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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물, 바위, 그리고 나무
오대산 소금강을 간단하게 표현하면 이렇다.
꽃이 드문 철에 꽃이 널려있다. 노인봉까지는 꽃길이다.
노인봉을 지나면 물이 넘쳐 흐른다. 바로 소금강계곡이다.
소금강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학자 이율곡의 청학산기에서 유래한다.
빼어난 산세가 마치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소금강 내의 유일한 사찰인 금강사 앞 영춘대에는 율곡이
직접 쓴 소금강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진고개 휴게소에서 노인봉으로 간다. 울둘불퉁한 돌길을 지나면 참한 흙길이다.
넓은 초지의 평원을 지나면서 꽃 담기 바쁘다. 그래서 산행은 늘 꽁지다.
꽃을 찍다보면 어느새 선두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처음 보는 꽃들이
발길을 잡는다. 귀한 개체수도 상당히 많다. 참좁쌀나무다.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물소리가 들린다. 아주 울창한 나무 숲이다.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지만 곳곳에 노루오줌이 보인다.
박새와 비슷한 여로도 보이고 미역줄나무 등 꽃이 지천이다.
산행 초입부터 꽃과 함께 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장마전선이 남쪽으로 물러가서 비가 잠시 소강상태다.
산행 택일 제대로 한 행운이 깃든 날이다. 햇볕도 구름속에 가려져 산행하기
최적이다. 계단으로 이어진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한다. 깔딱고개인 셈이다.
헉헉 거리면서 간다. 안부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다.
땀을 뻘뻘 흘리지만 모두 얼굴은 밝다. 오대산 소금강 길이 참 좋다.
노인봉까지는 육산이다. 그래서 길섶에 꽃이 많은지도 모른다.

산길을 따라가면 멧돼지들이 숲속을 파헤쳐 놓았다. 밤에 먹이활동을 한 것인데
길을 지나면 향긋한 냄새가 난다. 멧돼지들이 약초를 캐먹었나 보다
이 산의 주인장이 복날도 다가오니 여름철 보신탕을 먹은 것이다.
약간 오르고 평지가 이어진다. 길이 참으로 순하다. 노인봉까지는 능선길로
흙길이라 편하다. 다만 조망이 안되어 답답하다. 그러나 꽃들이 빈자리를 채워준다.
깊은 산으로 들어갈수록 식생이 달라진다. 물론 노루오줌은 계속 반겨준다.
이 산의 식물의 주인은 노루오줌인것 같다.
노인봉으로 오른다. 이제 조망이 된다. 멀리 소황병산이 보인다.
켜켜이 능선이 참 곱다. 저 길은 통제구역이라 갈 수가 없다.
정상으로 간다. 좁은 외길은 혼잡하다. 잡목이 우거진 곳에 오르고
내려가는 산객이 겹친다. 병목현상이 빚어진 체증구간이다.
드디어 정상이다. 작은 암릉지대가 노인봉이다.
산객들로 혼잡하다. 노인봉의 표지석을 두고 다툼이 심하다.
산악회마다 기념촬영을 할려고 대기하고 있다. 짬만나면 가로 챈다.
폼 잡고 찍을 시간이 없다. 잽싸게 찍고 빠져줘야 한다.
성질급한 산객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번호표대로 찍읍시다.
헉~ 산에서 무슨 번호표~

노인봉에서 내려와서 소금강으로 내려간다. 바로 직진하면 소황병산이다.
저 고운 능선길에 야생초가 널려있는 듯 싶다. 하지만 생태보전구간으로 지정되어
탐방금지구역이다. 갈 수가 없으니 아쉽다.
소금강으로 가는 길은 끝없는 내리막이다. 거기다가 반너덜지대다.
물기먹은 돌과 바위는 몹시 미끄럽다. 긴장하고 내려가지 않으면 낙상하기 쉽다.
특히 비스듬한 나무뿌리는 미끄럼틀이다.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지루한 길을 내려가니 물소리 들린다. 아주 시원스럽다.
계곡이 가까워진 것이다. 소리만 들어도 시원해진다.
골도 깊은데 엊그제 비까지 내려 물이 많은 것 같다.

소금강의 명물 만물대가 나온다. 계곡의 반질거리는 돌도 명물이다.
무수한 세월동안 물들이 다듬어 놓은 하얀 돌덩이가 조각품 같다.
자연이 빚은 계곡의 돌은 모두 수석이다. 하나하나가 모두 작품이다.
계곡에 그냥 쉬고 싶다. 하지만 계곡에 들어가면 안된다.
바위를 타고 흐르는 하얀 물줄기를 보면서 더위를 식힌다.
물은 무색이지만 소금강의 물은 흰색이다. 돌과 바위에 부딪쳐서
포말을 이루고 이 물은 흰색이 된다. 물은 하얗게 멍든가 보다.

계곡따라 나무다리가 이어진다. 수십번의 지그재그로 양쪽을 건넌다.
협곡 사이로 물소리가 시원하다. 가파른 암벽이 눈에 들어 온다.
설악산에서 본 듯한 풍경이다. 바위틈에 비틀고 서 있는 소나무는 대단하다.
물소리가 맑다. 소를 이룬 물은 흰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한다.
이게 진짜 멍든 물 같다. 저 속으로 들어가면 피로가 싹 풀릴 것 같다.
하지만 눈으로만 시원한 물을 즐긴다.

구룡폭포의 물소리가 우렁차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시원한 바람이 가슴까지 파고 든다.
하얀 물보라들이 얼굴을 감싼다. 아 시원하다.
산행 종점이 보인다. 끝없이 이어지는 너덜같은 길인데
물소리와 함께하며 지루함을 몰랐다. 소금강은 참 이상하다.
진고개에서 노인봉까진 꽃들이 많았는데 하산 길엔 보이지 않는다.
신은 공평한가 보다. 산에 오르는 길에선 물 대신에 꽃을 보여주고
하산 길엔 꽃보다 시원한 물은 보낸 것 아닌가 싶다.
아름다운 꽃,맑은 물,진초록의 나무,멋진 돌이 어우러진 소금강은 명품 산행지다.

일시:2009년 7월11일 토요일
장소:강릉시 오대산(노인봉 1338m) 소금강계곡
코스:진고개 휴게소-노인봉-낙영폭포-만물상-구룡폭포-금강사-주차장
(오전 9시 30분 산행시작 하산 오후 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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