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여백]

 

여기는 비슬산 정상의 대견사 절터.

안갯속 터널에서 세상을 막는 벽이 있다.

문은 문인데 밖이 보이지 않는다.

비스듬하게 희미한 빛이 비추지만

역시 바위가 가로 막고 있다.

환한 빛이 들어오게 할려면 헐어야 한다.

벽을 헐어야 세상이 크게 보이는데…

 

 

 

열정이 식으면서 노을도 하늘 한쪽을 폐허로 만들고 있었다.

마음이 잿더미인 사람들은 떠도는 동안 자주 폐허와 만나곤 한다.

사원들은 수 백년을 걸어서

마침내 폐허의 완성에 이르렀지만

우리가 쌓은 성채가 무너지는 데는

채 몇 해가 걸리지 않았다.

    도종환의 폐사지 일부


대견사지 고려말의 건축물 3층석탑을 보면서

창을 통해 그 시대의 영화를 들여다 본다.

폐사지야 수 백년의 세월에 서서히 열리고 닫히지만

사람들의 문은 순식간에 닫히고 열린다.


 

 

 

안으로 들어가서 본다. 역시 안갯속이다.

안보이기는 안에서도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안에 있으면 밖이 궁금하다. 밖에 있어도 안이 그립다.

자물쇠 때문이다. 열쇠가 필요하다.

문을 여는 열쇠를 만들어야 한다.


 

 

 

이곳은 구중궁궐의 경복궁.

세상 이야기 듣지도 보지도 못한다.

담장 밖의 소식은 알 길이 없어 갑갑하다.

안에서도 밖에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문을 열려면 큰 열쇠가 있어야 한다.

누가 그 열쇠를 만들어 문을 열까~

남을 인정하고 나를 긍정하고 현재에 만족하는

둥글둥글한 열쇠다.

마음의 문도… 세상의 문도 활짝 열어라.

 

, 비슬산, 대견사지
posted at 2008/04/18 17:27: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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