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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봄날이 간다.
바람이 분다. 봄바람이다.
노란송이가 탐스럽다. 바람에 흐느껴 운다.
갈 길이 멀다고 한다. 남산의 산자락에 발붙이고 산지 얼마 됐다고…
벌써 떠날 때가 됐다. 떠날 땐 말없이 간다.
나 노란꽃. 민들레라오.

민들레의 3형제가 있었다.
남산의 숲속에서 집을 짓고 살았다.
형제는 용감했다. 키 큰 큰형은 갈길을 재촉한다.
바람이 불지 않해도 간다고 서두른다.
두 동생은 아직도 세상에 미련이 많은데 말이다.

봄바람에 파란싹이 돋는다.
고목에도 꽃이 피듯이 파란잎이 얼굴 내민다.
너 파란얼굴 예쁘다. 봄이 가는 날.
죽어가는 고목에서 꽃이 피듯이
우리네 인생에도 꽃이 핀다.

봄볕에 티밥을 만든다.
여기서 저기서 펑펑 떠뜨린다. 하얀 솜사탕이 쏟아진다.
봄날이 좋다고 한다. 바람결에 저만치 물러 났는데도
꽃은 말이 없다.

파란 이파리에 빌붙은 내가 아니다.
난 둥근 제비꽃이다.
내 얼굴이 너무 작다보니
이파리가 주인이고 난 객이 됐다.
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꽃이 주인이고 잎은 나의 종이다.

난 키다리 하얀꽃이다.
지천에 널려있지요.
꽃도 볼품없다고 무시하지 마시라.
난 황새냉이다.
황새처럼 귀품이 넘치는 꽃이랍니다.

언제나 고개 숙이고 살지요.
세상이 넘 힘들어 고개를 못들어요.
세상사 다 그렇지요.
난 애기나리라고 하네요.
어른들이 넘 기죽여서 고개 숙이고 살아요.
남산 한쪽 귀퉁이에서 얼굴을 들지 못한답니다.
애기나리~ 기살려~

지날의 전설인가.
새봄의 희망인가.
난 버섯인데요. 지난 가을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함 들어 보실래요.

다람쥐만 기어 오르고
원숭이만 나무타고 오른게 아리라오.
나 담쟁이도 오르는 기술은 안빠져요.
서커스 단원보다 내가 훨 났지요.
가는 나무도 오르고 바위도 오른답니다.

난 분홍치마 있었당.
남산의 봄날이 가는데 그냥 보내기 그렇잖나요.
분홍치마 입고 배웅해야지요.
남산의 봄.
잘가~ 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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