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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첫날 토요일 덥다. 푹푹 찐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족두리봉을 오른다. 조금 올라왔는데 숨이 턱 막힌다.
컨디션 탓인가 발걸음이 무척 무겁다. 오늘 산행이 힘들 예감이 든다.
휴가철인데도 족두리봉에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과 함께 나온 산객
그리고 친구와 연인들도 보인다. 달거진 암봉에서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족두리봉을 맴도는 고추잠자리가 많다. 가을도 아닌데 웬 잠자리가 이렇게 많은가.

불광역에서 10시 반에 산으로 간다. 산으로 진입하는 길은 가마솥이다.
산으로 들어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땀이 비처럼 쏟아진다.
대부분 오르는 산객들은 부부들이 많다. 우리처럼 말이다.
치마슬랩을 통과한다. 오늘은 우회한다. 하지만 길은 마찬가지다.
산객이 많아 지체된다. 암벽에 붙어 노란 빛을 내는 꽃 원추리가 곱다.
황금빛을 발산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너무 힘들어서 귀찮다.
어제 맥주 한잔한 것이 탈이 난 듯 몸 상태가 안좋다.
오르는 길이 왜 이렇게 힘든가. 시작부터 발길이 천근만근이다.
비봉능선을 지나서 응봉능선으로 하산할 계획인데 걱정이 태산이다.
족두리봉 오르기가 이런데 언제 비봉을 지나서 응봉능선으로 간단 말인가.
헉헉 거리며 오르니 족두리봉이다.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은 밟아야 한다.
이곳에도 원추리와 꿩의다리가 많다. 모두 암벽에 붙어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꽃을 피어내는 꽃들이 대단하다. 생명의 존엄을 느낀다.

족두리봉의 직벽을 내려가는 여성산객 렌즈에 담고 다시 내려온다.
비봉으로 가기위해 서다. 직벽을 타지 않으면 우회길을 택해야 한다.
우회하여 비봉으로 가는 길목에 작은 마당바위. 우회하여 모두 쉬는 쉼터다.
이곳에서 족두리봉이 잘 보인다. 하얀 직벽 조망도 좋다. 특히 암벽타는
산객들 구경하기도 좋은 곳이다. 장기판도 그렇듯이 구경꾼이 말은 많다.
누구나 쉽게 한다나. 자기도 해 본 적있는데 어렵지 않다는 등의 잘난 척…
입으로는 하지만 몸으로는 어림도 없는 말이다.
이제 비봉으로 간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소나기가 올 모양이다.
한고개를 넘으니 천둥번개가 요란하다. 후두둑 소리가 굵어진다.
산객들이 모두 나무밑으로 들어간다. 비가 어느정도 내려야 이것도 통한다.
쏟아지는 비가 금방 그칠 것 같지 않다. 소나기보다 쇠덩어리 깨지는 소리가 무섭다.
거기다가 검은 하늘을 가르며 번쩍거리는 번개는 공포다. 빗속에 완주가 걱정된다.
비가 오면 바위길은 미끄럽다. 비봉에서 응봉능선은 바위길이 많다.

비가 내리면서 후덥지근하다. 습도가 높아서 그런 것 같다.
향로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에서 구기터널 쪽으로 내려간다. 벌써 시간은 12시가 훌쩍 넘었다. 중간쯤에서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난다. 다시 향로봉으로 간다.
향로봉 오름길은 된비알이다. 숨이 턱끝까지 차 오른다.
비봉 가는 길에 가장 난코스 같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향로봉을 우회한다.
비봉이 눈앞에 보이는데 다시 번개와 천둥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산에서 천둥소리는 왜 이렇게 크게 들리는지…
2시가 넘었다. 소나무 밑에서 밥을 먹는다. 빗속에 갈수도 없어 점심을 해결한다.
갈수록 빗방울은 굵어진다. 우르릉 쾅쾅 소리도 잦아진다.
또 갈등이다. 강행할 것인가 하산할 것인가. 하루종일 오락가락한다.
구기동에서 하얀 운무가 산 정상으로 몰려 온다. 연기처럼 골을 덮고 올라오는 그림이
환상이다. 분명 소나기인데 소나기 같지 않다. 천둥번개만 없어도 비봉을 지나서
응봉으로 강행하겠는데 장난이 아니다. 탕춘대로 하산을 결정한다.

끝없는 내리막길이다. 이 길은 첨 가는 길이라 잘 모른다. 탕춘대 탐방소까진 외길
암릉이다. 빗물을 머금고 있는 바위가 미끄럽다. 어린이 걸음마처럼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바위길도 끝나고 흙길이다. 길이 편하다.
끝없이 펼쳐진 소나무 숲길이 좋다. 차 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하산지점이 가깝게 온 듯 싶다. 아파트 숲이 나온다. 낯선 곳에서 방향감각을 잃게하는 곳이다. 홍은동 아파트다.
비가 그친다. 역시 소나기였다. 두 번째 북한산 어슬렁 거리기는 이렇게
엉망으로 끝났다.

일시:2008년 8월 1일 토요일 북한산 마눌이 동행
코스:불광역-족두리봉-향로봉 갈림길-구기터널 입구로 하산-다시 유턴-
향로봉 입구-비봉입구-탕춘대-홍은동 아파트
(오전 10시 30분 산행 하산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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