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 동료가 도덕산에 가잔다
새벽 다섯시에 산행 겸 꽃사진 찍으로 가자고 조른다
사진 찍으면 무슨 산행~ 그래 좋아.
새벽 다섯시 반에 시청정문에서 만나자고 약속
시계처럼 정확히 그 시간에 둘이 만나 산으로 간다
장마철 구름이 낮게 깔려 사방이 아직은 어두침침 하다
이 시간에 사진이나 제대로 찍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산 입구에 들어서니 원추리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꽃대와 꽃망울 사이에 거미가 줄을 치고 지키고 있다.
침입자 있는지 없는지 경계가 상엄하다.
찍사들을 거미의 부릅 뜬 눈을 무시하고
이리 저리 다니면서 샷터를 누른다.
꽃잎을 살짝 여는 꽃과 입 꾹 다문 꽃
그래도 찍사들을 게의치 않는다.

원추리가 제대로 입을 열고 있다
오늘 아침 모델이 되겠다고 작심한 듯 포즈를 취한다
자~치즈~ 벌 너도 이리와라!
헤헤 모델되기 싫다고 손사래 친다.
그래 그냥 가라~

노란색이 제대로 나온다
원추리 니가 진짜다
색깔 포즈 좋고~

참나리가 이제 꽃대를 세운다
원추리 니들 저리가라
지금부터 우리들 세상이다.
학처럼 고고한 목을 세우고
꽃축제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참나리 너의 모습을 기대해 보마.

노란꽃 네 이름이 뭐냐
이름을 묻으 신다면
제 이름이 감국이라고 한다고?
이름만큼 제 모습 이쁘지~
그래 이쁘당 금계국

새벽부터 벌이 귀찮게 하네
벌은 언제나 꽃을 귀찮게 해
제발 나 좀 나줘~
내 이름은 무늬종비비추야.

보라색 섬초롱
빗방울을 머금은 채
새벽종 칠 준비를 하고 있네.

하얀 꿀풀처럼 생긴 꽃
그대 이름은 꽃범의 꼬리
그런데 꽃범은 어디있고
또 꼬리는 어디에 두었어.

너도 하얀 감국인가
노란 감국도 있는데
혹시 너 짝둥아닌가
짝퉁은 아니고 사촌이라고.

하늘에는 비가 내리고
산에도 들에도
물레방아 돌아가는데
물레나물이 물레방아 맞아
꽃모양이 물레를 닮았다나.

헉 너도 감국
혹시 너 벌개미취 아니야
그래 나도 몰라
감국인지 벌개미취인지

내이름이 백리향인가
도대체 모르겠어
어이~ 내이름 제대로 찾아줘

새벽에도 나비는 성질이 급해
도대체 모델 되기 거부해
나 오늘도 사진 찍히기 싫거든
알았어. 나무쑥갓아 그냥 갈게

모든 것은 내 손바닥안에 있다
나 부처꽃이거든
힘든 일 고달 픈 일 있거든
언제든지 찾아와~
다 해결 해줄게~

내 취미는 승마야
그것도 촛대를 들고 타지
그래 촛대승마라고 들어봤지
날마다 벌과 나비들이 줄을서지
좋아 죽겠데~

애들아 비가 온다
모두들 내 속으로 들어와
난 우산버섯이거든
비 올땐 내 인기 최고야.
여우꽃가시버섯 이쁘지~

새벽산행 배고프지
내가 해결해주지
언제든지 내게 부탁해
족제비먹물버섯은 항상 든든하지.

비가 오면 삿갓쓰고
들로 나가지
비가 내리면 날 불러줘
비바람 치는 날은 내가 해결사야
진갈색주능버섯이 뒤에 있어 걱정마~

내 속에 그림이 있는 모과
지도가 있고 세상이 있다
세계서 가장 긴 칠레인가
|