빛을 발하지 못한 것이다.

산은 높고 골이 깊어 물이 많은 것 같다. 주흘산에서 꽃보다는

폭포따라 산행한 것 같다.


꽃밭서들에 다가간다. 물참대와 함박꽃이 멋들어 지게 피여있다.

산목련이라고도 부르는 하얀 함박꽃은 조곡관이 다가갈수록 화려하다.

꽃밭서들의 돌무더기도 장관이다. 층층이 세워진 돌들은 신들이 빚어 놓은 것인가.

아주 질서정연하게 설치한 조각품처럼 보인다.


등산로가 끝나고 조곡관이 나온다. 즉 조령 제2관문이다.

다시 제1관문으로 간다. 사방에서 합류한 계곡물소리가 우렁차다.

산객들과 나들이객들로 길이 붐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의 말소리도

돌틈을 휘감아 돌아가는 물소리에 작아진다.


태조왕건의 셋트장을 지나면 제1관문이 나온다. 산행이 끝난 것이다.

시간은 오후 4시가 다가간다. 산에서 보지 못한 산능선이 보인다.

아하~저 능선을 따라서 주봉을 올라갔구나. 하산한 후에 산능선이 보인다.

비와 안개속에 산행하여 숲과 능선은 보지 못하고 나무와 폭포만 본 것이다.

한발 뒤에서 보는 산자락이 잘 보이고 아름답게 보인다. 세상사처럼…


일자:2009년 5월 23일 토요일 주흘산(1075m) 동행 마눌님

코스:북문경새재 주차장-조령제1관문-여궁폭포-혜국사-대궐터-

     삼거리-주흘산 주봉-꽃밭서덜-조령제2관문-조령제1관문-주차장

     (산행거리15km 6시간 예정, 산행시작 오전 10시 하산 오후 4시)



문경새재 가는 길

서울-중부고속도로-(호법분기점)영동고속도로-(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새재IC-(3번국도 이용)문경새재도립공원(서울에서 2시간 소요)


문경새재, 주흘산, 여궁폭포
posted at 2009/05/26 20:37: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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