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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산도 깊다는 것을 보여준 산행이였다. 희미한 등산로가 너덜길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길을 잃고 1시간동안 산짐승이나 다닐 길을 헤매다 빠져 나왔다.
안양 병목안 삼거리에서 수리산으로 들어간다. 제2광장이 나오기 전에 산길이 보여
들머리로 잡았다. 잡초가 무성하게 우거지고 사람의 통행이 적어 등산로가 희미하다.
신비의 원시림으로 오지산행하는 느낌이다.
정리된 숲길이 끝나고 너덜지대로 접어드니 아무렇게나 얽혀 있는 잡목과 덩굴
그리고 거미줄까지 서로 어우러져 길을 막는다.
역시 산은 산이였다. 너덜지대를 지나면서 길이 끊어지고 없다.
한쪽은 잡목과 가시나무가 뒤엉킨 정글같은 숲이고 한쪽은 가파른 바위 벼랑이 앞을 가로 막았다.
벼랑 우회로도 만만치 않았다. 급경사 비탈길은 두터운 낙엽으로 덮여 미끄럽다.
고목들도 많아서 뚝뚝 부러져 잡을 수가 없다. 이제 유턴도 할 수 없다
살아 있는 나무와 튀어나온 돌을 붙잡고 네 발로 걷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한참 진땀을 빼고 있는데 호루라기 소리가 크게 들린다. 깜짝 놀랐다.
신의 경계선을 침범하여 경고 신호같다. 또 분다. 공군부대원이 부는 것 같다.
원시림같은 숲속엔 산꾼은 둘 뿐이다. 머리끝이 쭈빗 선다.
주인공은 새소리다. 무슨 새가 호루라기 소리를 내는건가.
눈덮힌 들판을 걸어갈 때는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말라
오늘 내가 지나가는 발자국은
마침내 후인들의 길잡이가 될 것이니
서산대사의 선시를 생각하며 정상 등산로에 접어든다.

돌탑에서 장수약수터로 가는 잣나무 숲길이다.
화려했던 꽃들은 대체 어디로 사리졌는가. 꽃들이 하나도 안보인다.
신록은 짙어져 나뭇잎들이 진녹색을 띠기 시작한다.
하기야 들꽃이 지면 산의 성장통도 끝나고 신록도 진초록으로 변하며 여름으로 간다.
녹음이 짙은 산의 아름다움은 형태 계곡 숲의 어우러짐일 것이다.
전체미는 멀리서 보는 것이 제격이다. 계곡과 숲의 아름다움은 발품을 팔아서
오관으로 느끼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꽃과 물 그리고 숲이 온몸에 새겨진다.
그런데 그 많던 꽃들은 어디로 간 걸까.
답은 바로 눈 앞에 있다. 빨간 산딸기가 탐스럽다. 색깔이 아주 고아서 먹음직스럽다.
넓은천남성도 씨방이 굵다. 여기 저기서 꽃이 맺힌 자리에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산딸기 초록밭에 붉은 반점을 수놓은 산. 숲속은 고요하다. 새소리만 시끄럽다.
작은 지저귐이 이토록 크게 울리는 건 그만큼 적막하다는 뜻일 것이다.


일시:2009년 6월 5일 금요일 안양 수리산 동행:마눌님과 함께
코스:병목안 삼거리-제2만남의 광장 전의 길없는 길-장수약수터-제2만남의 광장-
제3산림욕장-수암봉 헬기장-공군부대가는 길(헤메다 유턴)-제3산림욕장
시간:오전 9시30분 산행시작 오후 1시 하산

*매미꽃

*뱀무

*골무꽃

*땅비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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