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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서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선운사에서’전문

세상을 화사함으로 뒤덮는 꽃철도 잠시뿐인것 같다.
꽃들은 피어나며 질 때를 가늠한가 어느새 하나도 없다.
피어날 때를 기다려 꽃망울 떠뜨리고 알아서
사라져 버렸다. 요란떨지 않고 아주 조용히…
불타던 남산의 벚꽃들이 모두 졌다. 한순간에 말끔이 떨어졌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조지훈 시인은 낙화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그리고 꽃이 지는 아침에 울고 싶다고 했다.
시인의 마음처럼 울고 싶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허전하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지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도 뒤를 남기지 않고 떠나는 모습이 멋지다.
가을의 전설을 기약하면서 꽃의 청춘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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