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큼성큼 가을이 다가 온다. 단풍도 빠르다.
우중충한 날 관악산의 단풍속으로 들어간다.
여기는 수영장 능선이다. 길이 한산하고 착하다.
그래서 이 능선을 자주 이용한다. 떡깔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가파른 길을 오른다. 조금 오르니 안부 능선으로 전망이 좋다.

양쪽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이 훤히 보인다. 우측은 자운암 능선이고
좌측은 승천거북능선이다. 비탈길 나무들의 옷차림이 화려하다.
만산홍엽이라고 해야 할까.
올라 온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하늘이 운다. 일기예보는 밤에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말이다. 갑자기 우르르 쾅~이 이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빗방울이 쏟아진다.

날도 차가운데 강행할지 고민이다. 천둥번개가 잦아진다.
암벽에서 천둥소리는 무섭다. 철분이 많은 바위산은 특히 그렇다.
빗방울도 굵어진다. 골짜기의 고운 단풍이 산행을 유혹한다.
일단 비를 피할만한 나무아래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늦은시간 산행이라 12시가 넘었다.
점심을 먹고나니 비가 주춤한다. 다시 정상으로 간다.
아기자기한 바위능선을 오른다. 저 건너 자운암능선의 암벽의 붉게 타고 있다.
희부연 안개가 옅게 갈려서 단풍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지만
곱기는 곱다.

자운암 능선의 국기봉의 암봉. 층층의 꼭대기에 푸른 소나무가 쪽빛하늘을 이고 있다.
절벽의 거친 바위 결을 딸 붉은 잎사귀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바람 한줄기 불어와도 이리 흔들 저리 흔들거린다.
실비가 그친다. 햇볕에 쫓겨 옅은 운무도 소리없이 사라진다.
사방이 환해지면서 산자락의 색색의 옷들이 속살을 드러낸다.
탄성이 절로 난다. 이렇게 고운색이 또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웃을 일이 별로 없다. 특히 직장에선 그렇다.
하지만 산속에 들어오면 막힌 가슴이 뻥 뚫린다. 웃음이 절로 난다.
절벽에 붙어 있는 붉고 노란색의 단풍을 보라. 복잡한 머리도 한순간에
말끔하게 정리된다.
평일이라 그런지 연주대 넘어가는 난코스에도 산객이 없다.
늘 복잡한 곳인데 한산하니 기분이 묘하다. 이곳 암벽에도 가을이 깊었다. 점점이 박힌 단풍들이 물감으로 흩뿌려 놓은 것 같다.

정상에서 말바위 능선으로 간다. 칼바위 암봉에 단풍이 장관이다.
이런 환상적인 풍광은 보기 어렵다. 시간을 잘 맞춰야 하는데 운이 좋은 듯 싶다.
비가 온다고 하산했다면 이런 멋진 그림을 보지 못할 뻔 했다.
짧은 산행동안 산이 고요하다. 산객이 없어 좋기는 좋다.
어떤 방해도 없다. 사색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적막하다고 할까.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소리까지 들릴것 같다.
삿갓승군을 지나서 버섯바위 능선으로 간다. 산행 코스가 아닌 암벽능선에
붉은 색이 돋보인다. 멋지다란 말이외는 표현이 어렵다.
직접 보지 않으면 느낄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이다.

일시:2009년 10월 관악산(629m) 동행:마눌이랑 둘이
코스:서울대 교수회관-수영장 능선-정상-말바위 능선-삿갓승군-
버섯바위 능선-서울대 공학관
(오전 11시 30분 산행 시작 하산 오후 3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