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구름산에 구름이 없네 [산행]

오늘은 먼 길 산행대신에 짧은 동네산에 간다. 바로 구름산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구름산의 구석구석을 보고 느낀다.

진초록의 숲의 풍경이 보이고 바위가 눈에 들어 온다.


구름산으로 간 것은 날씨 탓이다. 하지만 가까운 산도 걷는 맛이 있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기도 한다. 산악회서 매달 산행때만 보던 사람을

만나 반갑기도 하다.


덕분에 새로운 코스를 알게 된다. 늘 가던 길이지만 새로운 경험을 얻게 된다.

꽃을 찾는 탐방로를 지나서 구름산을 한바퀴 돈다. 이 길은 처음 가는 길이다.

장대비 예보로 산객들은 뜸하다. 하지만 산을 찾는 인구가 많은데

먼 산을 못가면 가까운 산으로 몰리게 되어 있다.


오늘은 낯 익은 산객들을 자주 만난다. 모두가 오전에 짧은 산행을 위해

구름산 산행에 나선 것이다. 간단한 눈인사만 나누고 간다.

사실 산악회서 만났지만 서로 얼굴만 알 뿐 통성명은 없었다.


질척 거리는 길을 지나서 구름산 정상으로 간다. 처음 길이라 정상으로 가는

길인지 의심스럽다. 가파르게 오르는 길이 아니고 산 허리를 휘감아 도는 길이다.

산객을 만날 때마다 묻는다. 모두 계속가면 정상이 나온다고 한다.


오르막이 없이 옆으로만 간다. 이 길은 약수터가 많아 좋다.

산림이 우거져 땡볕도 가려줄 것 같다. 거기다가 길도 흙길이라 편하다.

좋은 코스를 발견한 셈이다. 산악회에서 만난 여성회원 덕이다.


비가 내리지 않고 바람이 세차게 불지만 덥다. 땀이 줄줄 흐른다.

습도가 높아 후덥지근하고 땀에 젖어 끈적 거린다. 산 중턱을 가로지르던 길이

가파라진다. 급경사 암벽의 길이다. 산객들도 눈에 띈다.


낭떠러지 난간에 밧줄을 설치하였다. 안전산행을 도와 준다.

지그재그 오르막 길은 힘들다. 산객들도 몇발짝 걷다가 바로 쉰다.

구름산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할딱고개라고나 할까.


구름산에 이런 길이 있었다니 놀랍다. 수십번 다녔지만 늘 가던 길만 다녔다.

본 것만 또 본 것이다. 역시 음식도 길도 새 것이 좋다.

드디어 팔각정이 보인다. 강풍이 분다. 팔각정의 물푸레나무가 마구 흔들린다.


정상 가는 코스는 많다. 길은 다르지만 도착점은 같다.

돌아서 가든 지름길로 가든 정상은 하나다.

오늘은 천천히 풍경을 보면서 느리게 가는 길을 선택했다. 지름길이 아닌

돌아가는 길을 걸어 온 셈이다. 물론 시간은 좀 걸렸다.


구름산의 정상은 237m 불과하다. 정상석도 작고 볼품없다.

이 산은 조선후기에 구름 속까지 솟아 있다고 해서 구름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운산(雲山)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2009년 7월 18일 토요일

구름산에 구름이 없다. 단지 바람만 있을 뿐이다.

구름산은 낮은 산이지만 덩치는 있다. 한바퀴 제대로 돌면 4시간정도 걸린다.

인근 산과 연계하면 6시간도 족히 넘는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얕보면 큰 코 다친다.


팔각정에서 간단히 간식을 한다. 별거 아니다. 토마토와 빵 한 조각이다.

팔각정 벤치에 앉아서 가장 자세로 편하게 쉰다.

바람에 흔들리는 물푸레나무가 사방팔방으로 흔들린다. 바람은 갈수록 세차다.

비가 오긴 올 모양이다.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지 않을 것 같다.


이제 하산한다. 바른길을 피하고 금강정사로 내려간다.

폭우로 길이 엉망이다. 깎이고 씻겨서 내리막의 돌과 나무토막이 엉켜있다.

물기 먹은 흙길은 미끄럽다. 거기다가 젖은 나무토막은 미끄럼틀이다.

비스듬한 나무토막을 밟으면 그대로 엉덩방아다.

희미한 길로 접어든다. 길이 좁고 수풀로 덮혀있다.

사실 이 길은 가고 싶지 않다. 뱀이 나올까봐 무섭지만

하늘말나리를 기대하면서 간다. 하지만 역시 꽝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하산한다. 빗방울이 나뭇잎을 때린다.

떡깔나무의 넓은 잎을 때린다. 후두둑 소리가 들린다. 바람까기 불어

나무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우렁찬 소리를 낸다.


빗방울이 굵어진다. 거기다가 천둥번개가 동반한 장대비다.

조금만 참아주면 산행이 끝나는데… 하산을 서두른다.

비가 세차다. 빠른 걸음으로 가면서 우산을 펼쳐든다.

뭔 날씨가 이런다냐. 누굴 약 올리나. 큰 길에 내려오니 하늘이 멀쩡하다.


 



구름산
posted at 2009/07/21 07:07: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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