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조아조아
남산의 자물쇠 사랑 [여백]

 

 


서울 남산 전망대에 철망엔 자물통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은 빈틈이 없다. 자물통에 자물통을 끼어 넣는다.

청춘 남녀가 봄날에 사랑을 맹세하면서 매단 사랑의 자물쇠다.

 

사랑의 자물쇠는 남산 옥상 전망대의 명물이 됐다.

한강을 내려다 보는 재미보다 자물통에 새겨진 사연들이 재밌다.

철수와 영희의 풋풋한 사랑의 정표를 이곳에 남긴 것이다.

전망대 난간 철망에 자물쇠를 잠그고 열쇠는 밑으로 던져 버린다.

영원히 변치 말자는 약속을 남기고…


발랜타이 데이나 하이트 데이가 지나면 수십개씩 늘어난다.

사랑의 자물쇠는 이벤트다. 생일이나 만난이 백일째라든가.

일종의 남녀 청춘들의 손가락 약속이다.


 

 


자물쇠 풍습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도 있다.

황산 오르는 가파른 난간엔 자물쇠가 많다.

아주 녹이 슨 오래된 것들이다. 그곳에 또 채운다.

자리가 없자 자물통에 자물통을 덧 채운다.

한국은 사랑을 묶지만 중국은 복은 잠그는 것이다.


한강이 조망된 곳에는 자리가 없자 점점 북으로 이동한다.

한적한 곳에 하트모양의 자물통도 만들어진다.

자물통으로 하트를 만들 것이다. 하나가 생기더니

유행처럼 번진다. 남산광장에서 올라가는 계단에 또 하트가 그려진다.


1주일에 남산을 두세번 간다. 물론 점심시간 산책이다.

꼭 이 전망대를 들르는데 하트가 하나씩 늘어난다.

조금 지나면 이 자리도 없을 듯 하다.

 

 

자물통에 사랑의 이름표를 확실이 달아야 한다.

현철의 유행가처럼 그대 가슴에 이름표 붙여야 한다.

놓치면 깨어지는 유리알같은 사랑 아닌가.

정주고 마음주고 사랑도 주고

이제는 더이상 남남일수 없잖아

너만 사랑하는 내 가슴에 이름표를 붙여줘.


자물통에 이름표를 붙여도 꽃 같은 시간은 간다.

꽃이 지듯이 봄날도 간다. 유행가 가사처럼 봄날은 간다.

꽃이 떨어지듯이 자물통도 녹이 슬고 봄은 가고 또 오고…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세월은 말없이 흐르고 봄날도 간다.

노래 가사처럼 손가락 약속도 휘날리고 알뜰한 맹세도 멀어진다.

다시는 열 수 없는 자물통은 녹이 슬지언정 변치 않는다.


남산 전망대 철망에 매달린 수많은 자물쇠

가지가지 사연을 담고 있는 자물통

녹이 슬고 봄날이 가더라도

청춘 남녀들 사랑의 자물쇠는 영원하라.

남산, 자물통
posted at 2008/04/25 13:24:00 트랙백(0) | 댓글(0) |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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